어쿠스틱 라이프 4 어쿠스틱 라이프 4
난다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책장에 있는 어쿠스틱 라이프 시리즈는 모두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4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7권을 읽은 뒤라 순서가 좀 어긋났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꺼내들었다. 7권이 기대에 못 미쳐서 4권도 큰 기대 없이 펼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내 이 시리즈의 첫 권을 읽었던 때로 돌아간 듯 나름 즐겁게 읽어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이 시리즈의 즐거움이라면 소소한 일상을 저자의 특유의 시선으로 재밌게 그려낸 점이다. 내가 소소한 나의 일상을 말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기 쉬운데 저자의 만화를 보고 있으면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보이는 것 같아 신기하다.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부분이 많고, 일러스트인 저자와 게임 마니아인 남편,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남동생의 이야기까지 조금은 익숙해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처음 이 시리즈를 읽고 킥킥 거리며 웃었던 때로 돌아간 듯 해서 혼자서 과자를 먹으며 즐겁게 읽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꼭 봄을 기다리게 된다. 12월에 이어 1월도 여전히 추운 날씨의 연속이지만 괜히 기분 상 12월은 춥고, 1월은 덜 추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봄과 더 가까워졌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는 몰라도 봄을 기다리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고 있어서 더 그러 기분이 들었나보다. 만약 내가 이 부분을 타지에서 읽고 있었다면 엄마가 보고 싶다고 징징대며 전화했을지도 모른다. 내일 시골에 계신 엄마한테 가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 임신까지 하니 엄마와 고향이 몹시 그리워 고향으로 돌아와 버린 나. 남편이 따라와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타지에서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괜히 나도 모르게 아찔해진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타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가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도 만날 수 있어서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곤 했다. 허세 부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스스로 말하는 저자처럼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책을 보는 걸 좋아하는 터라 틈틈이 아이를 맡기고 집 앞 카페에 달려가는 내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 것이다. 기껏해야 책 조금 읽고 오거나 리뷰를 한 편 쓰고 오는 정도지만 그런 허세를 만끽할 때 육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날려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부부간에 그런 성향을 존중해주며 때론 하기 싫어도 맞춰주는 것. 그게 가정의 평화(?)를 이끌어가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렇게 일상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의 일상도 평범하지만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기도 했다. 무의미하게 흘려버리는 것 같아도 이 시간들이 모이면 저자가 기록한 일상처럼 특별하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뭔가 의미 있을 것 같은 기분. 그런 능력이 나에게는 없지만 종종 리뷰에 쏟아내는 개인적이 이야기들. 블로그에 수다 떨듯이 털어내는 가정사 및 일상들이 헛된 행위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타인의 삶을 보며 공감하는 것도 힘들고 변화는 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로 인해 살아갈 용기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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