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쑥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신과 함께』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차기작은 어떤 만화가 나올까 내심 기대하고 있던 작가였다. 그런데 육아 만화를 출간하다니! 이렇게 상큼 발랄할 수가! 내가 아이를 키우지 않고 있다면 시큰둥하게 아이가 생기니 이런 만화를 그렸나 보다며 무심코 넘겨 버렸을지 모른다.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그 마음을 알 수 없다 했던가. 아이를 낳아보니 정말 이 만화 속 이야기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고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에 대한 두려움에 조금 덤덤해진 것 같다.

 

  아이를 낳아 기르려면 몇 억이 드네 어쩌네 그런 말들이 많지만 부모의 능력보다 부모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가진 게 많다면 더 좋은 거 더 나은 걸 해주겠지만 내가 아이를 낳으면 내가 가진 한도에서 꼭 필요한 것만 해주자고 다짐했다. 첫 고민이 산후조리였는데 아이를 빨리 낳는 바람에 병원에서 9일 정도 입원을 하고 홀로 퇴원을 해서 조리사를 불러 집에서 했다.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어서 비용은 10만 원 정도 밖에 들지 않았다.(저자는 아내와 함께 고른 조리원에 들어가는데 그곳 원장님의 수유 마사지에 감탄하는 부분에서 빵 터지고 말았다. 원장님의 손길이라면 저자도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는 장면이란!) 그리고 퇴원해서 올 아이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선물 받고 얻은 게 많아서 크게 들어간 건 젖병 소독기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괜히 기저귀용 백팩에 꽂혀 비싼 걸 주문하고 지금은 처박혀 있는 것만 빼면 육아용품을 사서 크게 실패한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저자는 유모차를 이리저리 알아보고 구입했음에도 실패했다고 한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비웃을 수 없는 게 육아용품을 구입하는 건 정말 신세계에 입문하는 것 같은 느낌을 나 역시 받았기 때문이다. 검색만 하면 쉽게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종류도 많고 애매모호한 평들에 더 헷갈리게 했다. 첫 관문이 유모차였는데 아이가 10킬로그램이 넘어가자 도저히 아기띠로는 감당이 안 되고, 얻은 유모차는 주니어용이라 8개월 때 구입했다. 그것도 친구가 절반 보태줘서 구입했지 나라면 쉽게 구입하지 않았을 금액이었다. 유모차 종류도 너무 다양하고 금액도 천차만별이라 고심하던 끝에 국산에 그나마 저렴한 유모차를 구입했다. 나름 만족하며 쓰고 있고 이제는 유모차 없는 외출은 생각지도 않을 만큼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그 이외에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너무 많다. 목돈이 들어가는 유모차를 구입했다면 그 다음은 카시트다. 카시트도 얻어서 쓰다 적립금을 받을 일이 있어 6만 원 정도 보태서 새로 구입했다. 그에 비해 옷은 거의 사지 않았던 게 물려받은 옷이 있어서 많은 부분이 절약됐다. 또 아이가 커 나갈 때마다 장난감에 고민하게 되는데 큰 금액을 넘지 않은 선에서 한 개씩 구입해주고 중간 중간에 선물로 받아서 그럭저럭 때워나가고 있다. 다행히 돌이 되기 전에 쓰는, 부피가 큰 타는 장난감부터 바운서까지 모두 얻어 써서 그 시기를 알차게 넘겼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면 아이 키우는 게 별거 아니다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더 커감에 따라 부차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아니라 아이 존재 자체에 대한 노력과 고민이 더 필요함을 알고 있다. 저자도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그 기쁨을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지만 이래저래 겪게 되는 육아에 관한 에피소드와 고민들을 쏟아내고 있다. 부부가 모두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일해야 하는 고충, 아이도 소중하지만 부부가 먼저여야 한다는 깨달음, 아이 존재 자체로 인해 밝아지고 다투기도 하는 관계 등 보통 부부라면 겪는 일들을 그려내고 있기에 많은 부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고 고민해도 쉽지 않다는 것. 험한 세상에 내어 놓아야 한다는 두려움과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셋이서 잘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 그 모든 것이 어찌 저자만의 고민이겠는가.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계획 중이거나 이미 장성하게 키웠음에도 눈 감을 때까지 그런 고민을 놓지 못하는 게 부모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이야기는 유쾌하고 찡하고 공감가기도 하는 다양함을 지니고 있다. 아내의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지만 아빠의 시선으로 녹아낸 게 더 마음에 들었고 내 남편에게도 읽히고 싶었다. 다른 아빠랑 비교하려는 게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더 표현해 달라고 말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 냄새가 폴폴 나서 그런지(아니면 아기 냄새?^^) 전작과는 색깔이 확연히 다르지만 나름 재밌고 마음 찡하게 읽었던 것 같다. 특히 아이를 낳고 보니 다른 아이들도 보이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는 부분은 완전 공감했다.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도 소중하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인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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