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과 도둑맞은 바이올린 범죄현장 탐구 Tatort Forschung 시리즈 1
벨린다 지음, 김희상 옮김, 요한 브란트슈테터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언니집에서 함께 살 때 조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유심히 지켜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했다. 만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다 똑같을 것 같지만 조금씩 다른 점이 있고 조카들이 재밌게 보는 프로그램은 어른인 내가 봐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조카들과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 볼 정도로 열혈 시청자일 때가 있었다. 그때의 버릇이 지금도 남아 있어 만화가 할 시간에 채널을 돌리며 끌리는 프로그램을 종종 보곤 하는데 어린이가 중심인 과학수사에 관한 만화를 보고 있으면 꽤 흥미롭다. 그런 면에서 독일에서 출간되어 인기를 끌었다는 ‘범죄현장 탐구’ 시리즈인 이 책을 보니 즐겨보던 텔레비전 만화를 책으로 만난 느낌이 들었다.

  학창시절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 아니었기에 과학 과목 역시 전혀 좋아할 수가 없었다. 뭔가 흥미를 느낄 요소나 그렇게 느끼게끔 이끌어 준 사람이 있었더라면 좋아했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과학은 내게 먼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아인슈타인이 출현한다고 해서 과학과 관련된 책으로 묶어 버리는 단순한 생각을 깨트리듯 이 책에서 등장하는 아인슈타인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거리가 먼 사람이 아니었다. 추리소설 속에 아인슈타인을 등장시켜 그가 어떤 업적을 남기고 어떤 사람인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거기다 나처럼 게으른 독자들이 있을 걸 알고 그냥 술술 읽고 넘어가게 만들지 않고 아인슈타인과 쌍둥이 남매 야코프와 한나가 함께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 나가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사건은 쌍둥이 남매 집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시작됐다. 아빠의 친한 친구인 아인슈타인 박사가 클랙식 음악회에 초대되어 함께 즐기고 있었는데 아이슈타인 박사가 놓고 간 바이올린 케이스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거기에는 연구 노트가 함께 들어 있어 꼭 찾아야 만 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찾지 못한 단서를 찾아내고 그 단서를 빌미로 이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선다. 허탕을 치기도 하고 고민을 하기도 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에게서 절대 보지 못한 진지한 모습을 보았다. 내가 흥미가 있는 것에도 쉽게 포기하고 쉽게 마음을 접는 모습과는 달리 진지하고 끈질기게 해결해 나가려는 아이들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청소년 때 이런 책을 만났다면 조금 달라졌을까 생각해 보았다.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가운데, 챕터의 끝의 질문을 보면서 범인과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어갈지 추리해 볼 수 있었다. 범인은 아이들에게 협박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그러면 그럴수록 더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해결에 골몰한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아인슈타인 박사가 아닌 아빠 친구이자 친절하고 때론 어수룩한 아인슈타인 박사가 있었기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은 사건을 해결하지만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에게는 상과 벌을 동시에 받는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사건에 뛰어들어 해결했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서 말리고 싶은 마음도 있기 마련이다. 말린다고 아이들이 앞으로 이런 일에 뛰어들지 않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부모가 항상 지켜보고 있고 곁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상과 벌이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아인슈타인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의 생애와 그가 남긴 유명한 업적들을 그대로 보았다면 조금 따분했을 텐데 이야기를 통해 아인슈타인을 만나서 그런지 좀 더 친숙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겐 먼 이야기고 먼 나라 사람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와 상관없다고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라도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고 알게 되어서 다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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