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집 8 - 눈부시게 행복한 시절
로라 잉걸스 와일더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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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에 한 호흡로 읽어서인지 이 긴 이야기가 내 몸을 훑고 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세월을 살아내고 꼼꼼하게 기록한 덕분에 나는 거실에 배를 깔고 누워 편하게 글로 읽었지만 과연 나라면 그렇게 잘 이겨냈을까 싶었다. 힘든 시절이었지만 가족이 있기에 이겨냈고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형편은 나아졌다. 내가 지금 어떤 일 때문에 힘이 들이 들더라도 로라의 가족 이야기만 보아도 시간이 흐르면 나아진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투정부리고 불평하는 나를 보고 있자니 조금 부끄러워진다. 다행히 그런 부끄러움으로 이야기를 만나지 않고 행복감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 마음이 놓였다. 로라는 결국 앨먼조와 가정을 꾸렸고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눈부시게 행복한 시절’ 이란 부제가 완벽하게 들어맞을 정도로 행복한 나날이 늘어만 갔다. 교사가 된 로라는 20킬로미터나 떨어진 개척농가에서 교사일을 시작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늘 긴장이 연속이었고 무엇보다 하숙하고 있는 집이 화목하지 못해 그곳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 가족과 로라의 가족을 비교하면서 또 한 번 로라의 가족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 행복은 주변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리가 멀었기에 끔찍한 집에서 주말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금요일 오후 로라 앞에 앨먼조가 말을 몰고 나타난다.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을 정도로 눈물겹게 고마운 부분이었다.

  아빠대신 왔다고 하지만 먼 곳까지 로라를 데리러 온 앨먼조의 마음과 집에서 주말을 보낼 수 있는 로라의 기쁨이 느껴졌다. 아무리 추운 날씨 속에서도 로라를 집에서 보내게 해주려는 앨먼조의 노력은 매주 이어졌다. 개척지에서 교사 생활이 끝날 때까지, 거기다 로라는 집에 가고 싶어서 앨먼조의 마차를 타는 것뿐이라는 말까지 했음에도 앨먼조는 로라를 데리러 오고 데려다 준다. 덕분에 로라는 첫 번째 교사 생활을 잘 마칠 수 있었고 덕분에 언니의 대학 생활에도 도움이 되었다. 언니를 위해 오르간을 사기도 하고 일요일마다 앨먼조와 마차 산책을 나가는 변화도 일어났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일은 먼 미래의 일 같았는데 그 모든 일이 로라에게 일어났다.

  그렇게 로라와 앨먼조는 서로를 향해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고 매주하는 데이트를 통해 사랑을 키워간다. 넉넉하지 않지만 부족함 없이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여덟 번 째 이야기는 끝이 난다. 로라가 집을 떠나야 했을 때는 내 가슴이 먹먹해졌는데 막내인 나까지 결혼시킨 엄마가 생각나서 그랬던 것 같다. 자식이 아홉이나 되면서도 하나하나 떠나보내고 지금은 홀로 시골에 계신 엄마. 분명 헛헛함도 있었을 텐데 자식들에게 티내지 않고 여전히 우리를 걱정하고 계신 엄마. 로라가 결혼하고 집을 떠나는 장면에서 그런 엄마가 생각난 건 어쩜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아홉 번째 이야기는 미발표 원고를 저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 출판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끝인 것 같고 행복한 이야기의 결말로 남기고 싶은 마음도 든다. 로라와 앨먼조의 결혼 이야기가 이어질 테지만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 지 알 수 없어 조금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간 온갖 일들을 함께 경험해서인지 내 몸에 아로새겨진 것 같아 그 과정을 되풀이하기 싫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로라의 집처럼 어렵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부제처럼 눈부시게 행복한 시절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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