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집 6 - 기나긴 겨울
로라 잉걸스 와일더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초원의 집』여섯번 째 이야기의 소제목은 ‘기나긴 겨울’이다. 그래서 겨울에 이 책을 펼쳤건만 많이 읽지 못하고 책을 덮어 버렸다. 춥고 눈이 오고 바깥 활동을 자주 할 수 없는 배경은 비슷했을지 모르나 로라의 가족이 처한 환경과 내가 속해 있는 환경은 판이하게 달랐다. 나에게 이 겨울은 조금 견디면 봄을 맞이할 수 있고 끼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로라의 가족이 살고 있는 다코다 주의 작은 마을은 그야말로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 개척농지라 황량했고 기차가 와서 식량을 조달해 주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어서 계절이 같다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읽어나갈 수 없었다. 로라의 가족에게 닥친 혹독한 겨울이 잔인할 정도로 안쓰러웠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의 로라네였지만 이번 겨울은 그야말로 가장 견디기 힘든 날들이 아니었나 싶다. 겨울이 아니었다면 로라의 아빠나 엄마가 어떤 식으로 일을 해서 가족들을 건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서 고립되다시피 하면서 기나긴 겨울을 보내야 했기에 일을 할 수도 없었고 개척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라 식량을 많이 확보할 수도 없었다. 늘 서로를 아끼고 아끼는 로라네 가족이었지만 겨울이 길어지고 외부와 단절이 되자 그야말로 힘든 나날들이 이어졌다.

  식량과 땔감이 없는 상황에서도 절망으로 치닫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 로라의 가족을 보고 있노라면 훈훈함이 여기까지 전해져 오는 듯 했다. 땔감이 떨어지자 건초를 꼬아서 땔 생각을 하고 밀을 커피 분쇄기에 빻아서 겨우 연명해 간다. 그 일들이 로라를 비롯한 자매들에게 할당되어도 어느 하나 불평하지 않고 그야말로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 로라의 엄마 아빠가 늘 그런 모습을 먼저 보여주었고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에 아이들도 그 영향을 받고 자랐다. 모든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진리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밝은 로라네 가족도 우울하게 만들어 버리는 지긋지긋한 눈보라. 끊겨버린 철길 때문에 기차가 오지 않아 먹을 것을 구할 수도, 봄에 심을 종자들도 구할 수 없을 거란 불안감. 이 모든 것이 엄습했지만 그야말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식량이 정말 모두 떨어져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왔다. 밀을 구할 수 없다면 로라네 가족뿐만 아니라 읍내의 많은 사람들이 겨울을 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앨먼조와 그의 친구 캡은 밀을 찾아 위험한 여행을 떠난다. 어떤 농부가 밀을 수확해 저장해 놓았다는, 그야말로 위치도 정확성도 없는 소문만 듣고 용감하게 떠난 여행에서 그들은 밀을 구해왔고 그 밀로 많은 사람들이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전부터 앨먼조의 성실함과 정직함이 마음에 들어 로라와 얼른 진도가 나가길 바라고 있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앨먼조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졌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기차가 들어왔고 식량을 구할 수 있었다. 로라의 가족에겐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배달되고 우울하고 길었던 겨울이 끝나 나조차도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 따스한 봄이 온 것처럼 긴 겨울의 추억을 털어 버리고 좀 더 희망찬 이야기들이 이어지길 바랐다. 안 그러면 그 우울의 여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겨우내 이 책을 묵힌 보람을 찾듯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순식간에 읽어 버렸다. 결혼할 때 선물 받은 이 시리즈를 2주년을 한 달 앞두고 읽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책인데 느낌이 충만하면 묵혔던 시간이 민망할 정도로 후루룩 읽어 버린다(그래서 책장에 묵히고 있는 책들에 대해 늘 당당하다.). 한편으론 결혼 선물로 받은 이 책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나는 로라의 가족처럼 다정한 가족을 꾸리고 있는지 생각하자 바로 고개가 저어진다. 늘 남편 탓만 하고 있는 내가 많이 부끄러우면서도 나 먼저 다정다감해지자 하면서도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로라의 가족이 얼마나 화목하고 끈끈한 가족애를 갖고 있는지 더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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