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남자들! 문학동네 청소년 10
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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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에 위치한 중학교를 다니면서 종종 친구들과 주말에 시내에 나와 돌아다닐 때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사람도 많았고 돌아다닐 곳도 많았다. 지금 그 시내를 가보면 정말 작은 곳이라 특별히 할 일이 없을 정도인데 그 당시에는 뭐가 그리 좋아 깔깔거리며 다녔는지 모르겠다. 친구들과 그렇게 시내에 나오면 꼭 들르는 곳이 노래방이었다. 지금처럼 시간제가 아니라 곡 수를 따지는 곳이라 신중하게 노래를 골라 불렀다. 정말 좋아하는 노래만 간추려서 끝까지 불렀고, 중간에 누군가 음악을 끊는다던가 끼어들어서 함께 부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오로지 상대방이 선택한 곡을 존중해야 했고 진중하게 들어주며 호응을 해줘야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은 다 함께 부를 수 있는 곡으로 마무리했다.

 

  이 책을 읽으니 수없이 갔던 노래방 중에서도 중학교 때 갔던 노래방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노래방이라는 신세계를 만났던 때이기도 했고 한참 서태지를 좋아할 때라 그곳에서 서태지 노래를 뽐낼 수 있다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오로지 노래를 부르기 위해 갔던 노래방. 회식 후에 들르는 노래방과 절대 같을 수 없는 그야말로 질적으로 꽉 찬 시기였었다. 책 속의 주인공 나금영이 노래방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자부하던 시기가 시시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노래방이 삶의 터전인 아이가 있다. 노래방에 가본 사람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이름 금영. 노래방 딸 이름치곤 너무 뻔한 이름 같지만 나름대로 노래방에 대한 인생철학이 있다. 기분에 따라 자유자재로 노래방 선곡을 하는 것은 물론 17살의 희노애락이 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금영처럼 신나게 때론 슬프게, 철학적이게 노래방에서 놀진 못했지만 노래방이란 장소에 얽힌 추억들이 떠올랐던 건 사실이다. 나금영의 나이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나금영이 강동원에 빠져 있는 것처럼 나도 서태지에 열렬히 빠져 있었고 모든 기준이 서태지였다. 그런 부분에서 당시의 나와 나금영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고, 만화 캐릭터 같은 친구들이 곁에 있진 않았지만 그 당시 꼭 붙어 다녔던 친구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애 엄마가 되어버린 내 친구들.

 

실력 있는 반주자와 신이 내린 목소리가 어우러진 전문가의 음악이 실용이라면, 노래방의 음악이야말로 예술 그 자체다. 잡음 섞인 반주에 불안한 음정으로 질러대는 그 노래야말로 100퍼센트 순수한 예술인 것이다.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실용적 음악이 아니라 오직 내 안의 나를 위한 진정한 예술이라고나 할까. (14쪽)

 

  나금영을 만나면서 자연스레 떠오른 노래방에 얽힌 추억 때문에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지만 나금영의 친구들과 함께 얽혀 들어가는 고민들과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고등학교 시절도 떠오른다. 진로에 대한 고민, 이성에 대한 호기심, 외모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등 나에게도 그런 고민을 하고 부끄러워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기억들이 말이다.

 

노래방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에 빠져 순식간에 읽어버렸지만 무엇보다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어느덧 주인공 나이의 2배가 되어버린 내가 여전히 어색하긴 하지만 그때의 나도 또 다른 모습의 일부분이었다고 인정하면 이제야 그런 적도 있었다며 수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담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놀라우면서도 세월의 힘이라는 생각에 괜히 이런저런 추억들이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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