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혀
앤드루 윌슨 지음, 나중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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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비밀을 알기 전과 후는 비밀의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진다. 얼마 전에도 비밀 연애담에 대해 듣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 사람들이 달리 보였다. 몰랐다면 편하게 대했을 사람들이 조금은 어색하게 다가왔던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의 만남이었고 나는 완전히 동떨어진 사람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누군가의 비밀을 알게 된다는 건 호기심이 동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사실을 알아버린 것에 대한 후유증도 감당해야 하는 법이다.

 

  작가 지망생인 아담 우즈는 <토론 모임>이라는 소설로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오랜 세월 칩거하고 있는 크레이스의 저택에 도우미로 들어가게 된다. 우즈는 크레이스가 왜 칩거하게 되었는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애제자와의 관계는 무엇인지를 하나씩 파헤쳐 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우즈의 사악한 내면과 성공에 대한 욕망은 살인을 저지를 만큼 거침없다. 크레이스가 칩거해온 삶과 결정적인 이유가 맞물려 인간의 어두운 면모를 드러내고 거짓말과 속임수 속에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드러나고 있었다.

 

  우즈가 크레이스의 저택에 들어가는 과정은 무척 흥미로웠다. 자잘한 묘사도 뛰어났고, 크레이스의 비밀이 하나씩 벗겨낼 때마다 흡인력은 깊어졌다. 그러나 크레이스의 비밀을 알고 하나씩 풀어나가는 우즈가 시간이 흐를수록 진실 되지 못한 인물로 번져가는 것이 아쉬웠다. 우즈가 여자 친구를 뺏어간 강사에게 저지른 복수가 <토론 모임> 속의 범죄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면서 진실 되지 못한 내면의 아쉬움이 어떻게 변형되어 가는지를 지켜볼 수 있었다. 크레이스가 쳐 놓은 덫에 걸려들어 살인은 물론 협박, 거짓말 등을 거침없이 하는 것을 보고 인간이 얼마나 악랄해질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게 되었다. 우즈의 그런 본성이 드러나는 과정은 흥미로울 수도 있으나 범죄와 직행되는 과정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루는 것에 통쾌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어둡기도 했다.

 

  저택에서 크레이스를 속이기 위해 유도하는 부분이 조금 빤했고 영국으로 건너가 그의 비밀을 캐는 부분이 상당부분을 할애해 흐름이 끊기는 감이 있었다. 또한 초반과 소설의 중간 중간에 두어 번 더 언급되는 물음표의 의미가 크게 부각되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우즈가 거짓말을 하고 영국에서 크레이스의 과거를 캐는 동안 크레이스 또한 그 시간에 다른 일을 꾸미고 있을 거라는 추측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연속된 범죄와 과거의 들춰짐에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음에도 살인까지 저지르며 모든 비밀을 안고 온 우즈와 크레이스의 향방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즈가 사악하게 변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곰곰 생각하면서 타인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성공을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너무 오랫동안 사람들의 외면을 받다보면 이러 저러한 유혹이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외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런 유혹에 넘어가면 어떠한 결과가 드러나는지 이 소설이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본성에는 얼마나 다양한 감정들이 숨어 있는지! 오늘도 나는 사악한 생각들과 충동적으로 뻗어 나오는 행동들을 꾹꾹 누르며 선한 면을 보여주려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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