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천왕기 1 - 형제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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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천왕기』를 처음 만난 것은 7년 전, 『퇴마록』의 말세편을 읽고나서였다. 고등학교때부터 20대 초반까지 열심히 『퇴마록』을 읽다 <말세편>을 2004년 말에야 읽었다. 『퇴마록』을 좋아하는 팬으로 결말을 아껴둔 둔 것이었는데, 읽고보니 그 여운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읽게 된 것이 『치우천왕기』였고 기다림끝에 8권을 읽은 것이 2005년 1월, 그리고 2011년 4월에 드디어 완결을 만나게 되었다. 너무나 반가워 이미 8권까지 읽었음에도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줄거리가 가물거린 탓도 있었고 무엇보다 새롭게 나온 책을 소장하고 싶었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내게, 그것도 한국형 판타지에 푹 빠지게 해주었던 『퇴마록』. 나의 고등학생 생활을 떠올릴 때면 꼭 생각나는 책이 『퇴마록』이다. 자연스레 『치우천왕기』까지 뻗어나간 재미와 놀라움은 국외소설에만 심취해 있던 내게 절대 뒤지지 않을 한국 판타지 세계를 펼쳐주었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였고,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나만의 상상력으로 만들어가는 세계이기도 했다. 『치우천왕기』를 다시 읽어가면서 잊혔던 세계가 생생히 재현되는 듯 했고, 묻혔던 나만의 잠재 공간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그 정도로 나에겐 추억이 깃든, 이루 말할 수 없이 벅찬 경험이 아닐 수 없다.

 

  1권을 다시 읽으면서도 잊을 수 없는 이름 희네와 나래(후일 치우천, 치우비)를 만나자 옛 친구를 만난 듯 모든것이 반가웠다. 그들이 수 많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어떻게 성장해 갈지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해내고, 그 과정을 낱낱이 함께하고 싶어 조바심이 일었다. 그들의 등장만으로도 흥미로웠고 꿋꿋하게 신념을 지켜가는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가 듬직했다. 희네와 나래는 동북아 일대에서 가장 큰 나라인 주신의 십삼대 사와라 한웅의 행차에 함께하는 사울아비로 등장한다. '태산에서 있을 부족 간의 대회의'에 참석한 사와라 한웅을 지키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었고, 아직 어리고 경험이 없어 가까이에서 보필하지 않는 사울아비였다. 태산회의가 얼마나 큰 모임이고, 얼마나 많은 부족들이 모이는 것인지 그들의 등장부터 점진적으로 뻗어나가는 이야기에 나의 상상력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치우천왕기』 1권의 부제가 <형제>인 만큼, 희네와 나래가 얼마나 끈끈한 형제애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에 대해서 수없이 드러난다. 아직은 미미한 존재인 그들을 앞세워 주신이란 나라를 필두로 다양한 족속들의 모습과 그들이 이끌어나갈 새로운 세계, 그들이 맞이할 드넓은 세계를 어김없이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당면한 소소한 일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는데, 무엇보다 희네가 선인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절맥으로 인해 절게 된 다리때문인데 그런 희네를 위해 신수 곁에 자라는 아홉구비를 구하고 그들의 어머니는 목숨을 잃게 된다. 그렇게 어머니의 목숨과 맞바꾼 아홉구비를 희네는 동생 나래에게 먹인다. 나래는 형이 자신에게 아홉구비를 먹인 이유를 알기에 다리를 꼭 고쳐주고 싶었고, 주신의 사울아비라는 신분 때문에 형의 비밀을 무조건 감추어야 했다. 그래서 태산회의 도중 몰래 선인을 찾아 나섰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발귀리, 지나족의 염제신농인 유망, 카린족의 쑤앙마이까지 찾아가게 된다.

 

  아직 어떠한 힘을 갖추지 않은 희네와 나래의 형제에게 태산회의는 단순히 사와라 한웅을 보필하는 역할만 경험한 것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앞으로큰 힘이 될 다양한 종족의 벗들을 사귀게 되고, 맥달을 만나기도 하며, 다리를 고치려다 오히려 위험에 빠지고, 그로 인해 유망이 품고 있는 비밀을 알게 된다. 유망은 다른 부족을 공격하여 주신을 누르고 지나족을 가장 강대한 부족으로 만들려는 뜻을 품고 있었다. 그것을 제지하려는 사와라 한웅을 공격하는데에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고 1권의 끝에서 위험에 처한 한웅의 모습이 그려져 긴박감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음모 가운데에 희네와 나래가 중요한 인물로 얽히기 때문에 그들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1권의 내용은 앞으로 펼쳐질 대장정의 시작에 불과했다. 많은 일들을 예고하고 있었지만 1권이라 아직 커다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인지, 태산회의 도중 많은 종족들이 모여 흥겹게 어울릴 때 희네의 총명한 두뇌와 나래의 괴력이 발휘되는 부분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그 과정에서 한웅님께 형제의 오랜 걱정이었던 성인식을 치룬것으로 인정받고, 새로운 이름까지 얻은 것이 큰 수확이었다. 희네의 비밀이 드러나도록 혹독한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것이 무척 다행이었고, 오래전에 지어놓은 이름이지만 희네는 치우천, 나래는 치우비로 새로운 세계로 나갈 준비를 마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너무나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이라서 그런지 내용을 요약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반면 2권이 읽고 싶어 몸이 달아 오른다. 하지만 한 권씩 정리를 해 나가지 않으면 이 이야기를 쉽게 잊어 버릴 것 같아 불안하다. 이제 겨우 『치우천왕기』 속으로 한발짝 걸음을 뗐을 뿐이니, 이 시작을 잘 간직하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낙이 생기는 것 같아 무척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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