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이 사는 나라
데이브 에거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언니네 집에 얹혀 살 때 거실 책장에는 어린이 책이 가득이었다. 네 명의 조카들이 볼 책들이라 책장이 차고 넘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동화책은 거들떠도 보지 않던 내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집어 들었던 것은 또렷이 기억난다. 막내 조카가 잠들기 전에 꼭 이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언니들에게 졸라대서 도대체 뭔 내용이기에 이러나 싶어 궁금했다. 그렇게 집어든 책을 읽고 약간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이라면 알록달록 예쁠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어두워도 되나 싶어서였다.

 

그렇게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읽고 충격을 받은 후, 동화책은 내가 생각하는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씩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이들만 읽는다는 편견을 깨트리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보게 된 것이 이 책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기억 속에 묻어놓고 있었는데 소설 버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다시 한 번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과연 소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막연히 동화책의 저자 모리스 센닥이 소설을 썼을 거라 생각했는데, 영화 각색 작업에 참여했던 데이브 에거스 작가가 쓴 책이었다. 저자 또한 동화책의 팬이어서 흔쾌히 각색 작업에 참여를 했는데, 영화가 만들어진 후에 모리스 센닥으로부터 소설을 써보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소설로 탄생될 밑거름을 만들고 있었다.

 

짧은 동화책을 소설로 쓴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짧은 이야기에 상상력을 덧대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를 각색한 자료로 소설을 썼다고 해도 모리스 센닥의 명성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야기를 꼼꼼히 구성해 나갔고, 독자로 하여금 좀 더 상세한 인물들을 만나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맥스가 괴물들이 사는 곳으로 가게 된 여정, 그곳에서의 모험,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이 저자의 손에 의해 동화책의 명성을 뒤로하고 하나의 소설로 탄생하게 되었다.

 

주인공 맥스는 꾸중을 듣고 집을 나서게 된다. 이혼한 엄마, 사춘기를 겪고 있는 누나, 엄마의 남자친구까지 모두 맥스를 걱정스레 바라본다. 누나의 방을 물바다로 만들고 꾸중을 듣고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선물 받은 늑대 옷을 입고 집안을 돌아다니던 맥스는 더 이상 가족의 시선을 참지 못하고 집을 나선다. 한참을 달려 강가에 도착한 맥스는 보트를 발견하고 그 길로 모험에 나선다. 오랜 항해 끝에 한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괴물들이 사는 나라였다.

 

몸집이 큰 괴물들에 겁을 낼 법도 하건만, 맥스는 괴물들 사이를 호기심을 잔뜩 품은 채 돌아다닌다. 괴물들도 맥스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그런 괴물들과 실컷 어울리지만 괴물들은 맥스를 잡아먹으려고 한다. 기지를 발휘해 맥스는 자신이 괴물들이 왕이라 칭하고, 다시 괴물들과 친해진다. 그러나 여덟 살 맥스가 이 괴물들을 지배하기란 역부족이다. 괴물들의 리더인 캐서린과는 친해져 우정을 나누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괴물들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캐서린과 맥스의 관계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괴물도 있고, 맥스의 의견에 무조건 동조하지 않는 무리도 있었다. 수많은 에피소드 가운데 괴물들이 사는 이곳에서도 현대 사회와 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갔다.

얼핏 『파리대왕』이 떠오를 정도로 괴물들과 맥스의 에피소드가 얽혀들었다. 내용은 판이하게 다를지라도, 『파리대왕』에서 아이들이 패로 나뉘어 서로 권위를 차지하려 했던 모습이 괴물들과 맥스의 행동들에 오버랩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그렇게 무겁다는 얘기는 아니고, 맥스가 괴물들과 함께 한 모험들 가운데서 일어나는 또 다른 요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쉽게 장면전환이 되는 구성 속에서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 보았음직한 모험이 맥스를 통해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맥스가 괴물들의 나라에 당도한 과정은 순탄치 못했을지라도, 이곳에 와서 괴물들과 우정을 나누고 실컷 모험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으리라 생각한다. 말도 없이 집을 나와 가족들을 걱정시켰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은 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간 집에서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한다. 맥스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데에는 캐서린과의 아쉬운 이별이 있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맥스는 좀 더 씩씩한 아이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동화책과 소설책을 모두 읽고 나니, 같은 이야기면서도 다른 이야기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동화책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짧은 모험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면 소설은 긴 모험 속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기분이다. 동화책이 아쉬웠던 독자에게는 소설 버전이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 같고, 소설을 먼저 접한 독자라면 동화책의 강렬함도 맛보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인 만큼 이렇게 다양하게 팬 서비스를 해 주는 것이 독자들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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