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10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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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홍루몽 9권을 순식간에 읽고 나자,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 바로 10권을 꺼내 읽으면서도 11권에서는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조바심이 났다. 이렇게 금방 읽을 것을 3년 동안 방치해 뒀다고 생각하니 계면쩍으면서도, 이제라도 읽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열정을 이어서 읽다 만 다른 장편들도 꼭 읽어야겠다고 거듭 다짐하면서 끝을 향해가고 있는 홍루몽에 온 힘을 기울였다.

 

  10권에서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던 가씨 집안의 몰락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었다. 결국 원춘 귀비가 후사를 남기지 못하고 죽었고, 보옥은 태어날 때 물고 나온 통령옥을 잃어 버렸다. 온 집안을 이 잡듯 뒤지고, 점을 쳐봐도 구슬이 나오지 않자 많은 식구들이 걱정하는 가운데 보옥은 백치가 되어 버렸다. 늘 혼미한 정신세계에 빠져 있었고, 말도 제대로 못했으며 거기다 대옥에 대한 마음 때문에 상심까지 해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잃어버린 구슬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 가족들은 그런 보옥을 보면서 혼사를 준비한다. 보채와 맺어지면 액운이 떨어져 나갈 거라 생각하고 혼사를 서두르는데, 대옥이 그 소식을 듣고 만다. 오로지 대옥 생각에 빠져 있던 보옥은 설보채가 아닌 대옥과 혼사를 맺을 거라는 식구들의 거짓말에 정신을 반쯤 놓은 상태에서도 희희낙락 거릴 뿐이었다.

 

  한편 보채가 신부인 것을 알아보고 실망할 보옥을 위해 신부 바꿔치기까지 감행한 집안 어른들에게 대옥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물론 대옥이 몸이 약하고 예민하며 누구나 칭찬하는 성품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하녀 습인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보채와 보옥의 혼사에 변수를 두지 않았다. 보옥과 대옥이 서로를 아끼는 사이라면, 더더욱 빨리 보옥의 혼사를 치르고 그 뒤에 대옥에게도 짝을 지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보옥은 정신이 온전치 않아 주변에서 시키는 대로 따라할 뿐이고, 대옥은 보옥의 혼사소식을 듣고부터 급격히 몸이 안 좋아지더니 결국 보옥이 혼사를 치르고 있을 때 쓸쓸히 숨을 거두고 만다.

 

  대옥이 보옥 때문에 죽었음에도 어른들의 처사는 인지상정이라곤 느껴질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혼사 준비로 인해 대옥이 아플 때부터 문병도 오지 않았고, 그렇게 명이 짧을 것 같아 보채와 짝을 이뤄줬다느니, 그렇게 죽은 것이 독하다느니 하면서 오로지 보옥이 생각뿐이었다. 대옥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긴 했으나 혹여 보옥에게 누가 될까봐 대옥의 죽음을 알리지도 않았다. 보채는 그런 보옥을 정신 차리게 할 요량으로 대옥의 죽음을 알려 충격을 줘 약간이나마 병의 차도가 있게 한다. 대옥의 죽음 앞에서 가장 마음아파 하며 울어준 사람이 보옥이긴 했으나, 여전히 예전의 자신을 되찾고 있지 못해 슬퍼하는 모습도 마땅치 않았다. 서로 아끼면서도 이어지지 못한 안타까움, 죽음을 맘껏 애도할 수 없는 상황이 점점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런 가운데 보옥의 아버지 가정은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보옥의 혼사를 치르자마자 서둘러 떠났다. 가정마저 없는 대관원은 무언가 듬직한 것이 빠져 나간 듯 했고, 늘 사무업무만 보던 가정은 그곳에서 유도리를 부리지 못해 난처한 일을 연거푸 당한다. 거기다 집안의 분위기를 보자면 대옥의 죽음과 보옥의 병이 완쾌 되지 않은 것 이외에도 설반의 살인사건이 아직 마무리되어지지 않았고, 설반의 부인들은 시동생인 설과를 유혹하려 애를 쓰며, 가근은 여승들과 놀아나 추문을 일으키고, 탐춘은 가정이 머무르고 있는 곳으로 시집을 갈 예정이었다. 집안도 어지럽고, 식구들이 하나둘 씩 떠나가며, 가세가 기울어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대옥의 죽음으로 큰 맥이 끊긴 것 같았고, 보옥은 과연 대옥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생각이 들 정도로 여전히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홍루몽의 대단원은 이제 서서히 끝을 향해가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에 희로애락이 있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변해가는 것이 당연하나 오랜만에 조우한 소설이 급격히 하강세를 보이고 있어 마음이 착잡하다. 이미 알고 있던 대옥의 죽음과 보옥의 혼인을 지켜보면서도 특별하게 다루지 않고, 덤덤하게 소설의 흐름 속에 집어넣는 것을 보고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이야기가 좀 더 비극적으로 마음 아프게 그려질 거라 생각했던 기대가 채워지지 않자, 전체적인 맥락으로 홍루몽의 결말을 지켜볼 필요성을 느꼈다. 가씨 집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보옥과 대옥이 중심성산에 있긴 하지만 워낙 등장인물이 많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굴곡을 보여주고 있기에 몇몇의 인생을 놓고 소설의 전반을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꼭 가씨 집안의 이야기에 틀을 가둘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인생을 돌아본다는 생각으로 객관적인 시각을 키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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