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아널드 베넷 지음, 이은순 옮김 / 범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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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나의 일상에 조금씩 활기가 돋고있다. 남들이 느낄 정도는 아니고, 내 스스로 돌아봤을 때 그런 기분이 든다는 뜻이다.  혼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시간이 축적되어 감에 따라 그런 느낌은 짙어진다. 최근 나에게 그런 활력소가 되어 준 것은 다시 시작한 수능 공부다. 두 번이나 봤지만,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 터라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제대로 도전해 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한번 더 용기를 냈다. 하지만 혼자서 하는 공부라 큰 자극이 없어서인지 번번히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 지인의 충고에 따라 블로그에 하루 공부에 대한 후기를 남기면서부터 자신감이 생겼고, 많은 분들의 격려 가운데 힘을 얻고 있어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된 시간은 정말 얼마 되지 않지만, 그 전의 생활을 돌아봤을 때 괜찮은 하루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책에 관심이 많아 온통 책에 짓눌린 나날을 보내다보니,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리뷰를 쓰는 일이나 쌓여가는 책을 바라보는 일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물론 내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이었고, 앞으로도 멈출 생각은 없다. 하지만 온통 책에만 쏠려 있는 시간들 속에 나를 돌아볼 여유가 줄어 들고 있었다. 즐거운 자세로 임하고 있으면서도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 그 느낌을 내버려둘 수 없어 시작한 공부였는데, 뜻 밖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렇게 나의 작은 변화에 대해서 장황하게 늘어 놓는 것은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란 책의 가치를 말하기 위함이다.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 받았을 때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이었고, 책에 치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시기였다. 그랬으니 더더욱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흔히 보아온 자계서나 처세서로 치부하고 들여다 보는 것 조차 귀찮았다. 심지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의 예상을 뛰어넘어 주지 못하는 책 내용에 실망하고 있었다. 책을 사준 지인에게 그런 푸념을 해대자 '무척 철학적인 책이니 꼼꼼히 읽어 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샐쭉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대충 눈으로 읽어 나가고 있었는데, 현재의 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 많아 결국은 메모지를 덕지덕지 붙이며 읽고 말았다.

 

  이 책의 무엇이 나의 현재를 드러내고 있었다는 것일까. 앞에서 장황하게 늘어 놓았던 내 일상의 작은 변화였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의 독서생활의 염증을 새로운 목표로 전환을 시킨 일. 그 일이 주는 파급효과를 알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모두에게 주어진 24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식상했다. 그러나 내가 오랫동안 시도하지 못하고 미적거리던 부분을 유머스러우면서도 가볍게, 그러면서도 충분한 메세지를 전해 주고 있었다. 일상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읽었더라면 지나쳤을 책이다. 인간은 완전하지 못하기에 자신이 경험한 후에야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많다. 나같이 평범한 인간에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런 이들을 위해 좀더 빠른 깨달음을 제시해 주는 책들이 널려 있음에도 깨닫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기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책을 만났으니 기분이 묘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모두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각자의 일상은 너무나도 각양각생이라 똑같이 주어진 조건은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이 책의 주요대상은 하루의 1/3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고 지쳐서 집으로 돌아가는 직장인이었다. 퇴근 후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화두가 주류다. 그렇지만 꼭 회사원들에게 국한된 제안은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읽으며 자신의 상황에 대입시켜 볼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5분의 효과, 무언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 만들기, 여러가지의 방법 제시를 통해 일상에서 충분히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별한 내용도 아니고, 어려운 것도 아니였기에 더 지나치기 쉬운 내용들이 내가 직접 겪고 있으니 더 감격적으로 다가왔다.

 

  요즘 내 머릿속에 자주 떠오르는 생각은 어떠한 결과는 하루아침에 뚝딱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적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노력의 축적에 따라 나타난다는 것. 생각에만 그치다 겨우 행동으로 시도해 본 나에게 가벼우면서도 깊이 있는 말들은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거기다 문학을 즐기라는 충고는 '독서'의 시간을 줄인 나에게 보상을 해 주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좀더 도약할 수 있는 자신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보라는 제안. 절대 불가능 한 것들이 아니고,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습관을 바꾸고 생각을 바꾼다는 사실이 쉽지는 않지만, 조그만 변화를 시도해 봄으로써 갖게 되는 뿌듯함은 분명 남다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그 느낌을 조금 알고 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처지와 스타일에 맞게 충고에 따라 시간 조율을 한다면 '살아있다'라는 기분이 들 것이다. 능력이 부족해 이 책이 주는 메세지를 충분히 전하지 못했지만, 현재의 자신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작은 시작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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