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은혜 - 맥스 루케이도
맥스 루케이도 지음, 정성묵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심한 감기가 걸리고 나니, 건강했던 며칠 전이 무척 그리워 진다. 맘껏 책을 보며 뒹굴거렸는데, 지금은 무엇 하나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미지근한 물과 뜨거운 차를 연거푸 들이마시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건강할 때 지킬걸' 하는 후회가 든다. 건강할 때는 다른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더니, 몸이 아프니 오로지 건강했던 시절만 그리워 진다. '몸만 아프지 않았더라면'을 전제로 하루 스케줄을 상상해보지만, 여전히 마음만 앞서가고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 내일도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아프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안절부절이다. 그런 마음 가운데 나를 스쳐가는 단어는 '감사'이다. 건강할 때 건강한 몸을 주신 것을 감사하지 못하고, 건강한 몸을 제쳐두고 다른 걱정에 얽매이느라 효율적인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여전히 경험을 해야만 깨닫는 얇팍한 마음을 지닌 나였다.

 

  몸이 아플 때까지도 '감사'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았다. 몇 권의 책을 통해 알게 된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의 신간 <주의 은혜>를 마주하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었다. 책을 처음 읽었을 당시에는 몸이 아프지 않았기에 별 다른 느낌없이 휙휙 읽어갔다. 그렇게 대충 읽는 모습이 못 마땅했는지 감기가 내게 들어왔다. 그것도 온 몸을 마구 훑고 지나가는 지독한 감기였다. 그런 상태에서 책을 펴니 글자가 눈 앞에서 뱅뱅 돌았지만, '감사'가 생각이 났던 것이다. 

 

  목사님은 짧은 문장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짧은 글과 간단한 성경말씀,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사진 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광경을 보는 것 같았다. 사진들은 자연을 그리기도 하고, 추상적인 것,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들을 그려내기도 했다. 그 사진에 어울리는 성경말씀과 목사님의 글을 보고 있으면 편안했다. 굳이 신앙과 연관된 책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읽어도 좋을만큼 부담이 없다. 하나님께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보다 진하게 배어 나온 책이었다.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목사님은 하나님의 마음을 글과 사진, 말씀을 통해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하나님이 나를 상상 이상으로 사랑하시는 것을 믿지 않자, 그에 대한 증거를 들이미는 것 같았다. 일상에서 하나님을 만날 기회가 얼마나 많은지,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많은지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었다.

 

  사랑, 기도, 축복, 은혜 이 네가지의 주제가 이 책의 중점이었다. 모두 '예수님처럼'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을 정도로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느낄 수 있도록 보여 주었다. 언젠가 설교시간에 그런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하나님께 구하지만 말고, 나를 알아달라고 떼만 쓰지 말고, 하나님을 알아가도록 노력해 보라고 말이다. 그 당시에는 그 말이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 왔었다. 따지고 보니 하나님은 나에 대해서 모두 아시고 계시는데, 나는 하나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기도라는 수단으로 고백하게 만드셨는데, 나는 떼를 쓰고 때로는 협박까지 하고 있었으니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기억이 떠오르자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상대는 독자인 '나'라고 생각되어 졌지만, '하나님'을 알아가기 위해 '나'를 집어 넣어 관심을 끌려는 마음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얼마나 '나'가 하나님을 알아가려고 하지 않았기에 친절히 하나님을 알리셨을까. 친절히 알려도 하나님의 존재를 오해하고, 부정하는 무리들이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인정하기 싫지만 그것이 나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마음에 담아 둘 필요는 없다. 그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다 받아 들이라는 뜻이 아니라, 짧은 시간 동안 틈 나는 대로 하나님과의 교감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많은 감정들이 이입 된다. '우리의 기도는 반드시 열매를 맺'으므로 들으시는 하나님에게 힘이 있다는 말씀. 하나님의 목표는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걸 주신'다는 말씀. '하나님은 당신을 포기하느니 독생자를 포기하는 편을 택하시리라'는 말씀. 이렇게 다양하게 우리의 마음밭에 떨어지는 말씀을 잘 묻었다가 다시 싹이 돋게 하면 되었다. 하나님이 나를 위해 마련해 놓은 편지라고 생각되어 질 정도로 나의 마음을 잘 알고 계셨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실천하고, 하나님께 온전한 기도를 드리며, 은혜를 구하면 되었다. 내게 와 닿는 말씀을 듣고 깨닫고 실천한다면 그야 말로 금상첨화였다. 그런 믿음이 있을 때라야 감사가 나오고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귀한 시간을 '주의 은혜'를 통해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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