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의 비밀 시공 청소년 문학 2
앤 놀란 클라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청소년 문학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읽고 있다. 잘 알지 못하는 작품이라도 청소년 문학에다  아동문학상인 뉴베리 수상작이라고 하면 관심을 더 갖게 된다. 이 책이 그랬다. 한참 불타오르는 청소년 문학에 더 불을 붙일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책을 덜컥 사온 것이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내가 그동안 만나왔던 청소년 문학처럼 흡인력 있게 읽어지지 않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기 보다는 잉카 인에 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기에 읽는 것이 녹록치 않았음은 물론 낯선 잉카문명에 대한 이질감을 떨치지 못해 곤역을 치루기도 했다.
 

  쿠시는 추토 노인과 함께 라마를 기르며 살고 있다. 쿠시가 사는 곳은 안데스 산맥의 고지대였고, 사람이 드문 곳이라 어린 쿠시 외로웠다. 하지만 자기 곁에는 듬직한 추토 할아버지와 라마, 그리고 거대한 자연이 있었기에 쿠시는 현재의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을 하며 살았다. 단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자신의 가족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안은 채 말이다. 그런 쿠시의 마음은 산 아래 인디오 가족을 지켜 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단란해 보이는 가족은 땅을 일구며 살고 있었고 행복해 보였다. 쿠시도 불행하지 않았지만, 자신과 추토 할아버지, 라마들로 이루어진 구성원 보다는 산 아래 인디오 가족이 더 단란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추토 노인이 쿠시와 함께 산 아래로 내려간다. 고지대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쿠시는 그 여행이 설레면서도 궁금했다. 세상에 대한 궁금증 보다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더 많았기에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반가움이 앞선다. 그러나 친구를 사귈 틈 없이 쿠시는 추토 할아버지가 이끄는 대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물물 교환도 하고, 소금을 만들어서 오는 등 피곤한 날을 보냈다. 처음에 갖었던 호기심은 어느 새 사라진 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사랑하는 라마들을 돌보며 자연 앞에서 자유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은 것이다. 그 여행을 통해 쿠시는 많은 것을 깨달아 갔지만, 그래도 추토 할아버지가 알고 있는 지혜, 할아버지가 행하는 의식, 할아버지가 읊조리는 것들을 이해하기는 역부족이다. 자신의 태생에 대한 궁금증, 앞으로의 삶에 대한 막연함은 할아버지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깊어져 갔다.

 

  그런 쿠시를 잘 아는 것은 추토 할아버지였다. 추토 할아버지는 큰 결심을 한 듯, 쿠시를 떠나 보낸다. 라마들을 데리고 도시로 나가게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추토는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지만, 감흥을 느끼기도 전에 자신의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혼자서 하는 여행임에도 라마들이 있어서 두렵지 않았고, 도시에서 가족의 구성원 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새로운 문명을 만나 보기도 하는 큰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 보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여행이 되었다. 쿠시는 그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추토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기라고 말한다. 그런 쿠시를 받아들이는 추토 할아버지는 쿠시의 태생에 대해 말해 주고 태양을 향해 의식을 치룸으로써 쿠시를 잉카 제국의 부활을 여는 새로운 사람으로 인정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들은 상상하지 못한 채, 청소년 문학이라고만 생각하고 읽었기에 흡인력 있게 다가오지 못한 내용에 투덜거리만 했었다. 그랬기에 책을 읽고 나서도 책의 흐름을 매끄럽게 감지할 수 없었다. 옮긴이의 글을 통해  에스파냐의 침략으로 무너져 버린 잉카제국의 부활을 꿈꾸며 잉카족이 에스파냐를 상대로 싸울 시기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배경을 알고 나니 그제서야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건함이 묻어져 나왔다. 그런 시기에 어린 쿠시는 모든 것을 접은 채 잉카 제국의 부활을 위해서 자신의 전부를 던지기로 결심한다.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 후 쿠시 스스로가 결정한 것이였다. 옮긴이의 말처럼 나 또한 깊고 깊은 안데스 산중에 쿠시를 혼자 두고 떠나온 느낌이 든다. 그러나 쿠시는 그 모든 것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아침마다 해맞이 의식을 할 것이며, 라마들을 돌보고, 추토 할아버지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잉카 제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고, 잉카 제국의 중심에 쿠시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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