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우주에 마법을 걸다 - 현실에 대한 통합적 비전의 등장
에르빈 라슬로 지음, 변경옥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주로 읽는 책들은 문학위주라서 이런 책들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이다. 내게 너무 낯선 장르여서 그렇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를 알아 간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과학책이라면 읽어본 기억이 없어서 낯섬도 두려움도 더 깊었다.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 버린 경험이 되어 조금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역시 내겐 새로운 장르의 탐방은 때가 이른 것일까. 책을 다 읽기는 읽었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다. 과학이 우주에게 마법을 거는 것이 아니라 내게 마법을 걸고 있어서 책만 펼쳤다 하면 졸음이 밀려오는 진풍경만 만들어 낼 뿐이었다.

 

  한 때 출판계에서도 콘서트 바람이 불어서 무슨무슨 콘서트라는 제목의 책들로 인해 평상시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장르에 많은 사람들이 다가갔던 기억이 있다. 전문가들이 봤을땐 그런 책들이 겉핥기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같은 일반인들에겐 거부감이나마 없앨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책은 일반인이 읽기엔 무리일 정도로 대중성이 없다. 나의 독서 수준을 의심해도 개의치 않겠지만 전공이나 이쪽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법한 내용들이었다. 물론 나조차 감을 못잡고 있으니 전공분야니 뭐니 떠들어 대는 것이 모순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책의 구성으로 보자면 대충 알것 같다. 소수인들의 의견 나눔이라는 것을.

 

  책의 구성을 보면 제 4부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4부 중에서 1,2부가 저자의 의견이라고는 하지만 3부에 실려있는 다른 사람들의 칼럼들 또한 양의 비중이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1,2부에서 우주가 마법에 걸린 혹은 과학이 우주에 마법을 거는 것을 피력했다면 그 이론에 대한 여러사람들의 칼럼들이 중반에서 후반부를 차지한다. 그 칼럽들을 통해 저자의 이론에 대한 뒷받침이 되었다면 그 부분을 높이 사겠지만 되려 혼란과 난해함을 주고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칼럼을 보아도 저자의 이론에 대한 칭찬과 격려만 기억날 뿐 무슨 얘기들을 한 것인지 부끄럽게도 나는 알 수가 없다. 전문적인 용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생각 되지만 흐름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고 과학에 무지 상태라고 해도 무방할 나에게는 벅찰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과학책으로만 볼 수도 없었다. 나에게 과학은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을 무조건 등한시 한다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자가 말하는 과학은 좀 달랐다.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인간의 의식의 일부분이나 체험과 사례들을 거부하지 않고 있었다. 되려 그것은 우주와 과학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었으므로 흥미로운 부분도 없진 않았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움이 크지 않아 아쉬웠을 뿐 적어도 과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조금이나마 벗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거기다 인간 내면의 깊은 성찰을 다루기도 해서 과학이 아닌 철학책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어쩜 과학은 인간이 세계와 세계속의 자신을 이해하려는, 영원한 추구의 일환이다(p.157)라는 말을 거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무조건적인 첨단만을 추구하는게 과학이다라고 생각했던 내게 라슬로의 주장은 인간에게 동떨어질 수 없는 과학을 만나고 있었다. 인간에게 동떨어짐이 단순하게 그려지는 편리가 아닌 나의 존재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이 책에 담겨있는 메세지는 인간을 갈라놓는 분열보다는 인간의 화합을 주장하는 것이라(p.161) 했다. 과학과 우주, 그리고 인간의 사이에서 화합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너무나 동떨어진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의 이론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보는 저자의 이론에 대한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조금씩 깨달을지도 모른다.

 

  분명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난해하고 나를 이해하고 인간과 화합을 만들어 내는게 과학과 우주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나 또한 이 책이 말하고자 함을 제대로 꿰뚫지 못하고 어정쩡한 반응밖에 보일 수 없으니 할말 또한 많지 않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과학이, 내가 생각하는 우주가, 내가 생각하는 인간과의 관계가 조금은 편견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우주에 마법을 걸듯, 나의 의식 속에서 이미 마법의 영향이 미쳐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을지 모르므로 내가 기억하고 있는 소수의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려 한다. 내가 알게 될 것과 찾게 되는 것이 많지는 않겠지만 미래에 마주하게 될 예측할 수 없는 앎의 방향에 조금이라도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난해하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헛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분명 언젠가는 무릎을 탁 치며 '그때 그것이 그것이였구나' 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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