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의 문답 범우문고 179
이규보 지음, 장덕순 그림 / 범우사 / 200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첫머리에 '이규보 론'에서 이규보의 수필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이규보하면 고려시대의 문신으로써 그의 작품이 많이 소개 되었지만 그의 수필은 많이 묻혀 있었다고 한다. 요즘에서야 수필도 하나의 문학으로 대접을 받지만 예전에는 잡문에 불과했다고 하니 이규보의 수필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의 글을 떠나서 잡문으로 여겨졌던 글의 발굴에 대한 인상깊음 이라고나 할까.

요즘의 수필과 비교할 수 없는 문체와 시대의 차이가 느껴지지만 글을 통한 본질은 충분히 간과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책의 초반에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이야기를 통한 깨달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돌과의 문답'과 '이와 개의 이야기'처럼 모순을 비난하기도 하다가 '게으름 뱅이의 역설'에스는 따스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서서히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드러내 보이는데 초반의 이야기에서도 늘 소재는 일상이였지만 주제에 따라 글의 양상은 판이하게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은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가 한탄을 하기도 했다가 편지의 구절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랬기에 저자에게는 소소한 일상을 하나의 글로 탄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나같은 평범한 인간에게는 일상이 지겨움의 연속이라 이러한 수필을 만날 때면 나의 일상을 뒤집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분명 이규보의 한문체는 글을 완전히 흡수 시키지 못했지만 우리가 읽기 쉽게 요즘의 글로 고치는 것보단 조금은 어렵더라도 이규보가 살던 시대가 녹아 있는 것, 그리고 그의 글 원문이 살아 있는 것, 그점이 좋았다.

나의 일상을 뒤집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수필을 보면서 나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데는 시대의 차이가 문체의 낯섬보다는 공감되는 것이 많기에 어느 정도 이해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일상을 뒤집어 보고 싶다는 충동적인 욕구가 드는 반면 나의 터무니 없는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수필에 대한 다양성 때문이였다.

사물에 글을 붙이고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는 모습에서 글의 소재는 일상에서 나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글의 질은 따라갈 수가 없겠다라는 생각이 어렵지 않게 들었기 때문이다.

창작이라기 보다는 근본적인 마음의 양상이 다르다고 해야 할 터인데 역시 나는 그들의 글을 감상하고 글을 통한 공감대 형성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것이야말로 책을 읽는 즐거움일 것이고 독자의 신분으로써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한다. 그 특권이 부각 때 책을 읽는 보람은 뚜렷해진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수필을 통한 만남을 이루어 잠시 더위를 잊어보길 바란다.

 

 

오타발견

 

p.46 스스로 앙ㄹ지 -> 알지 가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