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박스
아모스 오즈 지음, 곽영미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로 이루어진 책이다..
중간에 전보나 짤막한 글들이 있기도 하지만 상처를 주는 것이든.. 보듬어 가는 것이든...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든.. 모든게 편지로 이루어진다...
전화의 보급 문제도 있었겠지만 편지가 유일한 수단인 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두들 편지를 써댄다.. 뒤로 가면 갈수록 터무니없이 길어지는 편지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지만(내용이 아니라 편지인지라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함 때문이다....) 잠시 쉬고 책을 열면 다시 그들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7년전 이혼한 남편... 그 사이에 난 아들.. 그리고 재혼한 남편.. 그 사이의 딸.. 그리고 그녀... 전남편의 변호사 등...
거침없이 헐뜯고 힐난하고 조소와 비방까지 마다않는 그들의 서신은 우리나라의 정서에 비교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서서히 들어나는 상처들을 파헤치다가도 때로는 감싸주고 치료해주는 자유스러움이 잠시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소중한 것을 놓쳐버리며 살고 있었다.. 서서히 그런 과정을 거쳐 조금은 진실된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그게 행복한 결말이니.. 허무한 결말이니.. 이런 단순함으로 판단하는 대신 그냥 흐름 그 자체였다...
부정하고 솔직함을 보여 주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훌훌 털어내지 못하는 그들의 내면은 정작 음모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고(편지 쓰는 것도...) 그 흐름에 스며든 것이였다.. 그 흐름이 자기의 의도와 계획 없이 멀리흘러가 버린 것이라 해도 그들은 충실했다..
가족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러나 개개인이라고 말하기도 무색한 그들의 얽히고 섥힘이 신기하기도 하고 자유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삶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충실히 만들어가는 다른 사람의 노력 없이는 어긋나기 쉬운 톱니바퀴가 되는 것이다.. 공동체이면서도 개인인 삶... 둘다 소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의 미카엘'이후 두번째로 접하는 아모스 오즈의 작품이였다..
나의 미카엘은 서정적이여서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 어떤 분위기일까.. 많이 궁금했었다.. 엇비슷한 분위기 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모스 오즈의 쌈박함(?)이라고나 해야 할까.... 거칠면서도 유머가 있는.. 그러면서도 간결한.. 그의 다른 스타일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아모스 오즈를 칭송하는 말.. 이스라엘의 대표 작가라는 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다른 작가의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의 책을 읽어보면 이스라엘에 대해서 얼마나 잘 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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