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 그림 속 세상으로 뛰어든 화가 내 손안의 미술관 2
토마스 다비트 지음, 노성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학교 다닐때 부터 그림은 젬병이였다.

지금도 사람을 그려 보라 하면 이상한 괴물을 만들어 내고 조카들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나올 정도로 그림은 내게 이상적이였다. 다행히 열등의식은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그런 내가 그림을 좋아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림을 좋아 하게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그림에 대해서 아는건 없고 우연히 고흐를 좋아하게 되면서 서서히 그림에 대해 친밀감을 갖게 되었고 미술관도 좋아하게 되었고 일반 책들보다 조금 비싼 미술책들도 구입해서 보게 되었다.( 그림을 좋아하기 전에는 그림책을 사서 보는게 이해가 안갔다.)

화가에 대해서나 그림을 통한 해석 뭐 이런것들은 지금도 여전히 문외한이여서 '누구의 그림이구나' 라든가 그냥 '좋다' 이런 정도의 수준이지만 여전히 그림 감상은 내게 동경의 대상이고 존재감을 끌어다 주는 요소이다.

예전부터 알아오던 고흐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그림은 영영 내게 그렇고 그렇게 남아 있었을 텐데. 참 신기하며서도 아이러니하다.

 

각설하고, 고흐의 그림을 보고 그의 삶을 추적하다 보면 같은 네델란드 화가 렘브란트가 나온다. 어디선가 '빛의 화가' 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렘브란트의 그림을 기억하거나 관심을 둔적은 없었다.

그러나 늘 다른 화가들에 대한 호기심은 팽배하기에 이번엔 렘브란트를 골라봤다.

 

어디선가 주어들은 빛의 화가라는 말에 걸맞게 겉표지의 그림은 빛이 난다. 빛이 비추는 것인지 황금 스스로가 빛을 내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빛이지만 따스한 빛 만은 아닌 것 같다.

그림속 주인공은 놀라고 있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씌여진 글자가 아마 그런 원인인 듯 하다. 그림속의 주인공은 성서 다니엘서에 나오는 벨사살 왕이다.

그는 왜 저렇게 놀라고 있는 것일까.

렘브란트의 첫 이야기는 벨사살 왕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느부갓네살 왕의 아들인 벨사살 왕은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선왕이 닦아놓은 나라를 이끌어 가기는 커녕 놀고 먹고 마시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왕이였다. 그런 왕의 횡포는 심해져 간다.

그러던 어느날 엄청나게 큰 궁중연회가 벌여진다. 또 놀자판인 것이다. 벨사살 왕은 술에 취해 선왕때 예루살렘에서 약탈해온 성배에다 술을 마신다. 그리고 연회가 절정에 무르익었을때 갑자기 어둠 속에서 손이 불쑥 튀어 나와 벨사살 왕이 앉은 뒤쪽 벽에 낯선 글씨가 새겨진다. 연회장은 혼란의 장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그 언어는 낯선 언어였다. 그 누구도 그 글시를 해석할 수 없었다.

단 한사람만 제외하고. 그는 바로 다니엘이였다.

그 글이 해석된 저녁 벨사살 왕은 침소에서 살해 당한다.

 

'므네 므네 드켈 브라신'

'하느님께서 왕의 나라 햇수를 세어 보고 마감하셨다. 그리고 왕을 저울에 달아 보니 무게가 모자랐다. 그리하여 왕의 나라를 이웃나라에 갈라 주신다.'

 

즉, 벨사살 왕은 이젠 왕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우리는 자칫 커다란 의문을 지나치기가 쉽다.

수천년 전의 일, 게다가 성서에 글로만 존재하는 벨사살 왕의 연회를 어떻게 그렸으며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렸는가이다.

그림 솜씨도 솜씨지만 렘브란트는 상상력이 뛰어난 화가였다.

그리고 그 지역의 문화와 풍토를 연구하고 모델들로 하여금 그 연회처럼 하도록 자기의 화실에서 한편의 연극을 하도록 하였으니 이토록 사실적일 수 밖에.

그래서 렘브란트의 그림들은 모두다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베껴오는 그림조차 원작보다 훨씬 생동감 있고 사실적이니 얼마나 노력했고 얼마나 재능이 있는 화가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이였다.

그림 속의 인물이나 사물들은 움직임의 한 조각을 떼어온듯 서로 어울려져 있고 따뜻한 느낌조차 든다. 물감을 두텁게 쓰는 그의 화풍의 영향도 있고 책 속에서의 그림들이라는 실재감이 떨어지는 효과도 있겠지만 그의 그림들이 따듯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또 그의 그림에는 빛도 있다.

겉표지 <벨사살 왕의 연회>처럼 빛인지 금빛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의 따뜻한 빛은 렘브란트의 그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빛은 빛이 비추는 곳을 돋보여 줄뿐만 아니라 빛이 비추지 않는 어둠 속을 더 잘 보여주는 효과까지 안고 있다.

 

자신의 변해가는 자화상 속에서도 그는 비처럼 따스한 사람이 되어간다. 그러나 그의 노년은 그다지 평탄치 않았다. 화가가 되면서부터 경제적 어려움은 당해보지 않은 그였기에 무절제한 씀씀이로 어려운 노년을 보냈다.

다행히 그의 화가 인생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별로 없어 마음껏 재능을 펼쳤지만 경제적 부의 유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 같다. 또한 첫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 세명과 부인이 모두 일찍 죽고 두번째 부인격인 유모와 마지막 남은 아들도 렘브란트보다 모두 먼저 죽었으니 렘브란트는 몹시 외로웠을 것 같다.

그러나 그에겐 그림이라는 평생의 동반자가 있었으니 그가 불행했노라고, 노년은 불후했다고 단정짓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이 책은 렘브란트의 삶과 그의 그림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렘브란트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하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을 것이다. 내가 미술에 관심을 갖고 책을 사서 볼때 그 화가에 대해서 모든걸 알고 싶었다. 그런데 겉핧기만 하는 책이 많아서 실망한 책도 적지 않았는데 이 책 '내 손안의 미술관' 시리즈는 그런 책보다 훨씬 무게감이 있었지만 책의 두께와 시리지의 이미지상 렘브란트 외에도 다양함을 싣고 있다.

17세기의 네델란드의 배경이라든가 역사 등 렘브란트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렘브란트에 올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노파심에서 던지는 염려리라.

그러나 렘브란트에 푹 빠져 있거나 관심이 있다면 입문서든 소장용이든 나름 괜찮다는걸 말해주고 싶다.

이 시리즈가 너무 괜찮아 고흐의 책이 세권임에도 또 고흐책을 사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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