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라이프
장 줄리앙 지음, 손희경 옮김 / 아트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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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까다로운 사람인데다 나를 짜증나게 하는 것들도 무척 많다. 그렇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해대서 주위에 있으면 불편한 사람이 되느니, 내 작업을 통해 이런 것들을 코미디로 바꿔보기로 했다.


 

짜증을 코미디로 바꾸려는 시도가 어떤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아 무심코 책장을 넘겼다가 나도 모르게 픽, 웃고 말았다. 급기야는 낄낄대다 박장대소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유머를 발견하려 애쓰는 일은 곧 스트레스 해소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짜증이 이 책을 보는 동안에는 깡그리 잊혔다. 양복을 입고 태연히 발표를 하고 있지만 아랫도리가 축축한 그림이나, 한 남자는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반대편 남자는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그림, 의자 괴물을 나타낸 그림들은 흔히 마주할 수 있지만 세심한 관찰이 아니면 코미디와 연결 지을 수 없는 센스가 돋보인다.

 

 

 

그리고 그런 유머가 왜 즐거운지를 아는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림 속 상황과 배경이 우리 정서와 좀 다를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불편하고, 피곤하고, 짜증이 날 수 있는데 생각의 전환으로 별 일 아닌 걸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용기가 없거나 시선이 두려워 해보지 못한 일탈(?)들로 인해 간접적으로나마 후련함을 느끼면서 불쾌한 감정들을 시원히 날려버리는 기분. 글이 거의 없는 그림으로 이런 기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또한 저자는 매일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면 한 시간 남짓 주변 물건들을 갖고 논다고 했다. ‘창의력 체조’라 부른다고 하는데, 사물을 완전히 새로 인식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세상 속의 예술가’라는 제목이 붙은, 앞선 그림들과 좀 더 다른 창작물을 보고 있으면 주변 사물들도 얼마든지 존재감을 뽐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커피가 들어 있는 머그 두 잔이 선글라스를 낀 사람으로 변할 때나, 하얀 붓이 수염과 머리카락으로 변할 수 있는 모습들은 기발했다. 내가 매일 마주 하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고(?) 친구처럼 혹은 동지처럼 대할 수 있는 시선과 생각이 부러웠다. 그렇다면 나 혼자 늙어가는 게 아니구나(읭?), 혼자가 아니구나 하며 사물들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런 소소한 즐거움이 생긴다면 일상이 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 말이다.

 

집에 책이 많지만 대부분 글씨가 빽빽한 책들이라 아이들은 내 책을 잠깐 열어보고는 닫는다. 그런데 이 책을 다 본 뒤에 침대에 올려뒀는데 4살인 둘째가 책을 계속 넘겨보고 있었다. 책을 아이에게 잘 주지 않는 편인데(조심한다 해도 구기고 접어버리는 걸 많이 봐서), 이 책은 그냥 보게 두었다. 그래서 결국 구겨진 페이지가 생겨버렸지만 왜 저렇게 유심히 보는지 궁금했다. 엄마가 주로 보던, 글씨가 빽빽한 책이 아닌 그림이 가득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떤 마음으로 보는지 묻었으나 대답 불가! 그리고 이튿날인 오늘도 눈 뜨자마자 침대에 있는 이 책을 또 열어서 보고 있었다. 이 책은 오래 소장하고 있어야겠다. 다음에 둘째와 대화가 되면 보면서 뭘 느꼈는지 물어보고 싶다. 이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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