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케이크 비룡소의 그림동화 149
티지아나 로마냉 그림, 디디에 레비 글, 홍경기 옮김 / 비룡소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 음식 프로그램에서 한 배우가 엄마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을 먹으며 눈물을 흘린 것을 보았다. 만든 이도, 그 음식을 먹는 이도 부모님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더 눈물을 자아냈다. 문득, 나도 엄마 음식을 더 이상 먹게 되지 못하면 어떨지 아찔한 생각을 하자 마음이 울컥해졌다. 음식 하나로 몸속에 숨겨져 있던 추억과 맛에 대한 느낌이 살아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감격스러웠다. 내가 엄마 음식을 기억하는 것처럼, 내 아이들도 나중에 내가 해주는 음식을 그렇게 기억해주면 참 좋겠다는 욕심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주인공 모나가 만든 케이크로 전쟁을 끝난 이야기는 좀 남다르게 다가왔다. 약혼자 파올로가 전쟁터에 나가서 너무 슬픈 나머지 울고 있던 모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아마 나였다면 매일매일 울면서 보내다 지쳐버렸을 것 같은데 모나는 도서관을 샅샅이 뒤져 파올로가 돌아오고, 전쟁을 멈추게 할 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마지막 재료를 구하러 적군의 지역까지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부모를 잃은 네 명의 아이들을 만난다. 말도 통하지 않는 그 아이들을 차마 놔두고 올 수 없어서 모나는 집으로 데려온다.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를 잃은 네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온 모나가 참 대단하다 여겼다. 전쟁 중이라 모든 게 풍족하지도 않고, 삭막해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케이크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부디 저 케이크가 전쟁을 멈출 수 있게 하길 바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들과 함께 만든 케이크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저 까만 덩어리에 불과한 모습에 실망했는데, 그날 밤 그 덩어리가 케이크로 변해 있었다. 겉모습은 실패한 것 같았지만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케이크는 점점 커지고 있어서 모나는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케이크를 수레에 실어 전쟁터로 향한다. 모나와 아이들이 옮겨 놓은 케이크에서 너무 달콤한 향기가 나서 서로 싸우던 병사들은 참지 못하고 케이크를 맛본다. 그리고 이내 행복해졌다. 싸우고 있는 이유조차 몰랐던 그들은 그동안 화나고 서로를 미워했던 마음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모나의 간절한 바람대로 전쟁은 끝이 났다. 한참 전쟁을 벌였던 두 나라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파올로도 무사히 모나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파올로와 모나와 네 명의 아이들은 한 가족이 되었다.

전쟁으로 잃은 것이 많았지만 모나와 아이들이 만든 케이크 덕분에 더 소중한 것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전쟁의 참혹함, 이유도 알 수 없는 미움이 모든 것을 삭막하게 만든다는 사실과 부모를 잃은 적군의 아이들과 가족이 될 수 있는 사랑의 힘을 알게 되었다. 정말 ‘마법의 케이크’라고 인정할 정도로 케이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모든 게 전쟁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지만, 모나가 파올로를 생각하는 간절함이 없었다면, 아이들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케이크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 케이크가 지치고 힘든 병사들의 마음을 녹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간절함과 사랑은 때론 마법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깊이 경험한 이야기였다. 내 마음에도 그런 사랑이 넘쳐나길 기도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