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북유럽 Nordic day 어느 날 문득
방지연 지음 / 북노마드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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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아파트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본다. 이제 4살인 둘째는 비행기를 보면 신기해하고, 6살인 첫째는 늘 비행기를 타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국내선을 타봤는데도 기억이 잘 안나보다. 가끔, 그런 비행기를 보면서 나도 훌쩍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그렇다손 쳐도 아이들이 눈에 밟혀 혼자서 여행은 맘 편히 하지 못하겠지만, 조건 없이 어딘가로 갈 수 있다면 나 역시 북유럽을 가보고 싶다. 예전에는 아를, 프라하, 크레타 섬 등이 가고 싶었지만 요즘엔 북유럽을 궁금하다. 그래서인지 책장에 꽤 오랫동안 꽂혀 있었음에도 며칠 전 우연히 발견해 단숨에 읽어버렸다.

 

저자 또한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 북유럽이라고 했다. 약 보름동안의 헬싱키, 스톡홀름, 코펜하겐의 여행기를 담겨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여행 취향이 확고하게 드러나 있다. 어떤 도시를 가면 관광지 위주로 다닌다던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기 마련인데 저자는 후자에 더 강하다. 저자는 천, 그릇, 공예, 예술, 디자인 등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얽혀 있는 숍과 공장, 박물관을 주로 견학한다. 북유럽 국가라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느낌들이 비슷했는데 한참 우리나라에 북유럽 열풍이 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디자인이 깔끔하면서도 유연하고, 일상생활에서 쓰는 물건들이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이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있었다. 여름이 짧아 갈망하듯 그릇에 초록색 나뭇잎을 넣는가 하면, 큼지막한 꽃 모양이 이렇게 예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거기다 시장이나 벼룩시장 같은, 도시의 활력을 볼 수 있는 곳도 자주 들렀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먹는 음식들이 대부분 신선한 야채로 채워진 샐러드, 샌드위치라서 보고만 있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주식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싶지만 신선한 야채와 커피를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걸 보면 입맛에도 잘 맞고 역시 건강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짐작했다. 저자가 경험한 것들에 대한 정보 전달도 많지만 좋아하는 디자인을 보고, 소소하게 기념품도 사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그 도시를 만끽하는 일.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여행이 아닌가 싶다.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보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부터 그 도시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여행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것들을 보고, 느끼고, 만져보는 것이 삶에 큰 활력을 줄 것 같다. 살아가면서 이러한 경험도 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 나를 더 풍요롭게 할 것 같은 기분. 이 책을 읽는 내내 특별하진 않더라도, 소박하고 개인적이더라도 대리만족으로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면서 역시나 당장 떠날 수 없다면, 내 주변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는 것. 보지 못했던 것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게 당장의 만족감을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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