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2 : 혼세편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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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혼세편 2권 마지막에 실려 있던「그곳에 그녀가 있었다」는 3권 전체로 이어진다. 퇴마사들이 하는 일에 일반인인 백호라는 인물이 조력자도 되었다 부탁도 하긴 하는데, 이번 일은 백호의 부탁으로 일본으로 향하게 되었다. 퇴마사들이 일본으로 가는 과정부터 뭔가 내키지 않는다고 했는데, 역시나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삐뚤어진 힘을 갖고자 했던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일본 각료계에 6인 방으로 불리는 이들 사이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주변의 여인들이 사라지고, 그들도 목숨을 잃거나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상한 영이 나타나 공포에 떨게 하고, 해결의 기미가 없어 퇴마사들이 직접 일본까지 간 것이었다. 그들이 명왕교라는 종교와 관계가 깊다는 사실을 알고 신부님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명왕교의 본거지로 가는데, 배 위에 자리하고 있어 그동안 그들의 비밀을 풀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과 앞으로의 과정이 험난함을 짐작하게 했다.

퇴마사들은 입구부터 명왕교에서 쳐 놓은 주술을 없애느라 싸우고, 그 안에서 명왕교의 비밀도 알아내야했고, 또 우연히 비행기에서 같이 탄 아라라는 아이가 납치되어서 그 아이도 구해야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의 어려움이 가득한 가운데 늘 그렇듯 퇴마사들은 최선을 다하지만 그들의 비밀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명왕교의 교주의 정체와 그녀의 진짜 속셈을 먼저 알아차린 신부님은 떨어져 있었고, 부상까지 깊게 당한 상태였다. 명왕교의 본거지에 있는 퇴마사들도 비밀에 가까울수록, 배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남과 다른 특이한 힘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쓰라고 주어진 것이다. 결코 자신이 잘나서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얘길 들었다. 209쪽

퇴마사들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어떤 일이 있던지 생명을 지키려고 애썼다. 명왕교 안에서도 오해가 있었을 뿐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교주가 바르게 힘을 쓰려 하지 않는 한, 그 조직이 무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교주의 그릇된 욕망이 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그들의 삶까지 집어삼켜버린 사실을 알고 난 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 이게 고연 올바른 것이란 말인가? 이유가 어떻든 간에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의 존엄성과 생명마저도 짓밟을 수 있다는 근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탄하는 장면에서 한 사람의 잘못된 생각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야기하는지 섬뜩할 정도였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퇴마사들은 역시나 힘들었고, 마음의 갈등이 있었고, 조금씩 성장해 가기도 했다. 승희가 총에 맞아 쓰러졌을 때 현암의 마음이 느껴졌고, 준후는 이번 일을 통해 특히나 괴로워했는데 현암은 그런 준후를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위로한다. ‘힘을 써서 이긴다는 게, 그리고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게 실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를. 지금보다도 더 힘들고 고통스러워질지도 모른다. 그것을 이기려면 힘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워야만 한단다.’라고 말하는데 퇴마사들의 운명이 가여울 정도였다. 그들이 가진 특이한 힘 때문에 순탄한 일상을 바랄 수 없는 삶. 그렇기에 그들이 함께 있음은 그 자체로 끈끈함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했다.

모든 일을 마치고 큰 부상을 당한 퇴마사들이 있는 가운데 역시나 앞으로도 이런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씁쓸함이 일어 미안해졌다. 이 모든 일을 나는 구경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어느 순간부터 소설이 아닌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 인식하게 되어서인지도 모른다. 부디 그들이 좀 덜 힘들길, 다치지 않길, 소설 속의 그들이지만 진심으로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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