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소년 파푸와>로 알려진 시바타 아미(추종자들 사이에선 'AMING', 아밍이라고도 불린다)는 우리나라에선 비주류에 속한다. 그녀의 대표작인 <남국소년 파푸와>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작품 전체에 흐르는 정서가 우리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시바타 아미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읽었던 '뉴타입'이나 '아니메쥬' '아니메디아'에서였다. 당시 일본에서는 <남국소년 파푸와>의 애니메이션이 방영 중이었는데, 뚱한 표정의 어린아이(?)와 고양이, 그리고 머리가 길고 눈매가 사나운(!) 청년이 투닥거리는 그림과 '원래는 암살단이었는데 파푸와라는 소년을 만나 감화되어(?) 섬의 생물들-정말 이 녀석들은 생물들;이다-과 즐겁게 지낸다'라는 내용이 꽤 맘에 들었던 차, 해적판 만화가 국내에 나와주셔서 얼씨구나 하고 구입해서 보게 되었다. 다들 상당히 바보같지만 꽤 따뜻한 내용 같아서 즐겁게 읽고 있었는데...그만 심각해질 찰나에 해적판 발행 중단. OTL 당시로선 도저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시바타 아미의 다른 해적판 <자유인 히로>도 구입해 보며 갈증을 달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정식판이 봇물처럼 밀려들던 시절 <자유인 히로>는 완간되었고, 이후 놀랍게도 이 마이너한 작가의 작품은 꽤 여러 권 번역되었더랬다. <버키와 투투>(완결), <탬버린>(완결), <미래소년 채널 5>(연재중단), <요괴소년 텐마>(완결까지. 이 중 <버키와 투투>는 KBS에서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기도 했으니 어찌 보면 은근히 메이저 작가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참으로 의문스러운 건 왜 대표작인 <남국소년 파푸와>만 쏙 빼놓고 번역이 이뤄진 것일까, 하는 것. 그리고 국내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했는데 어쩜 이렇게 나오는 족족 번역된 건지도 정말 궁금하다. 아직도 동인계 일각에선 시바타 아미의 작품들 <남국소년 파푸와>나 <버키와 투투> <자유인 히로> 등이 드문드문 소비되는 거 같던데, 동생의 말로는 그건 다 자기 탓이랜다. (동생이 퍼뜨린 루트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최근엔 <강철의 연금술사>가 연재 중인 '소년 강강'에서 <PAPUWA>라는 제목으로 다시 연재 중인데다 이 2부의 애니메이션도 방영 중이라고 한다. 이 얘길 듣는 순간 나의 외마디 외침 "그걸 왜 또 그려?!"
시바타 아미의 작품이 나를 잡아 끌었던 이유는 그 절묘한 센스와 '대출혈 서비스'로 요약되는 뜨거움이었다. 격투 열혈 소년물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는 스토리 라인에 엽기적으로 생각될 정도로 절묘한 개그센스, 그리고 '남자의 질투는 여자의 5만배!'나 '카와쟝 키따쟝 니아와나이쟝'(일본어로 쓰기 싫어서;) 같은 무릎을 칠만한 대사를 얹어 내놓는 그녀의 작품은 확실히 보는 재미를 준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소년 만화의 그림체로 레이디스 코믹(!)을 그리고 있다고나 할까. 아마 <남국소년 파푸와>나 <버키와 투투>가 난데없이 동인녀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거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여자 작가라서 그런 건지, 아닌지...분명 소년 만화의 그림체임에도 색기가 흘러 넘치는 캐릭터들, 그리고 난삽할 정도로 얽혀있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도 편견을 버리고 본다면 틀림없이 당신은 즐거워질 수 있다!
최근에 들어선 너무 내놓고 이쪽으로 파고드는 것 같은데다, <탬버린>이나 <요괴소년 텐마> 등의 최근 번역작이 너무나 범작이라 좀 심드렁해졌지만, 그래도 시바타 아미의 작품이 나왔다는 얘길 듣게 되면 '한 번 읽어 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만은 사실이다.
* 아밍월드에 입문하려는 초심자에겐 일단 <버키와 투투>를 권한다. 현재 이 작품은 재능스스로TV(월~토 오전 8시 / 오후 4시, 7시 / 토 오후 3시, 일 오전 8시, 오후 2시)에서 다시 방영해주고 있기도 하고, '효'라는 엽기적이고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아밍월드에 대한 내공을 쌓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