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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애니원에서 <헌터X헌터>의 애니메이션 방영을 시작한 기념 + <유유백서> 애니메이션이 순조롭게 '명계편'까지 도달함을 혼자 자축하면서... 간만에 <헌터X헌터>를 다시 뒤적이면서 성의없다고 내팽개쳤던 19권까지 몰아서 보니, 새삼 이거 재밌네! 하게 된 기념도 약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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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유백서>와 <헌터X헌터>의 작가 토가시 요시히로.
  1990년 장편 연재 <유유백서>로 <드래곤볼> <슬램덩크>와 함께 1990년대의 일본 만화계를 풍미했던 작가 중 하나로 올라섰으나, 인기작 <헌터X헌터>를 그리고 있는 요즘에서는 성의없고 게으른 작가의 대명사로 불리우고 있는 인물이다. 요즘 디씨인사이드 등 일각에서 돌고 있는 만화가 파문 시리즈만 봐도 그의 악명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이를테면...
토가시 요시히로 : "발로했삼." 파문
나가노 마모루 : 내가 토가시 보다는 성실하다, 파문

토가시 요시히로는 자신의 작품에 관여하는 걸 참으로 싫어하는 작가라고들 한다. 애니메이션를 제작할 때도 가급적이면 '오리지날 스토리'를 배제하도록 하며, 살인적인 일본의 만화 제작 시스템 속에서도 어시스턴트를 쓰지 않고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의 작가로도 잘 알려진 아내 다케우치 나오코와 함께 자신이 직접 그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유유백서>의 연재 당시 점프 편집부와의 심한 마찰로 인해 작품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막을 내린 전력을 갖고 있기도 할 만큼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http://mirugi.com/k/com/ktacg027.html 을 참고
그만큼 자신의 만화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그 때문에 잡지 연재를 보는 사람들은 연필 콘티 위에 그대로 펜선을 입힌 성의없는 그림을 봐야하는 경우가 많다. 단행본 발행을 위해 잡지 연재분을 수정하면 잡지 연재분 그릴 시간이 모자라고, 그러다 보니 휴재가 반복되고...

개인적으로 토가시 요시히로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은 '애증'인 듯 하다.
분명 좋아하는 그림체, 좋아하는 내용의 작가지만 역시 그 '불성실함'만큼은 용서하기 쉽지 않다. 위에 쓴 것처럼 자신의 만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 때문에 하염없이 늦어지는 부분도 틀림없이 있지만, 항간에 들리는 말에 의하면 게임(드래곤 퀘스트)에 미쳐서 그런다는 얘기도 있으니까;; 뭐, 작가들에겐 이런 사정 저런 사정이 있는 거니까, 라고 생각하려 해도 <유유백서> 완전판을 보면 용서하질 못 하겠다.

어쨌거나, 토가시 요시히로의 만화 중 가장 큰 특징은 권선징악이나 도덕, 정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대개의 열혈소년만화들이 정의로운 주인공이 '악'을 물리치거나 감화시키는 내용들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에, 토가시 요시히로의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이들은 오로지 '재미있으니까' '왠지 분해서'와 같은 감정에 따라 자신의 몸을 움직인다. 그렇다, 이들은 모두 '격투본능'으로 끓어오르는 '배틀 매니아'!
소년만화의 주인공들은 어느 정도 격투본능에 충실한 인물들이라고 봐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들에게 '정의'라는 이름의 족쇄를 덧씌운다. 주인공은 마지막 순간에는 반드시 정의로워야 하고, 절대악에 맞서야 하고... 토가시 요시히로의 만화 주인공들은 분명 악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맞서긴 하지만 그 이유는 '왠지 맘에 들지 않으니까'라거나 '너희들의 그런 부분만큼은 용서할 수 없어!'라거나, 이다. 즉, 정의와 도덕의 중간쯤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

생각해보면, 이 작가도 <유유백서>의 중반까지는 보통의 열혈 소년물 작가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암흑무투회편' 말미에서 주최자 사쿄와 마지막 상대였던 도구로 동생의 입을 빌려 과연 누가 진정한 정의이며, 악일 수 있는지에 대해 묻기 시작하면서 작가는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다. 이러한 생각이 증폭되어 나타나는 것이 바로 '명계편'이다. 인간들의 요괴 살육을 본 전 영계탐정 센스이와 '흑(黑)의 장(章)' 비디오를 본 미타라이,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극한의 증오를 드러내는 '닥터' 카미야의 입을 빌어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오싹할 정도의 혐오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토가시 요시히로의 머리 속은 과연 소년만화를 그리기에 적합한 걸까, 과연 이 작가의 만화를 12세 정도의 어린이들이 봐도 좋은 걸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심지어 마계편에 가면 히에이와 함께 활동하는 마계 3두 중의 하나이자 유일한 여성인 무쿠로는 어렸을 적 인간에 의해 '페도필리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거나 하는 얘기들까지 나온다. 위험하다, 이 작가!

<유유백서>의 연재 종료 이후 주간지에서 월간지 간격으로 연재되었던 <레벨 E>를 마치고, 토가시 요시히로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소년점프의 인기작 중 하나인 <헌터X헌터>를 연재 중이다.
<헌터X헌터>는 여러가지 면에서 <유유백서>의 확장/발전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스토리상에서 <유유백서>처럼 허술한 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작품 곳곳에는 정말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하고도 멋진 설정들이 넘쳐난다. '헌터'라는 설정부터 '넨'과 '렌' 등의 개념, '환영여단'과 '그리드 아일랜드' 등 제대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기발하고도 정교한 설정만으로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데-물론 '설정을 위한 설정'이라는 반발도 심하다-, 여기에 주인공 '곤'과 '키르아' 그리고 '크라피카'와 '레오리오' 같은 멋진 캐릭터 파티, 그들과 대척점에 서는 '히소카'와 '클로로'까지.

하지만 작품 곳곳에서는 <유유백서>를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많다. 일단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 파티가 네 명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곤과 키르아, 크라피카와 레오리오는 성격이나 세부 설정면에서 각각 유스케와 히에이, 쿠라마와 쿠와바라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다. 또한 등장인물들 모두가 곤에게 느끼는 엉뚱함과 거역하기 힘든 호감, 그리고 위험함 같은 감정도 유스케와 비슷한 점이라고 여겨진다. 두 작품을 모두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런 걸 생각하면서 봐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점은, <헌터X헌터>에선 키르아가 곤에게 느끼는 감정을 전혀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어 이거 혹시 '대놓고 공식 커플'이 아닌가 싶은 거다...후훗.

작품 전반에서 느껴지는 '카나리히토데나시'한 점, 이건 <유유백서>보다 훨씬 극대화되었다. 확실히 '상식적인 인간이라고 보긴 어려운' '히소카'나 '클로로'와 같은 캐릭터들이 내뱉는 말들도 무섭지만, 더없이 무서운 건 참으로 밝고 명랑해뵈는 '곤'이나 '키르아'가 사실은 선악 개념이 전혀 없는 녀석들이라는 것이다. <헌터X헌터>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세계는 <유유백서>와 달리 현실이 아닌 가상 어딘가의 공간이기 때문에 더더욱 참혹하며, 상식적인 룰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 무섭기도 하고. 최근의 '키메라 엔트'편에선 그러한 점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와아키 히토시의 <기생수> 같은 작품에서도 그런 인간 혐오의 감정이 언뜻 드러나긴 하지만-사실 그건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중요함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니까, 뭐-, 토가시 요시히로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정말 '아아, 어딘가 망가졌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그려내는 작가의 심성이 참으로 궁금하다...

솔직히 <유유백서> 때에 비하면 그림에서 완전히 섬세한 맛이 사라져버린 게 유감스럽긴 하다. 처음엔 아무래도 주인공인 곤과 키르아가 <유유백서>의 유스케보단 나이가 어리니 그렇겠지, 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연필 콘티로만 진행되었다는 잡지 연재분을 보면 절대 그런 것만은 아닌 듯 싶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http://morgoth.egloos.com/144467 을 참고

어쨌거나 나는 토가시 요시히로가 그려내는 그 '카나리히토데나시'한, 어둠의 심연을 들여다 보고 있는 듯한 오싹한 세계를 좋아한다. 또한, 그 오싹한 세계에 발을 딛고 살면서도 어둠에 물들지 않는 밝고 씩씩한 주인공들을 좋아한다. 아마, 그래서 난 '이 쉑히 정말 못 쓰겠네!'라고 투덜거리면서도 계속 토가시 요시히로의 작품을 찾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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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니수 2005-02-2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이다.!!
이작가 돈이없어서 어시를 못구햇다(혹은 다 잘랐다), 라는 소문들과함께
그림체가 날라가고있죠.. 그래서 안보겠다 하는사람들도 종종있던데
저는 오히려 좋더군요 ㅎㅎ 게다가 일권부터 19 권까지 그림체가 변함없는걸보면
너무 대단하고 신기하죠.. 자신만의 세계관과 그걸표현하는능력까지 -.-+
 

우리에겐 <OZ>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츠키 나츠미(樹なつみ).
한국 만화가 100만부씩 팔려 나가던 호시절에 국내에 소개되었던 이츠키 나츠미의 <OZ>는 당시 서울문화사에서 일본판과 흡사한 최고급 퀄리티 소장본으로 출간되어, 만화는 으레 후달리는 종이에 찍는 걸로만 생각해왔던 국내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요즘이야 애장판이니 소장본이니 그런 류의 책이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만화야 대충 찍어내도 100만부씩 팔려 나가는 줄로 알고 있던 국내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준 책이었다. 물론 대담한 설정의 근미래 SF에 로맨스를 버무려낸 내용에도 감탄을 보냈었지만...지금까지도 <OZ>는 중고 만화 거래 시장에서 '환상의 작품'으로 통하며 높은 값에 팔리고 있다.  

각설하고...이츠키 나츠미의 매력은 순정 작가답지 않은 그 호방한 스케일의 설정과 뛰어난 스토리 구성에 있다. 3차대전 이후 멸망한 지구를 무대로 한 근미래 SF <OZ>와 발칸성계 연방의 스페이스 콜로니를 무대로 한 SF물 <수왕성>, 일본 고대의 이즈모국 신화를 토대로 하여 고대와 현대를 오가는 <팔운성> 등. 가상의 국가 라기네이와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을 오가는 연애물(?) <카시카(원제 : 꽃피우는 청소년)>가 수수해보일 정도다.
호방한 스케일의 설정으로 작품을 그려나가다 보면, 그 설정에 눌리거나 얽매이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츠키 나츠미는 그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고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 인간 사이의 갈등과 번민, 화해,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 등 독자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는 그 진행은 더할 나위 없다.

무엇보다 이츠키 나츠미의 최대 매력은 그녀가 창조해내는 매혹적인 캐릭터에 있다. 언젠가도 쓴 적이 있지만, 이츠키 나츠미는 '매혹적이지만 그만큼 위험한 인물'을 제대로 그려낼 줄 알고 있다. <OZ>에 나오는 1019와 무토 그리고 리온, <수왕성>의 토드와 서드, <팔운성>의 후즈치 쿠라키, <카시카>의 리렌 등은 모두 지극히 매력적인 외모와 재능의 소유자지만 또한 그만큼 오싹한 위험함과 광기를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다. 좌중을 휘어잡는 이들의 매력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들의 매력 뒤에는 독기를 품은 칼날 혹은 끝간데 없는 어둠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은 언제나 여자들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작품 속에서 이들은 평범하고 안온한 일상을 갈구하지만, 운명은 언제나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질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갈등하고 번민하며, 독자들은 이 매력적인 캐릭터에게 그대로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츠키 나츠미는 분명히 위험한 작가다!

그런 그녀의 스토리 진행과 캐릭터 창조에는 분명 경의를 표하는 바이지만, 이츠키 나츠미는 언젠가 '엘리트주의'라고 흉봤던(?) 요시나가 후미보다 더 심각한 '순혈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가끔 들 때가 있긴 하다. <수왕성>에서 펼쳤던 그 위험한 지배 이론이나, <OZ>의 필리시아와 리온 남매가 언뜻 무토 중사에게 드러내던 적의, <팔운성>의 쿠라키 주변 인물들이 그에게 보여주는 태도 등등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혈통'을 중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순혈주의'의 이론을 설교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아 입맛이 쓰기도 하다.

스토리와 캐릭터 창조에는 엄청나게 공력을 들이는 편이지만, 이츠키 나츠미의 그림은 썩 훌륭하다고 할 순 없을 듯 하다. 컬러 일러스트보단 분명히 흑백이 분명한 펜터치와 연필 스케치에 더 능한 작가다. 공식 사이트(이츠키 나츠미도 이노우에 다케히코나 토리야마 아키라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된 유한회사를 설립, 자신을 법인화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주소는 http://www.ina-inc.jp )에 올려져 있는 컬러 일러스트는 정말 헉 소리나게 촌스럽지만, 연필 스케치에선 스토리와 캐릭터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이 그대로 뿜어져 나온다. 최근작으로 오면 올수록 나날이 성의가 없어지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좀 불만스럽지만, 스토리에 몰입해 읽다 보면 만화 속의 캐릭터들은 더없이 위험한 매력을 지닌 인물들로 콩깍지(?)가 씌어 보일 것이다.

p.s. 얼마 전 신간 만화를 검색하다 보니 <데몬 성전 1>이라는 작품이 번역 출간된 것을 발견했다. 일본에선 현재 3권까지 단행본으로 발간된 작품이라고. 이츠키 나츠미의 작품을 읽고 싶어도 품절/절판된 책들뿐이라 못 구하겠다는 이들은 이 작품을 봐도 좋을 것이다. 단, 그녀의 작품은 3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읽어줘야 한다는 사실도 유념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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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소년 파푸와>로 알려진 시바타 아미(추종자들 사이에선 'AMING', 아밍이라고도 불린다)는 우리나라에선 비주류에 속한다. 그녀의 대표작인 <남국소년 파푸와>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작품 전체에 흐르는 정서가 우리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시바타 아미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읽었던 '뉴타입'이나 '아니메쥬' '아니메디아'에서였다. 당시 일본에서는 <남국소년 파푸와>의 애니메이션이 방영 중이었는데, 뚱한 표정의 어린아이(?)와 고양이, 그리고 머리가 길고 눈매가 사나운(!) 청년이 투닥거리는 그림과 '원래는 암살단이었는데 파푸와라는 소년을 만나 감화되어(?) 섬의 생물들-정말 이 녀석들은 생물들;이다-과 즐겁게 지낸다'라는 내용이 꽤 맘에 들었던 차, 해적판 만화가 국내에 나와주셔서 얼씨구나 하고 구입해서 보게 되었다. 다들 상당히 바보같지만 꽤 따뜻한 내용 같아서 즐겁게 읽고 있었는데...그만 심각해질 찰나에 해적판 발행 중단. OTL 당시로선 도저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시바타 아미의 다른 해적판 <자유인 히로>도 구입해 보며 갈증을 달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정식판이 봇물처럼 밀려들던 시절 <자유인 히로>는 완간되었고, 이후 놀랍게도 이 마이너한 작가의 작품은 꽤 여러 권 번역되었더랬다. <버키와 투투>(완결), <탬버린>(완결), <미래소년 채널 5>(연재중단), <요괴소년 텐마>(완결까지. 이 중 <버키와 투투>는 KBS에서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기도 했으니 어찌 보면 은근히 메이저 작가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참으로 의문스러운 건 왜 대표작인 <남국소년 파푸와>만 쏙 빼놓고 번역이 이뤄진 것일까, 하는 것. 그리고 국내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했는데 어쩜 이렇게 나오는 족족 번역된 건지도 정말 궁금하다. 아직도 동인계 일각에선 시바타 아미의 작품들 <남국소년 파푸와>나 <버키와 투투> <자유인 히로> 등이 드문드문 소비되는 거 같던데, 동생의 말로는 그건 다 자기 탓이랜다. (동생이 퍼뜨린 루트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최근엔 <강철의 연금술사>가 연재 중인 '소년 강강'에서 <PAPUWA>라는 제목으로 다시 연재 중인데다 이 2부의 애니메이션도 방영 중이라고 한다. 이 얘길 듣는 순간 나의 외마디 외침 "그걸 왜 또 그려?!"

시바타 아미의 작품이 나를 잡아 끌었던 이유는 그 절묘한 센스와 '대출혈 서비스'로 요약되는 뜨거움이었다. 격투 열혈 소년물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는 스토리 라인에 엽기적으로 생각될 정도로 절묘한 개그센스, 그리고 '남자의 질투는 여자의 5만배!'나 '카와쟝 키따쟝 니아와나이쟝'(일본어로 쓰기 싫어서;) 같은 무릎을 칠만한 대사를 얹어 내놓는 그녀의 작품은 확실히 보는 재미를 준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소년 만화의 그림체로 레이디스 코믹(!)을 그리고 있다고나 할까. 아마 <남국소년 파푸와>나 <버키와 투투>가 난데없이 동인녀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거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여자 작가라서 그런 건지, 아닌지...분명 소년 만화의 그림체임에도 색기가 흘러 넘치는 캐릭터들, 그리고 난삽할 정도로 얽혀있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도 편견을 버리고 본다면 틀림없이 당신은 즐거워질 수 있다!

최근에 들어선 너무 내놓고 이쪽으로 파고드는 것 같은데다, <탬버린>이나 <요괴소년 텐마> 등의 최근 번역작이 너무나 범작이라 좀 심드렁해졌지만, 그래도 시바타 아미의 작품이 나왔다는 얘길 듣게 되면 '한 번 읽어 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만은 사실이다.

* 아밍월드에 입문하려는 초심자에겐 일단 <버키와 투투>를 권한다. 현재 이 작품은 재능스스로TV(월~토 오전 8시 / 오후 4시, 7시 / 토 오후 3시, 일 오전 8시, 오후 2시)에서 다시 방영해주고 있기도 하고, '효'라는 엽기적이고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아밍월드에 대한 내공을 쌓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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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9-2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와쟝 키따쟝 니아와나이쟝 -o-! 훗훗훗 잘읽고 퍼가요~^^
 

  왜 두 명을 묶었느냐고? 이 두 작가는 절대 따로 떨어뜨려 놓고선 얘기가 안 된다. 어느 한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분명 나머지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그렇다, 이 두 여인은 사실 사귀는 사이...! (퍽) 실제로도 서로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등, 러브러브한 분위기지만 그만큼 끈끈한 우정으로 엮여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프로로 데뷔하기 전부터 동인계에선 상당히 날리던 이 두 사람은 '유유백서'의 앤솔로지 작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의 그림을 보고선 '이 사람, 나와 통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편지를 주고 받으며 판매전에서 만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오늘날처럼 끈끈한 인연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림체도 상당히 엇비슷하여, 많은 이들이 두 사람을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오우 타이시(=츠다 미키요)의 그림체가 좀 더 섬세한 편. 

에이키 에이키는 리크루트 스캔들로 사임했던 일본의 전임 수상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의 손녀딸이라는 흥미로운 프로필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러한 그녀의 경험이 <세기말 프라임 미니스터>와 같은 만화를 탄생시켰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또한 현재 연재 중인 <트레인*트레인(국내 제목 : 꽃미남 기차역)>도 실제로 철도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녹여내는 등 만화 외적인 요소에서도 충분히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자오우 타이시 혹은 츠다 미키요로 불리우는 이 작가. 그녀는 보이즈 러브물을 그릴 땐 '자오우 타이시'라는 펜네임을 쓰며, 보통의 순정물을 그릴 땐 '츠다 미키요'라는 이름을 쓴다. 하지만 이 두 이름 모두 본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후문. 어쨌거나 그녀는 현재 <프린세스*프린세스>라는 작품을 연재 중인데, 이 작품의 네이밍은 <트레인*트레인>과 콤비를 이루고 있다고. 또한 이 <프린세스*프린세스>는 그녀의 전작 <패밀리 콤플렉스> <혁명의 날> 등과 연계되는 작품이어 독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실제로 본인도 모으려 애를 써봤지만 모두 절판이라 구할 수 없었다...흑)

사실 뛰어난 작품을 그렸다거나, 별나게 그림이 이쁘다거나 하는 작가들은 아니다. 보고 있노라면 그저 즐거울 뿐. 확실히 순간 순간의 개그센스나 발상이 엄청 기발하다. <Color>와 같은 단행본의 경우엔 스토리 구상과 작화까지 실제로 두 사람이 번갈아 했다는데, 이런 식의 발상은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작품과 작품들끼리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게 만든다거나, 자신의 상업만화를 패러디한다거나, 본 작품보다 더욱 공들인 듯한 후기 등을 보고 있노라면 상업지로 데뷔했어도 동인의 혼이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작가들. 실제로 요즘도 '강철의 연금술사' 회지를 내는 등 상업지로도 동인지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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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이 작가라면 다 산다!' 1순위는 단연 권교정에게로 돌아가야 옳다. 물론, 이 리스트에 올라갈 작가들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이미 소개했던 작가들 이외에도 이마 이치코, 이츠키 나쯔미, 라가와 마리모... 그런데 지금 언급한 작가들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권교정이라는 작가에 대해선 이성이 작동하질 않는다. 그냥, 무조건, 맹목적으로 그녀의 작품을 사랑한다.

사랑하는 데 이유를 붙이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했던가. 그래도 내가 그녀의 작품을 이토록 사랑하게 된 계기를 회상해보자.

어느날, 동생은 낯선 작가의 <붕우(朋友)>라는 단편집을 빌려왔다. 대단히 우울해뵈는 표정으로 무장을 갖춰 입은 남자의 얼굴이 그려진 표지였는데, 느슨한 마음으로 동생 방 벽에 기대어 책을 보던 나는 맨 처음에 실린 표제작 '붕우'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 단 하나의 단편을 보고 이토록 한 작가를 좋아하게 된 건 정말이지 처음있는 일이었다. 내 딴엔 그건 운명과도 같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들을 향한 나의 집요한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이 작가의 만화는 이렇게 내 마음을 깊이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연재를 시작한 잡지마다 폐간 혹은 휴간되는 바람에 완결시킨 만화도 변변히 몇 편 없고, 자신의 이름도 잘 알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내 수중에 있는 <헬무트>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GYO의 리얼토크> <적월전기> 등의 작품들은 생각보다 귀한 것들로,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헬무트>엔 권교정의 사인이!!! -> 이것은 자랑) 서점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수집벽은 활활 불타올라, 대여점까지 뒤진 끝에 대화미디어판을 제외하곤 거의 완벽한 권교정 컬렉션을 완성하게 되었다.

만약 유려한 그림체를 좋아하는 이라면, 권교정의 만화에는 손길이 선뜻 가지 않을 것이다. 작가 자신도 자학하고 있지만-이 작가는 끊임없는 자학개그로 독자들의 가슴을 후벼판다-, 솔직히 데뷔 때나 지금이나 이 작가의 그림체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좀 더 세련되고 힘있는 선을 긋게 되었다는 것 외엔. 그러나 그러한 그녀의 그림체는 자신이 만들어낸 스토리에 아주 잘 어울린다. 그녀의 그림체와 내러티브 모두는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기묘한 슬픔과 안타까움, 우아함을 갖추고 있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에 나오는 대사 한 대목이야말로 그녀의 만화가 갖고 있는 미(美)에 적절한 표현을 들려준다.

어쩌면 그녀에겐
아름답다는 표현보단
묘하게 사람을 끄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게다-.

거역할 수 없을 정도의 호감.
압도적인 안타까움.

그런 류의 사람을 끄는 무언가가-.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감정을 갖고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자칫 세월 속으로 잊혀져 버릴 뻔 했던 권교정은 팬덤의 힘으로 다시 부활하게 된다.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 '교월드(www.gyoworld.com)'의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해 다시 힘을 얻은 그녀는 <붕우>와 <피리부는 사나이> <정말로 진짜!> 등을 재판하고, 새로운 연재 <마담베리의 살롱>과 단행본 <매지션> 등을 출간하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활동의 공백기 동안 권교정의 정신세계는 미묘하게 달라진 듯 하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작품을 읽다보면 '압도적인 안타까움' 뒤엔 낙천적이고 따뜻한 느낌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최근작인 <마담 베리의 살롱>이나 <매지션>에서는 '안타까움'이라는 감정과 함께 '단호함' 혹은 우울한 오오라 같은 것이 느껴진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푸른 빛을 발하는 바짝 선 칼날과 같은 그녀의 화면과 대사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에인다. 하지만 읽는 이가 느끼는 것은 아픔이나 고통이 아니라 '안타까움'이다. 어딘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자의 시선, 그리고 '아, 그렇구나'라는 비명같은 탄식.

아마 만화를 모으게 되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그런 날이 올려나-, 모든 책을 다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권교정의 책만은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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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6-0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동생이 워낙 만화를 좋아해서 권교정의 작품이 집에 꼽혀있는걸 보았더랬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좋은 작품인지 모르고 읽어보지도 않았던게 후회가 되네요. 지금 동생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거든요. (그 산더미 같던 만화책도 함께) 맨날 빨강머리앤, 야이노마 같은것만 보며 히히덕거리던게 후회됩니다. 쩝.(그 작품들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제가 좋아하는게 주로 무턱대고 웃기는류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초록미피 2004-06-0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강머리 앤>은 그럭저럭 좋아했던 듯...근데 전 <사각사각>쪽이 더 좋더군요. 흠...물론 약 4권까지만요. 너무 자기반복적이라서. 그리고 김미영은 왜 인기가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야 이노마>는 그렇다치고, 그 이후에 그녀가 내놓은 작품은 '졸작'이란 생각밖에 안 들데요. 개인적으로, 김미영은 서울문화사 윙크 편집팀이 망쳐놨다고 생각해요. 너무 싸고돌아서 더 클 수 있는 작가를 죽였어요...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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