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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노래 - 우리와 헤어진 동물들에게 바치는 시 ㅣ 0100 갤러리 17
존 패트릭 루이스 지음, 크리스토퍼 워멀 그림, 김서정 옮김 / 마루벌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갤러리.
마루벌 출판사에서 0세에서 10세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그림책이라며 펴낸 책으로 총서명이 갤러리인데, 딱 갤러리다.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생물 종 중 99퍼센트가 멸종되었다는 놀라운 이야기와 함께 서문이 열리고, 최근 우리와 헤어진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해설이 따른다. 대략 1627년에서 2000년 사이, 숲과 들판에서 붕붕거리고, 짹짹거리고, 으르렁거렸던 동물들의 멸종에 바치는, 시가 새겨진 작은 묘비라고 할 수 있단다. 정말 그렇다. 인간의 탐욕과 부주의가 원인이니 이런 책으로 책임을 조금이나마 지고싶은 것이리라.
시인이자 작가인 존 패트릭 루이스가 시를 쓰고, 크리스토퍼 워멜이 판화로 새겼다. 여기 실린 22종의 동물들 중에 하나만 소개를 해본다. '콰가얼룩말'에 대한 것이다.
콰가얼룩말
나는 콰하콰하. 부시맨들이 존경의 마음으로 붙여 준 이름.
나는 야생의 수줍은 얼룩말, 초원의 서풍.
굳건한 흰 다리에 멋진 줄무늬를 가졌었다.
나는 신화 속 꿈의 시대를 살던 호텐토트 족을 알았고,
보어 족 야경꾼처럼 몸 바쳐 일했고,
지평선을 볼 수 있었던 타조의 친구가 되기도 했다.
나는 사자 냄새를 맡을 수 있던 영양과 함께
오렌지 강까지 달리기도 했다.
나는 풀잎의 한숨을 들을 수 있었고,
풀잎 그루터기를 오래 뜯어먹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동물 우리를 거부했다.
그리하여 지금은 지갑과 핸드백과 가방이 되어 살고 있다.
화려했건 소박했건, 거대했건 왜소했건 인간의 손에 의해 사라져간 동물들. 지금도 지구상에서는 시간당 동물 여섯 종이 사라져 간다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한낱 인간의 면죄부이지만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판형이 그림책의 형태라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한정지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기우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