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야누슈 코르착 지음, 노영희 옮김 / 양철북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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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어른이, 스무살에 그 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았는데, 그는 그때 의학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그는 작가가 될 것인가, 의학 공부를 계속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는 그저 글일 뿐이지만 의술은 행동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두 분야 모두에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리고 전쟁을 겪고, 어떤 기회에 빈곤층 아이들의 여름 휴가를 조직하는 어린이 캠프 모임의 교사가 되어 아동 심리와 행동을 연구하게 된다. 이 캠프는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쳐 그는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아동 보호와 교육에 쏟아 붓게 된다. 삼십대 초반에 그는 의사도 작가도 포기하고 교육에 헌신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는 이렇게 결심한다. 

"캐스터 오일 한 숟갈이 가난이나 고아라는 사실을 치료해 줄 수는 없다." 

그는 새로 건립된 유대 어린이 고아원의 원장이 되었다. 이 건물은 그가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한 것으로 당시 유럽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시설이 좋은 고아원이었다. 이때부터 죽을 때까지 그는 고아원 다락방에서 살며 월급은 한푼도 받지 않고 일했다. 

2차 대전이 일어나고 반유대주의와 파시즘이 기승을 부릴 때, 친구들과 추종자들이 그를 나치의 위협 앞에서 구해내려고 애를 썼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당신 아이가 아프고 불행하고 위험에 처해 있는데 이 아이를 버리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200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1942년 8월 6일, 그와 아이들이 한 죽음의 행진은 전설이 되었다. 그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꽃의 깃발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넷씩 줄을 맞추어 병사들 앞을 걸어갔다. 암살자들에 대한 멸시를 얼굴 가득 담고 죽음을 향해. 게토의 경찰 한 명은 그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경례를 붙였다. 그들은 가스실이 종착지인 화물차에 올랐고, .. 그들의 시체는 불에 태워졌다. 

이 놀라운 삶의 운영자는, 1879년 바르샤바에서 태어나 1942년 나치에 의해 죽을 때까지, 격랑의 시기를 놀라운 통찰과 용기로 겪어낸 야누슈 코르착이다. 이제서야 처음 본 그의 이야기는 실로, 

전설적이다. 그토록 신념과 열정, 통찰과 재능이 있는 삶이라니... 

두 아이를 키우며 숱하게 실망과 좌절을 겪은 참이다. 아이들에게, 라기보다는 그 아이들을 대하는 내 원칙없음과 몰이해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었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은 아무래도 아이를 잘 키워내는 일 같아..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왔다. 그런 시기를 겪은 참이라, 야누슈 코르착이 쓴 이 놀라운 지혜의 말들은 나와 아이의 관계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게 했다.  

어린이는 내일의 희망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미 존재합니다. 

사실, 정말 그렇다. 

아이들을 대할 때 나는 두 가지 감정을 느낍니다. 

지금의 모습에 대한 사랑과 

앞으로의 모습에 대한 존경. 

그가 남긴 다른 많은 단상들을 보면, 그는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고 존경한 듯하다. 그건 교육학이나 아동학, 이런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실제 아이들과 생활을 같이 하며 사랑을 나눈 이의 말들이다. 아이들에 대한 크나큰 몰이해를 안타까워하며 그 깊은 간극을 좁히고자 남긴 말들이어서 절실하다. 그리고, 놀랍도록 지혜롭다.  

아이들은 정직합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을 때도 아이는 대답하고 있습니다. 

사실을 얘기할 수 없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연히 알게 된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침묵은 때때로 정직함을 표현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침묵이 정직함을 표현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 얼마나 자주, 내가 요구하는 대답을 거부한 채 침묵하는 아이 앞에서 당황하고 화가 났던가. 그리고 무력함을 느꼈던가. 코르착의 말은 단숨에 그런 상황들을 통째로 깨닫게 해 주었다. 아이는 침묵함으로써 정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내 어리석은 행동들을 아이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자녀들이 기대대로 자라 주지 않는다고 실망하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자라는 단계마다 실망을 느끼게 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그것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조언이나 위로를 베푸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가혹한 심판자가 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렇게 야누슈 코르착의 말들은 아이를 기르는 엄마의 가슴에 살처럼 꽂힌다. 짤막짤막한 몇 줄의 시와 같은 아름다운 울림을 주는 말들을 곁에 두고 들춰야 할 일이 앞으로도 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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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의 작업실
김갑수 지음, 김상민 그림, 김선규 사진 / 푸른숲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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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의 작업실, 그의 해방구. 들여다보는 동안 희한하게 나까지 숨통이 트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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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 - 그림과 나누는 스물한 편의 인생 이야기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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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은 풍부하고 이야기는 풍성하다. 이명옥의 그림읽기를 따라읽으며 그림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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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안녕 고양이 시리즈 1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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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와 함께 한 1년반의 기록- 이런 책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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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임길택 지음 / 보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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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는 않게, 그러나 선명하게. 참 교사의 길을 찾던 한 선생님이 글 속에 오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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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11-30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임길택 선생님 책을 한창 찾아읽곤 했지요. ^^
오랜만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벌써 12월이네요.
한 해 즐겁게 맺으세요.

2009-12-08 0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