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긴 녹색물건, 지구를 부탁해
김연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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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책이라면 읽는 것뿐 아니라 갖고 있는 것도 좋아서 '사서' 보기만 했다. 십 수 년을 그리 했더니 책으로 집이 포화가 되어 장고 끝에 집을 옮겼다. (약간은 엄살이지만 대부분은 진실..) 책으로 먹고사는 사람도 아닌데 왠 책 욕심이 그리 끝도 없었는지... 집 옮기고 처음에는 드디어 인간답게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보나 했는데 4년이 지나고 나니.. 다시금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왔다.  

'우선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꼭 사야할 책만 사자.' 

오달지게 실천하며 몇 달이 지나니 드디어 '지속 가능한 미래' 가 보인다. 유턴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이 책도 우선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다. 다 보고 난 지금, 사서 퍼뜨릴 것인가 아니면 보라고 홍보만 할 것인가.. 망설이면서 이 글을 쓴다. 이 글의 지은이는 이 책이 많이 소비되는 것을 원할 것인가 그저 이 책이 많이 '돌려' 읽히기를 원할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할 만큼, 이 책은 널리 읽히면 좋겠다. <잘 생긴 녹색 물건>, 제목도 좋다.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다른 형태로 새로 태어나 쓰이는 물건' '일회용품 대신 쓰는 물건' '천연 재료를 사용한 물건' '에너지를 아끼게 하는 물건' '그외 여러가지 친환경적인 물건' 으로 나누어서 각각 열 가지 남짓 '세계적인' 생산물들과 '오래된 미래'에 어울림직한 물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 그런 분류들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제품들은 'recycled' 'natural' 'hand-made' 'energy saving' 'green energy' 'fair trade' 'green home, green office' 라는 특성들을 달고 소개되고 있다. 지은이의 편안하고 수더분한 말솜씨와 호기심을 유발하는 각각의 물건들에 대한 유래와 같은 이야기들이 짤막짤막하게 소개되니 금방 읽힌다. 물론 소개하고 있는 물건들이 잘 찍은 사진으로도 등장하고 가끔은 이야기로 엮이기도 한다. 딱히 엄격한 형식에 매인 데가 없이 그 물건들을 최대한 잘 소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오가니 읽기에도 편하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물건들은  이때껏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던 온갖 상품들과는 다소간 차이가 있다. 여기 소개하는 물건들은 확실히, '잘 생긴' 물건들이다. 초창기에 소개된 친환경 물건들이 그 착한 용도로 추천을 받았다면, 이 책에서 소개되는 물건들은 그 착한 용도 뿐만 아니라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도 소개될 만한 것들이다. 그러니까 예전에 친환경 상품이라고 추천되는 물건들이 거개가 그 착한 용도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데는 미처 아름다움까지는 고려하지 못한 물건이라는 데에도 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현대의 소비는 디자인에 의해 많은 부분 결정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반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물건들은 정말 아름답다. 사실 굿디자인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상품도 여럿 있다.  그래서 '잘 생긴' 이라고 하는 건 실제 그 생김을 두고 하는 말인 것이다.

그러니 '잘 생긴' 녹색 물건들은 보는 순간 '대체하고 싶은' 욕구가 불쑥불쑥 생기는 것들이 많다.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집에 굴러다니는 수두룩한 연필을 두고도, '공장'이라는 디자인 그룹에서 만들고 있는 신문지를 재생해서 만든 연필이 탐이 난다. 5개 한 세트에 4천원인데다가 자전거, 돌고래, 펭귄 그림 세 가지를 새겨 넣은 단순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이다. 그 다섯 자루를 담고 있는 '재생지에 콩기름 인쇄를 한 데다가 박음질로 마무리한' 연필 케이스는 더 아름답다. 홈페이지와 판매처도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으니 여럿 사서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불쑥 생겨난다. 내가 쓰는 물건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 실물로 타인들에게 홍보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물론 아름다운 디자인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 그러니 '질러? 말아?' ... 그런 동기로 '있는 데 또 소비한' 물건들로 내 주변은 넘쳐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물론, 지은이도 그런 소비를 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멀쩡하게 잘 쓰는 것을 이 '잘 생긴' 물건들로 대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다음에 꼭 필요한 순간이 와서 새로 구매해야 할 때는 고려하는 게 좋겠지. 게다가 많은 물건들이 가격도 만만치 않고 우리나라에서 팔리고 있는 것들도 아니니 딱히 구매를 권한다기보다는 소개한다는 게 맞다. 정보를 알고 있으면 언젠가 적절히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보자기나 장바구니, 바느질함과 수저집, 도시락과 개인컵의 사용을 촉구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이 책을 보고 수저집을 하나 만들어서 내 수저를 가방에 넣어다니면서 외식하게 될 때에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마다 장마철이면 준비하던 '값싸지도 않은' 습기 제거제 대신 숯을 장만해서 몇 해건 재사용해야겠다고도 마음 먹는다.

가능한 한 자전거를 타고, 종이컵이나 나무젓가락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종이는 반드시 양면을 다쓰고, 버릴 만한 것도 바느질 수선으로 고쳐쓰는 게 취미이고, 손수건과 장바구니를 늘 가방에 넣어다니고, 이미 심없는 스테이플러를 쓰는 데다가 겨울이면 내복을 입고 여름이면 언제나 부채를 갖고다니는 나는, 딱 그만큼이라도 지구에 덜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물론, 딱 그만큼일 뿐이다. 그런 일을 한다고 우리의 삶이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 집을 채우고 있는 너무 많은 물건들이 바로 내 삶을 규정짓고 있는 것이다. 소비를 권장하는 현대 사회의 방식 어디에 친환경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것인가.  

그렇더라도 어쨌든, 이 책에서 소개하는 물건들을 잘 한번 살펴보자. 그 물건들이 주는 이점들을 새겨듣자. 그 물건의 쓰임새와 생김새 말고도 그 가치를 되새겨보자. 그리고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소비를, 좀더 신중하게, 자주 곰곰히 생각해보자. 지은이 스스로도, '거대한 환경문제에 비해 사소하기 그지없는 작은 물건 따위의 이야기라고 냉소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내일의 야심찬 프로젝트보다 오늘의 작은 행동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이 책을 만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딱 그렇게 봐주면 될 것이다. 

달리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의외로 교정, 교열에서 엉성하다는 것이다. 그리 꼼꼼하게 본 것도 아니고 대충 눈에 띄는 것만도 여럿이어서 책 만듦새가 지적받을 만하다. 

244쪽, 골판지를 이용해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항목이다. '높이와 가로 모두 10 미터 정도의 아담한 크기로 집뿐만 아니라 ... 장식용으로 좋다.' 아담한 10 미터? 주문을 하면 큰 편지봉투 크기의 패키지로 배달된다고 한다. 10 미터일리가... 1미터의 오류로 보인다. 그 아래에는 이런 말도 있다.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나무 모양의 골판지 위에 별, 지팡이, 종, 리본 모양의 장식을 떼어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골판지 트리에는 화살촉 모양의 홈이 여럿 나 있는데 거기에 장식을 걸고 떼어내도록 되어있다. 그러니 '장식을 걸었다 떼어낼 수 있도록' 이라고 해야겠다. 차라리 그저 '걸 수 있도록'이라고 하든지. 그 홈은 장식을 떼어내기 위해 디자인된 건 아니지 않겠는가. 또 243쪽에서 244쪽에 이어 우리가 잘 아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독일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지은이가 '마틴 루터'라고도 쓰고 '루서'라고도 쓰고 있는데 어쨌든 한 가지로 일관되게는 써야하지 않을까. 이름이니까 독일에서 불리는 그 이름으로 쓰면 더 좋을 것 같다. 

269쪽, '공정무역 초기 단계에는 커피, 바나나, 수공예품을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에서 수공예품을->수공예품이 

202쪽, 휴대용 개인 풍력발전기를 소개하는 항목 맨 마지막에 중복되는 내용.  

'마이 에너지 시대는 열릴 것인가? 바람 부는 날이면 하이미니를 들고 달리자.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자전거로 달리자. 에너지도 생산하고 운동도 하니, 이런 걸 바로 일석이조라고 하는 것이다. 에너지를 만드는 녹색 바람 씽씽 불어라. // 마이 에너지 시대는 꿈이 아니다. 바람 불어 좋은 날, 하이미니를 들고 달리자.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고 달리자. 녹색 에너지도 생산하고 운동도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어쩌다 이렇게 중복되어버렸다. 물론 의도한 바가 아닐 것이다. (혹시 강조에 또 강조? ^^) 

책을 읽다보면 이런 사소한 흠들이 순조로운 독서를 방해하기도 한다. 이런 오류들은 책 만드는 사람들이 꼼꼼하게 봐주지 않아서 생긴 것들이니 이제라도 고려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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