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로 만든 외투 베틀북 테마 스페셜 1
타냐 로빈 바트 지음, 레이첼 그리핀 그림, 김철호 옮김 / 베틀북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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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지 못했던 책이 또 이렇게 내 눈앞에 나타났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 책의 아름다운 장식 효과이다. 레이첼 그리핀은, 이 책을 뛰어난 공예 작품집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책에는 우표같고 골무같기도 하고, 퀼트 같기도 한 조그만 천 조각들의 이음이 가득하다. 놀랍게도 그 모든 조그만 조각들을 한 땀 한 땀 실로 이어붙여 놓았다. 그 한 땀 한 땀의 정성과 그 정성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날밤을 새도 모자랄 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들에는 그 이야기에 걸맞는 멋진 그림들이 곁들여져 있는데 거기에도 신비로운 한 땀 한 땀이 이야기를 받치고 있다. 레이첼은 온갖 잡동사니들을 활용해서 뛰어난 공예 작품들을 만드는 작가라는데, 나는 그의 전시회에 한번 가지 않고도 그의 작품을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을 행운으로 여긴다. 이런 찬사가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의 작품으로 엮어진 이 책은 너무나 아름답다.

각각의 조그만 조각들에는 먼 나라, 저 너머의 이야기가 넘친다.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한 조각에서 이야기가 새록새록 피어나는 것만 같다. 다 큰 딸과 내가 그 조각들의 꿈같은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고, 언젠가 우리는 이 책을 계기로 하여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나누었다.

그림만일까? 이야기를 쓴 타냐 로빈 바트도 독특한 사람이다. 원래 직업이 공예 교육가라는데, 수많은 의상을 모으고 그 의상을 활용해 사람들을 교육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천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서 이런 책을 만들기도 했단다. 코카서스와 페르시야 지방의 특산품인 양탄자, 신비로운 애벌레가 만들어 내는 중국의 비단,나무껍질이나 골풀 같은 것들로 만드는 남태평양의 독특한 천들, 게다가 하와이에서만 볼 수 있다는 빨간 깃털 외투... 룸펠슈틸츠헨 이야기를 닮은 스웨덴의 아마 이야기나 유태인의 전설에서 찾아낸 지혜롭고 흥미로운 누비 이야기들은 민화집에서 찾아낸 이야기들답게 신비롭다. 하나 하나의 이야기들은 각각의 완성도를 가지고 충분히 재미있고 읽는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그 일곱편의 이야기가 모두 놀랍게도 천에 관한 것이라니!!

이제 비단이라든가 마, 누비들은 우리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친숙한 옷감이 되었다. 이런 옷감들의 기원과 그 시작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이리저리 얽혀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의 생활에 형태와 색깔과 결을 가져다 준다. 이 이야기들의 날실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무엇이고, 씨실은 현란하게 춤을 추며 정교하고 선명한 무늬를 만들어내는 여러 색깔의 실들이라는 말이 이 옛이야기들을 읽으면 그대로 수긍이 간다. 이런 이야기들의 연관성을 찾아 이 공예 교육가는 온갖 세상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으리라.

어떤 이야기는 페르샤의 민담집에서 찾아내고, '장화 신은 고양이'와 얼핏 비슷한 뱀 펨베 미루이의 이야기는 아프리카 민담집에서 찾아낸다. 태평양 신화, 유대 민담, 폴리네시아와 중국의 전설에서 그것을 찾기도 하고 노르웨이 민담을 들추기도 한다.

'악어의 축복'이라는 이야기를 보면서는, 우리나라의 콩쥐 이야기나 서양의 신데렐라 이야기와도 참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이야기는 전세계에 퍼져 있는 수많은 신데렐라 이야기의 변형본 가운데 하나라는 작가의 뒷 설명도 유익했다. 앞선 머리말과 뒷부분의 이야기에 대한 설명들도 주의깊게 볼만한 경우가 드문데 이 책은 그러했고, 이야기 한 편마다 그 소재가 되는 천들에 대한 이야기를 부모님과 함께 보라고 곁들여놓은 것도 아주 좋았다.

이렇게 두 놀라운 작가의 노력과 재능과 열정으로 우리는 이렇게 아름답고 가치있는 한권의 책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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