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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그야, 잘 가 ㅣ 눈높이 그림상자 12
주디스 커 글 그림, 박향주 옮김 / 대교출판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빌려보고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 결국 사버린 책이다.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라는 책에서 의외의 발랄한 상상력으로 나를 즐겁게 해 주었던 주디스 커의 책이다. 2002년에 이 책을 지었다니,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인가? 두 권 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작품은 참 따뜻하고 발랄하다. 나도 모르게 싱긋, 웃게 만드는 그런 작품들 앞에 그만 내 마음이 살짝 녹아버렸다.
데비네 식구들에게 온갖 사랑을 받으며 살던 행복한 고양이 모그가 드디어 영면한다. 너무 늙어서 이제 그만 영원히 잠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그는, 그렇게 잠든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려고 살짝 남아있는다. 조금은 깨어있는 채로. 몸은 정원에 묻혔지만 구름처럼 투명한 모그의 영혼이 남은 식구들의 슬픔을 바라보며 함께 생활한다니. 어쩐지 정말 그럴 것 같다.
모두들 여전히 모그를 그리워하고, 모그가 최고의 식구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생긴다. 모든 일에 깜짝 깜짝 놀라고, 그러다보니 날카롭고, 마치 함께 살아가기가 어려울 것만 같다. 모그의 투명 영혼이 그 아기 고양이를 따라다니며 바라보는 시선이 어찌나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지- 아무래도 저 고양이는 이 집에 안 맞겠는데, 라는 깜찍한 생각을 하는 모그 ^^-, 그 눈동자를 바라보는 내가 저절로 모그의 심정이 된다. 그런 모그가 정말 귀여운데, 어느새 초록눈의 아기 고양이가 그 모그를 보며 마치 엄마에게 기대듯 따르고 있다. 그러자 한평생 행복했던 고양이 모그는, 자기도 모르는 새 따뜻한 엄마 고양이의 마음으로 서툰 아기 고양이를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모그가 조금만 도와줘도, 아기 고양이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두려움을 걷고 식구들과 어울리고 있다. "이제야 우리에게 새로운 애완동물 식구가 생겼구나" 하고 아빠가 말한다. 그러자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모그를 기억할 거예요" 데비가 말했어요.
'나도 그러길 바란단다' 모그가 생각했어요. 모그는 위로, 위로, 해님을 향해 똑바로 위로 날아 올라갔어요.
주디스 커의 자연스럽고도 정감이 가는 이야기와 폭신폭신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따뜻한 그림. 사랑하던 상대가 없어져버린 빈자리를 새로운 상대가 메꾸는 이 쉽지않은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천연스럽게 풀어놓을 수 있을까? 남은 이들의 심정도 떠나는 이의 심정도, 또 쉽지 않게 새 식구가 되는 이의 그것마저도 이렇게 놓치지 않고 잡아내서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지는 이야기가 어디 흔한가? 그것도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먹힐 만한 어조로 말이다. 그림 장면 하나하나, 말 한마디마다 주디스 커의 따뜻하고 지혜로운 품성마저 느껴져서 자꾸자꾸 손이 가고 누구에게나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이 되었다. 고양이 모그의 이야기가 시리즈로 나왔다는데, 절로 궁금해지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