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와 기계의 원리
데이비드 맥컬레이 글 그림, 박영재.박은숙 옮김 / 서울문화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반한 책이다. 도구와 기계에 대해 워낙 아둔하면서도 그 원리에 대해 항상 궁금함을 품고 있던 나와 같은 사람에게 이 책만큼 매력적인 책이 어디있으랴. ^^ 남들에게는 간단한 것이라도 나는 그 원리가 잘 이해되지 않고, 그러니 신기하고 또 궁금해서 잘 묻고 다닌다.  책에서 뭔가를 설명하면 또 열심히 보기도 하는, 아예 포기하지는 않고 나름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역시나, 들어도 잘 모른다. 아무래도 그 쪽으로는 트이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그래도 이 책에, 당연히 끌렸다. "도구와 "  "기계의"  "원리" 라니!! 도서관에서 책을 후루룩, 펼쳐보니 거의가 그림이다. 글씨도 엄청 많다. 왠지, 나같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팍, 희망적으로 오는 책이었다. 그래서 빌려와서, 펼쳤다.

아, 내게는 감격이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웃어야 되나 울어야 되나...ㅎ) '빗면' 항목에도 '지레' 항목에도, '스프링'이나 '나사' 항목에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부분이다) 예를 들어 '빗면' 항목에 나오는 "자물쇠와 열쇠"를 보면,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대체 뭔 말이야? 싶던 것이 한 네 번 쯤을 집중해서 읽으니 결국 "아, 그게 그 말이구나!" 하고 유레카가 터져나왔다. 그때의 감격!  ^^ 

처음부터 죽 이어서 읽지 않고 부분 부분 건너뛰며 관심있는 것, 좀 쉬워 보이는 것을 골라서 읽었다. 그래서인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드문드문 나와서 신이 났다. '나도 드디어, 도구와 기계가 알고보면 원리대로 움직이고 있는 그 세상에 한 발을 들여놓기 위해, 그 선에 발을 밀어넣고 있는 거란 말이지!! 물론 조심조심 조마조마~~'  아무래도 이 책에서는 가장 초보적인 것일듯한 '수도꼭지- 나사', '스테이플러- 스프링' 에서도 나는 신이 나서 봤다. 솔직히, 여태까지 잘 몰랐던 것이어서. ^^  책 전체 내용으로는 엄청 조금밖에 안 봤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은 볼수록 대단해지는 책이다. 실은 지금 내게는 대부분이 이해가 안된다. ㅠㅠ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보여봤다. 도구와 기계, 그리고 그 원리를 특히 좋아하고 해결도 잘 하니까 이 책을 정말 좋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가격이 만만찮은 책이기도 해서 (물론 내용 대비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보여주고 은근히 좋아하면 생일날 선물하면 딱 좋겠다는 꾀바른 생각도 하면서. ^^ 한시간 쯤 보더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을 했다. "다 봤다."

잘 만들긴 했는데,....다 아는 내용인데 뭘 그러냐는 말이다. 살 필요까지 있겠느냐는 듯이. 물론 겨우 훑어봤을 거면서.... 대충 보니 다 아는 내용에 가끔 궁금한 게 있어서 좀 보는 데 한 시간이었다는 말이다. 음... 거짓말이겠지... 믿을 수가 없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인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상처를 받은 게 아니라 충격을 받았다. 뻥이고 허세라는 것 다 알고 있다. 그래도 다는 아니어도 상당부분 아는 거였을 수도 있을까...? 사람의 인식 구조는 어째서 이토록 다를 수 있는 것일까? 신기하다. 나름 재미있기도 하고.

이렇게, 나와같은 기계치에게는 이 책은 우선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키고, 가끔은 쉬운 것도 있어서 쉽게 포기하지 않게 만들고,  또 작가가 매머드를 전속모델로 써서 상당히 유쾌한 유머를 구사하기도 하면서  나를 적당히 사로잡는 방법으로 유인한다. (아들도 매머드 이야기를 무지 좋아하게 되어서 건너뛰며 매머드 이야기는 벌써 다 봐버렸다 ㅎㅎ)  그림을 보면, 한 사람이 이 책을 지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사람의 능력 밖의 일로 보인다. 이 사람은, <큰 건축물>, <피라미드>, <땅 속 세상> 등등... 또다른 놀라운 책들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나 말이다. 언제 이런 걸 다 그리고 설명한담? 다 해 놓은 것 이해하기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데...

지금은 '기계 시계' 항목을 열심히 보고있다. 예전에 밥을 줘야 움직이던 그 시계, 그러니까 태엽을 감아줘야 움직이던 시계 말이다. 항상 그 속이 신기했다. 그 신기한 속을 낱낱이 펼쳐놓고 설명을 붙여놓았는데, 역시 어렵긴 하다. 용어부터 어렵다. 그래도 계속해서 읽어보고 있다. 점점 더 신기하다.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을 돌려줘야 하니까 내 책을 사야할 듯 싶다. 이건, 분명히 대를 물려볼 책이다. 사놓고는, 보고싶을 때마다 보고,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보고, 아이를 슬슬 끌어들이고, 암만 봐도 이해가 안되는 건 남편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보도록 아예 거실 탁자 위에 놔둘 책이다. 물론, 기계치인데다가 호기심은 또 잔뜩인 나 같은 사람의 생각에는 그렇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다 읽으려면 아직 멀고먼 책인데 급하고 설레는 마음에 진작 리뷰를 쓰고만다. 좀더 읽다가 또 이런 순간이 오면 또 쓰고... 다 읽으면 또 쓰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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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2 17: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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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3 2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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