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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인생의 그림들 - 어둠을 지나 비로소 빛이 된 불멸의 작품 120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4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16/pimg_7654101464532096.jpg)
고흐의 불꽃같은 삶'을 절절히 와닿게 만든 책
그는 붓으로
비명을 내질렀고
물감으로 통곡했다.(5)
고흐에 대해 글을 쓸 때면
언제나, 시작은 담담하게 해놓고도
이내 휘청거리곤 한다.(6)
아~ 이 책 시작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고흐를 얼마나 깊게 애정하면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요?
고흐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저자가 소개한 120여점의 작품을 허투루 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 고흐를 마음에 품고 있기에 울컥거리는 감정을 진정시키며 책을 읽어 나가야 했습니다.
PART 1. 화가로서의 여정 시작 / 네덜란드 시기
PART 2. 색과 빛의 실험기 / 파리 시기
PART 3. 강렬한 색감과 창작의 절정기 / 아를 시기
PART 4. 고뇌 속에서 이룬 예술적 성장 / 생레미 시기
PART 5. 생애 마지막 걸작들 / 오베르쉬아르우아즈 시기
책은 고흐의 생애와 작품을 시기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흐의 초창기 작품부터 생애 마지막 작품에 이르기까지 총 120여 점의 작품을 수록한 이 책은 한 편의 대서사시를 읽는 것 같은 장엄한 울림을 안겨줍니다.
여기에는 미술에세이스트 김영숙 저자의 깊고 섬세한 해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마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당시의 고흐를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할까요? 화가의 숨결과 표정 마음까지도 고스란히 전해질 것만 같아 때때로 숨을 참아야 할 정도랍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16/pimg_7654101464532097.jpg)
섬세한 붓질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그린 그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눈, 들판, 지붕, 사람, 개, 진흙, 나무 등 색을 입고 서성이는 이 모든 것에는 묘한 힘이 서려 있어 풍경 속에 뛰어들게 만든다. 캔버스 깊숙이 손을 넣었다 빼면 손목까지 눈이 묻어날 듯하다.(86)
두꺼운 붓의 흔적을 가득 담은 밤하늘이 대기의 밀도를 짙은 푸른 색으로 올려놓았다. 살랑이는 강물을 타고 길게 내려온 가스등의 노란 불빛이 땅에 닿아서야 멈칫한다. 짙은 파랑과 노랑이 전부인 것 같지만 고흐가 찍거나, 바르거나, 문지르거나 한 색들은 더 바싹, 가까이 다가와 애정의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다. (124)
고흐의 눈에 비친 정물과 풍경이 마치 눈앞에 펼쳐질 듯 생생합니다. 고흐가 터치해 나간 붓끝의 질감까지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주거지를 옮기면서까지, 여행을 떠났을 때조차 그 곳에서 마주한 풍경들 속에서 더 깊은 색채를 탐구하고 구현해 내기 위한 노력한 고흐. 마지막 발작을 일으킨 후 6주간 쓰러졌다 다시 붓을 잡았을 때도 그는 끝끝내 포기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를 끝끝내 캔버스 앞으로 잡아끈 건 그림에 대한 열정이었을까요? 생에 대한 강렬한 동기였을까요? 그 무엇이 되었든 고흐는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그림만을 생각하며 몰두했습니다.
아무도 모델이 되어주지 않자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고, 외출이 어려울만큼 몸이 온전치 않을 땐 정물을 그렸습니다. 그는 보이는 것만 그리는 화가였으니까요. 팝콘처럼 부풀어오른 별을 그리면서도 그 날의 별자리만큼은 정확하게 그려냈던 고흐.
오로지 그림만을 생각하고,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색을 더 잘 구현해내기 위해 고뇌한 그를 어찌 애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고흐가 가진 물감은 질이 좋지 않아 색이 바랜 것이 많았다고 해요. <비가 내린 후 오베르 풍경(수레와 가치가 있는 풍경)> 속 푸른 색도 원래는 보랏빛에 가까운 색이었다고 하는데요, 그 모든 것이 충분히 갖추어졌더라면 고흐가 표현해 낸 원래 색은 어떠했을지 궁금해집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16/pimg_7654101464532098.jpg)
책에 수록된 작품과
해설을 더한 글귀들이
마음 벅찰만큼 근사하고 좋아서
한 호흡으로 읽기 아까운 책
그럼에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
한 편의 영화
한 편의 대서사시
고흐를 좋아하는 누구라도,
고흐를 알아가고 싶은 누구라도
이 책을 통해 마음이 일렁이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사춘기 시절부터 좋아하기 시작한 가수의 노래 속에 '고흐의 불꽃같은 삶'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그후 저는 고흐를 마음에 품게 되었답니다. 이십 대에 고흐와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를 수록한 책을 읽고 고흐를 깊게 애정하게 되었습니다.
마흔을 훌쩍 넘긴 지금 <반 고흐, 인생의 그림들>을 만난 건 운명일까요?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난 고흐는 제 삶에 더 큰 의미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내년 3월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시회에 열린다고 하니 이 책을 들고 꼭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