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인생의 그림들 - 어둠을 지나 비로소 빛이 된 불멸의 작품 120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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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불꽃같은 삶'을 절절히 와닿게 만든 책





그는 붓으로 

비명을 내질렀고

물감으로 통곡했다.(5)



고흐에 대해 글을 쓸 때면 

언제나, 시작은 담담하게 해놓고도

이내 휘청거리곤 한다.(6)





아~ 이 책 시작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고흐를 얼마나 깊게 애정하면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요?


고흐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저자가 소개한 120여점의 작품을 허투루 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 고흐를 마음에 품고 있기에 울컥거리는 감정을 진정시키며 책을 읽어 나가야 했습니다. 






PART 1. 화가로서의 여정 시작 / 네덜란드 시기  

PART 2. 색과 빛의 실험기 / 파리 시기

PART 3. 강렬한 색감과 창작의 절정기 / 아를 시기

PART 4. 고뇌 속에서 이룬 예술적 성장 / 생레미 시기 

PART 5. 생애 마지막 걸작들 / 오베르쉬아르우아즈 시기




책은 고흐의 생애와 작품을 시기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흐의 초창기 작품부터 생애 마지막 작품에 이르기까지 총 120여 점의 작품을 수록한 이 책은 한 편의 대서사시를 읽는 것 같은 장엄한 울림을 안겨줍니다.



여기에는 미술에세이스트 김영숙 저자의 깊고 섬세한 해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마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당시의 고흐를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할까요? 화가의 숨결과 표정 마음까지도 고스란히 전해질 것만 같아 때때로 숨을 참아야 할 정도랍니다.








섬세한 붓질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그린 그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눈, 들판, 지붕, 사람, 개, 진흙, 나무 등 색을 입고 서성이는 이 모든 것에는 묘한 힘이 서려 있어 풍경 속에 뛰어들게 만든다. 캔버스 깊숙이 손을 넣었다 빼면 손목까지 눈이 묻어날 듯하다.(86)



두꺼운 붓의 흔적을 가득 담은 밤하늘이 대기의 밀도를 짙은 푸른 색으로 올려놓았다. 살랑이는 강물을 타고 길게 내려온 가스등의 노란 불빛이 땅에 닿아서야 멈칫한다. 짙은 파랑과 노랑이 전부인 것 같지만 고흐가 찍거나, 바르거나, 문지르거나 한 색들은 더 바싹, 가까이 다가와 애정의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다. (124)




고흐의 눈에 비친 정물과 풍경이 마치 눈앞에 펼쳐질 듯 생생합니다. 고흐가 터치해 나간 붓끝의 질감까지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주거지를 옮기면서까지, 여행을 떠났을 때조차 그 곳에서 마주한 풍경들 속에서 더 깊은 색채를 탐구하고 구현해 내기 위한 노력한 고흐. 마지막 발작을 일으킨 후 6주간 쓰러졌다 다시 붓을  잡았을 때도 그는 끝끝내 포기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를 끝끝내 캔버스 앞으로 잡아끈 건 그림에 대한 열정이었을까요? 생에 대한 강렬한 동기였을까요? 그 무엇이 되었든 고흐는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그림만을 생각하며 몰두했습니다. 



아무도 모델이 되어주지 않자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고, 외출이 어려울만큼 몸이 온전치 않을 땐 정물을 그렸습니다. 그는 보이는 것만 그리는 화가였으니까요. 팝콘처럼 부풀어오른 별을 그리면서도 그 날의 별자리만큼은 정확하게 그려냈던 고흐. 


오로지 그림만을 생각하고,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색을 더 잘 구현해내기 위해 고뇌한 그를 어찌 애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고흐가 가진 물감은 질이 좋지 않아 색이 바랜 것이 많았다고 해요. <비가 내린 후 오베르 풍경(수레와 가치가 있는 풍경)> 속 푸른 색도 원래는 보랏빛에 가까운 색이었다고 하는데요, 그 모든 것이 충분히 갖추어졌더라면 고흐가 표현해 낸 원래 색은 어떠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책에 수록된 작품과 

해설을 더한 글귀들이

마음 벅찰만큼 근사하고 좋아서

한 호흡으로 읽기 아까운 책



그럼에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



한 편의 영화

한 편의 대서사시





고흐를 좋아하는 누구라도, 

고흐를 알아가고 싶은 누구라도 

이 책을 통해 마음이 일렁이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사춘기 시절부터 좋아하기 시작한 가수의 노래 속에 '고흐의 불꽃같은 삶'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그후 저는 고흐를 마음에 품게 되었답니다. 이십 대에 고흐와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를 수록한 책을 읽고 고흐를 깊게 애정하게 되었습니다.


마흔을 훌쩍 넘긴 지금 <반 고흐, 인생의 그림들>을 만난 건 운명일까요?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난 고흐는 제 삶에 더 큰 의미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내년 3월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시회에 열린다고 하니 이 책을 들고 꼭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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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크리스마스 - 개정판
타샤 튜더.해리 데이비스 지음, 공경희 옮김, 제이 폴 사진 / 윌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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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 애정하는 타샤할머니를 이렇게 멋진 에디션으로 만나다니.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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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들이 희었을 때 - 새로운 시대의 탄생, 르코르뷔지에가 바라본 뉴욕의 도시
르 코르뷔지에 지음, 이관석 옮김 / 동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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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과 도시를 넘은 삶에 대한 고찰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

저자. 르코르뷔지에

출판. 동녘출판사

 

 

새로운 시대의 탄생,

르코르뷔지에가 바라본

뉴욕의 도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건축가 중 한 사람이자

타임에서 선정한 '20세기를 빛낼 100'

유일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는 세기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경험한 최초의 미국 여행에 대한 기록이자 뉴욕의 마천루들 속에서 발견한 근대 건축의 현실을 직시한 이야기입니다.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를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흰색 대성당들이 최첨단 건물이었던 7세기와 20세기 뉴욕 마천루가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새로운 문명이 폭발한 젊음의 시기이자

혼란의 시기로 두 세기를 연결시킨 르코르뷔지에


 

그는 젊은 나이부터 프랑스 도시 건축을 맡으며 일대 파란을 일으킵니다. 그와 동시에 프랑스의 전통적인 아카데미의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기도 하지요.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관료주의의 유리천장은 공고합니다. 비리와 사익이 복잡하게 얽힌 구시대적 발상 역시 유효하고요. 사람을 위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유니크한 아이디어는 사장되기 일쑤입니다.


 

이런 일들을 반복적으로 겪는 사이, 르코르뷔지에는 뉴욕 근대 미술관을 운영하는 록펠러 재단의 초청을 받아 난생 처음 미국을 방문하게 됩니다. 뉴욕에서 마주한 마천루는 르코르뷔지에에게 많은 자극과 영감과 생각을 안겨줍니다.





 

무엇보다 그의 도시 계획은 마치 오늘날을 내다본 것처럼 가치 중심이 명확합니다. 마천루의 범람 속에서 소외되거나 비어 가거나 혹은 죽어가는 공간에 대한 염려와 경고 또한 빼놓지 않습니다.

 

보다 효율적인 교통시스템 구축, 보다 쾌적하고 정확한 공기와 빛의 순환 등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 계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 줍니다. 도시 계획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갈지도 신랄하게 꼬집습니다. 건물과 도시가 한 사람과 맺는 유기적인 관계는 상상 이상으로 긴밀하다는 것 또한 놀랍습니다.

 

 

 

 

 

나무가 없는 이 도시에서 환상적이고 독특한 상황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이 예상치 못한 공원은, 그곳을 향해 창문이 모두 열리는 마천루 형태의 아파트 같은 훌륭한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센트럴 파크의 귀중한 땅의 가치가 평방미터당 5000에서 1만 프랑이라면, 거기 있는 화강암 바위들의 시장 가치는 250억에서 450억 프랑 언저리에 이른다. 맨해튼의 가장 중심부에 건드릴 수 없는 이 거대한 보물을 유지하는 것은 훌륭한 시민적 태도다. 그것은 강한 사회의 표식이다. (129)

 

 

 

나는 1헥타르당 1000명이라는 도시 밀도를 주장한다. 지면의 12퍼센트는 건조물이 차지하고, 나머지 88퍼센트는 공원을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 공원은 미래의 여가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인 운동을 위한 장소가 될 것이다. 이것이 정상적이고 조화로운 세포 상태로 재편된 도시, 인간을 섬기는 도시다. (315)

 

 

 

 



도시는 어떻게 건설되는가에 대해 처음으로 궁금증을 갖게 해준 책.

 

이 책을 읽은 후로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방식으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옛날 누군가는 르코르뷔지에처럼 도시 계획을 의뢰받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테지요. 인구는 급격하게 줄고 있지만 도시는 여전히 높이 경쟁에 열을 올립니다. 빛과 공기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 맞을지, 사람이 더 살기 좋은 방향으로 도시가 변화되고 있는 게 맞을지 의문이 듭니다.

 

하나의 건축물, 하나의 도시를 넘어 사람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관심 분야가 아님에도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 이 책에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협찬도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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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 헤밍웨이, 글쓰기의 '고통과 기쁨'을 고백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박정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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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글쓰기를 만날 수 있다니 기대되고 설렙니다. 글쓰기의 기술, 작업 습관, 규율 등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구체적인 조언을 수록하고 있는 책! 공부하는 자세로 탐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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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게 두오! : 괴테 시 필사집 쓰는 기쁨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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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기쁨, 시 읽는 기쁨을 알게 해 줄 괴테 시 필사집이라니요. 책이 예뻐서 고이 넘겨만 보고 싶은데요, 필사페이지까지 근사해서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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