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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평점 :
그림에세이 이외수에세이 에세이추천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쓰고 정태련 그리다
에세이를 종종 읽는다.
작가의 삶의 면면이 녹아있기에
허구를 담은 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런데 간혹
너무 가볍거나 너무 트렌디한
에세이를 만나면 마음에 피로감이 쌓인다.
그저 흔한 읊조림,을 들으려 책을 펼쳐든 건 아닌데 싶어서 말이다.
이번에 만난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은 어떨까.
한마디로 연륜과 깊이가 다르다.
작가는 이외수, 여기에 정태련 화백의 세밀화가 더해졌다.
무슨 사족이 더 필요할까.
그림 에세이 / 에세이 추천 / 이외수 에세이 ::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_ 위로의 한마디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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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절망과 허무로 이어지는 건널목이 설치되어 있다.
젊은이들은 지친 영혼과 고달픈 육신을 데리고
낙타처럼 터벅터벅 그 건널목을 건너간다.
언제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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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시대를 고민하고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작가 본인의 어려웠던 시절을 고백하는가 하면
씁쓸한 현실에 가벼운 욕지거리도 날린다.
진심어린 공감을 바탕으로 한 위로는 말 그대로 '위로'가 된다.
고단했던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읊조리는 말들은
작가는 물론 이 글을 읽는 고단한 뭇 사람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시대를 관통하고 세대와 소통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림 에세이/에세이 추천/이외수 에세이: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 글과 그림이 詩가 되어 마음에 콕콕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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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만 고체 액체 기체 상태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도 고체 액체 기체 상태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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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보다 어렵고 전쟁보다 치열한 인생,
사랑 하나만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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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만 여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여백이 곧 풍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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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이외수 작가를
시대를 관통하고
세대와 소통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작가라고 표현했었다.
역시 생각은 옳았다.
칠 십여년 고단한 풍파를 이겨내고
마침내 당도한 지금 여기에서
작가는 울림 가득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짧고 굵고 진하게!
이 이야기들이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은
작가의 진중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몇 마디 말로도 오랜 사유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게 만든다.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은.
그림 에세이 / 에세이 추천 / 이외수 에세이 ::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_ 그럼에도 인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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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찌 돈 되는 일만 신경 쓰고 살아갈 수가 있겠는가.
가끔은 손해 보는 일도 하면서 살아야 하고
가끔은 욕먹을 일도 하면서 살아야지.
다시 그대 앞에 펼쳐지는 월화수목금토일,
부디 아름답고 보람 있게 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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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매는 맞을 수 있어도 싫은 음식은 먹을 수 없다.
목구멍을 넘어가기도 전에 올라와 버린다.
하지만 싫은 음식 먹기보다 더 힘든 것은
싫은 사람 마주보기다.
그런데 싫은 사람 마주보면서 싫은 음식 먹어야 하는
고역을 참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생은 살다 보면 그런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인내가 곧 생존의 밑천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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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오늘의 태양이 떠올랐다.
늘 하는 말이지만
태양과 희망에는 임자가 없다.
가슴에 간직하고
요긴하게 쓰는 자가 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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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적인 말들이
고리타분하게 여겨지지 않는 건
작가의 삶에서 진중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억지 감성을 이끌어 내려고 하지 않기에 충분히 감성적이고
억지 교훈을 주입하려하지 않기에 충분히 교훈적이다.
아하, 그렇지. 그럼 나도 용기를 내 볼까.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니
뭐 그리 나쁘게 생각할 거 없지 않을까.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에게나 시련은 있는 법.
마음을 고쳐 먹어보자 싶다.
나도 모르게 생을 향해 화이팅을 외치고 싶어진다.
그림 에세이 / 에세이 추천 / 이외수 에세이 ::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_ 그러니 우리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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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먼 길 가기, 사랑도 먼 길 가기.
험난한 가시밭길 헤치고 헤쳐서
맨발로 피 흘리며 여기까지 걸어 왔는데
신발이 짚세기면 어떤가. 가다가 낙오된 사람 만났을 때,
손 내밀고 일으켜 세워 목적지까지 함께 걸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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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화이팅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
힘들어 하는 옆 사람에게도 눈길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그러해야 한다고 이외수 작가는 말한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바른 길이라면 낙오된 그 누군가에게 손 내미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그리하지 못하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팍팍한 기사들이 가슴을 짓누르는 건 아닐까.
혼자서만 잘해나가고 있다고 마냥 웃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다 같이 잘해나갈 수 있어야 세상은 좋은 기운으로 가득 채워질 수 있다.
그 속에서 시너지가 생긴다. 희망과 온기가 번져 나온다.
그림 에세이 / 에세이 추천 / 이외수 에세이 ::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_ 삶에 위트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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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빗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줌씩 빠진다.
제자들이 위로 삼아 말한다. 요즘이 털갈이 계절이래요.
그제야 지각한다. 그래, 내가 게띠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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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들리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시로 써서 전해 주고 싶다.
그런데 너무 오래도록 빗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원고지가 바싹 말라 갈라지고 있다.
하나님, 저한테 왜 이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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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우리는 삶에 위트 한 조각 간직한 채 살아야 한다.
때로는 가벼운 농담이 삶에 큰 활력이 되므로.
때로는 농담이 진할수록 여운은 깊어지고 여차하면 깨달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작가는 고뇌하는 틈틈이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농담을 섞어 던진다.
웃게 된다. 그리고 생각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연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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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가지씩
남을 위해 할 일이 있다는 사실에
기쁨과 행복을 느(143)끼며 살아가고 싶어졌다.
내 시간을 조금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전전긍긍 했는데
작가는 남을 위해 한 가지도 할 일이 없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정말 견딜 수가 없다고 한다.
아직 이 말이 뼈저리게 와닿는 건 아니지만 그래보고 싶어진다.
타인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
작가는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골방 하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가끔 그 골방으로 들어가 명상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고.
나도 '골방' 하나 마련해 두고 싶다.
아직은 손이 많이 가는 두 아이의 엄마로,
여전히 손이 많이 가는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골방 안에 들어가면 온전히 '나'인 상태로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골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골방에서 사유를 하고
골방에서 나는 '나' 를 만난다.
골방에서 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생기롭게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오직 나만을 위해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을 활짝 열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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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쓰고 정태련 그린 감성에세이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때로는 글만 읽어도 좋고
때로는 그림만 보아도 좋지만
글과 그림을 함께 품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아껴읽고
오래품으며
늘 가까이 두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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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917/pimg_7654101461740363.jpg)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조금은 낯설었다.
책 표지디자인의
과잉경쟁 시대라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이외수의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은 띠지조차 없는 모습으로 나에게 왔다.
손끝에 닿는
부드럽고 포근하기까지 한
표지의 질감조차 생경했는데
신기하게도
자꾸만 손길이 가고 눈길이 간다.
어쩌면 작가는 표지에서부터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을 설정해 놓은 건 아닐까.
그 방의 느낌을 이 부드러운 표지의 질감 속에 녹아들게 한 건 아닐까.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나만의 골방을 간절하게 마련해 보고 싶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