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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은선 옮김 / 놀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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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 WISH
바바라 오코너
진정한 가족
진정한 관계
꼭 이루고 싶은
소원에 관한 이야기
"기적은 11시 11분처럼 매일 우리는 찾아옵니다"
매일 매 순간 빌고 싶은 간절한 소원이 있나요?
■ 바바라 오코너, 위시 :: 소원 빌기 딱 좋은 시간!
어린 시절, 소원 하나를 품고 살았던 적이 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나는 소원을 간략하게 함축해 늘 마음에 품고 다녔었다. 어촌 마을에서 자랐던터라 다행히 별똥별을 아주 가끔은 마주할 수 있었다. 덕분에 잊을만 하면 '소원'이란 걸 빌 수 있었다. 그 순간과 그 기억은 마치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특별한 서약의 시간처럼 마흔이 된 지금까지도 아스라히 기억에 남아 있다. 나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순간은 오직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 뿐이었다. 중학생이 되어 도시에 나와 살게 되면서부터 별똥별을 보는 기회도 보고 싶다는 의지도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소원도 빌지 않았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잊고 지낸 소원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생생하다. 하지만 소원이란 걸 다시 빌어 볼 어떤 운명적 계기란 게 없고 그저 추억에 지나지 않는 것 같은데 『위시』의 주인공 '찰리'는 다르다. 소원을 빌 수 있는 특정한 조건의 순간을 무척이나 많이 알고 있다. 해서 매일 간절하게 소원을 빈다.
민들레 씨앗을 불 때, 하얀 말을 볼 때,
까만 말을 보면 말을 향해 주먹을 세 번 휘두른 후,
빨간 색 새를 보면 눈을 감고 침을 세 번 뱉은 후,
빗속에서 새 울음 소리를 들으면 소원을 빌 수 있다.
이 모든 우연의 순간과 만나지 못하더라도 매일 소원을 빌 수 있다.
11시 11분. 소원을 빌기 딱 좋은 시간이다.
■ 바바라 오코너, 위시 :: 진정한 관계의 시작!
교도소에 간 아빠, 우울증에 걸린 엄마로 인해 찰리는 더 이상 집에서 살지 못하게 된다. 사회복지사의 권고로 찰리는 시골 이모네 집으로 언니는 친구네 집으로 가게 되면서 가족은 붕괴된다. 아빠를 닮아 늘 싸움만 한다며 엄마가 붙여준 쌈닭이라는 별명답게 이 소녀 '욱'하는 기질이 있다. 시골 이모네 집도 학교도 친구도 마음에 들지 않는 찰리는 쌈닭 본연의 모습을 툭 하면 선보인다. 그럴 때마다 나타나 찰리의 귓가에 '파인애플' 을 속삭이는 소년 하워드. '파인애플, 파인애플, 파인애플'. 화가 나는 순간 마음 속으로 '파인애플'을 외치며 화를 달래보라는 하워드의 특별한 주문이다. 오, 그럴 듯 하다. 신선한데!
하워드는 선생님께서 지정해주신 찰리의 책가방 친구다. 책가방 친구란 어떤 아이가 전학을 오면 그 아이가 학교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와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찰리는 하워드가 마뜩찮다. 다리를 절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빨강머리 소년 하워드는 본연의 임무에 꽤 충실하다. 하워드는 신체적인 조건 때문에 아이들에게 자주 놀림을 당한다. 어떤 놀이나 수업시간 특정 활동에서도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이 소년 씩씩하다. 보기 드물게 긍정적이다. 마음의 내공이 탄탄하다. 어느 날, 친구에게 심하게 놀림을 당한 하워드에게 찰리가 묻는다.
"너는 왜 친구들이 너를 놀리는데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거야?"
"왜냐하면 그랬다가는 평생 날마다 누군가를 밀쳐야 할테니까."
"그래서?"
"그래서, 그럴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거지."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이 아팠다. 이 아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가 너무나 가혹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하워드가 삶을 대하는 방식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어느 한 군데 모난 곳 없이 긍정적이며 대범한 마인드로 살아가는 하워드. 그로 인해 어른인 나까지 반성하고 배우게 된다. 기특한 녀석! 하워드의 이런 마음과 찰리에 대한 진심이 통해서일까. 찰리는 하워드에게만은 쌈닭 기질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파인애플' 이라는 주문 때문인지 서서히 길들여지는 느낌이다. 진정한 관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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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바라 오코너, 위시 :: 진정한 가족의 발견!
찰리는 우연히 길에서 싸우고 있는 개 한마리를 보게 된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거리를 헤매는 그 개를 종종 목격한다. 가족이 없고, 어느 소속인지도 모르는 자신의 처지와 오버랩되면서 찰리는 그 개의 가족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위시본 체포작전. 위시본은 찰리가 그 개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하워드와 이모네 식구들까지 총동원되어 마침내 위시본 체포작전 성공. 사나운 떠돌이 개 위시본은 매일 소원을 빌며 사는 찰리와 그렇게 가족이 되어 간다. 찰리와 위시본이 어떻게 마음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해가는지 지켜보는 과정 또한 흥미롭고 뭉클하다. 해체된 가족 속에서 홀로 남게 된 찰리가 보여주는 위시본에 대한 애정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진정한 가족의 발견!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매일 같은 소원을 빌며 사는 소녀 찰리와 달리 하워드는 소원이 없다. 찰리의 권유로 결국 소원을 빌게 된 하워드. 나중에 알게 되지만 이 소원 역시 (너무나 평범해 보이지만)뭉클하다. 하워드를 비롯한 하워드네 가족들, 이모와 이모부가 보여주는 찰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편견없이 어떤 존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 많은 여운과 교훈을 남긴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 하나의 존재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그들은 그 어려운 걸 진심을 다해 해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찰리와 이모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지만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다. 아이도 어른도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보며 독자인 나의 마음까지도 한 뼘쯤은 성장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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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바라 오코너, 위시 :: 진정한 가족, 진정한 관계, 꼭 이루고 싶은 소원에 관한 이야기!
엄마가 정신을 추스르면 시골 마을을 벗어날 거라는 찰리의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언니 재키처럼 누구나에게 사랑받는 존재로 거듭나리라는 찰리의 다짐은 변함이 없을까? 무엇보다 매일 소원을 빌 수 있는 조건을 탐색하며 하루라도 놓치지 않았던 그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소설. 바바라오코너의 전작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만족하셨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혹시 이 작가의 책이 처음이더라도 『위시』 를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소설, 어른의 마음의 성장까지 보듬어 주는 소설,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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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찰리의 소원을 생각보다 빨리 캐치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떤 소원이기에 이렇게 간절히 비는 걸까 궁금하다가도 내가 짐작하는 그 소원이 아니길 바라기도 했다. 철부지 어린 소녀의 그저 철없는 소원이기를. 짐작대로 그 소원이라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평범하게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한 채 꼭 이루어야 할 '소원'으로 간절함을 품고 살아간다면 찰리가 너무 안쓰러울 것 같았다. 과연 찰리는 어떤 소원을 품고 살았던 걸까? 찰리의 소원을 따라가는 과정, 소원을 빌 수 있는 조건을 발견하는 과정 또한 흥미롭다! (서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