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게 스타일 - 덴마크 사람들의 편안하고 따뜻한 집과 생활
마리 토렐 소더버그 지음, 정여진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덴마크 사람들의

 편안하고 따뜻한 집과 생활



"휘게란, 일상의 사소한 것들로부터 행복을 찾는다는 의미의 덴마크어"



어스름한 저녁, 집안에 하나 둘 촛불을 밝힌다.

평화롭고 따스한 기운이 맴도는 사이

간단하게 식사 준비를 한다.


 남편, 아이들과 오붓하게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다.

'빨리' 먹자, 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하루동안 밖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자리,

가족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을 되도록이면 오래 편안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폰도 TV도 꺼둔다.

오로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기분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눈다.

밖에서 일어난 어떤 힘에 겨운 문제도 집으로 들어올 틈이 없다.

집은 쉴 수 있는 공간이자 충전의 장소, 그 힘으로 내일 또  힘차게 살아갈 수 있다.


휘게란 바로 이런 것!


+


내가 처음 '휘게'라는 말을 들은 건 어느 교육매거진을 통해서였다.

아이의 '꿈'에 관한 주제의 기사였고 덴마크의 교육 현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 속에 '휘게' 란 개념이 녹아들어 있었다.


덴마크는 복지 제도로 유명한 나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사회 중 한 곳이다.

자원을 재분배함으로써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의 격차를 줄였고, 직업 간 소득의 격차 역시 크지 않다고 한다.

우리 나라로 치면 소위 돈 잘버는 직업이란 것이 덴마크에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물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소득 격차가 적고, 어떤 일을 하든 큰 차이없이 돈을 벌 수 있으니

덴마크 사람들은 어떤 꿈이든 꿀 수 있다는 논리다.


충격적이었다.


덴마크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며

어떤 꿈이든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니까.


그런 덴마크 사람들의 생활방식, 사고방식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 '휘게' 다.



휘게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되어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허락한다는 점입니다.

휘게스타일, p.195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복지제도 아래 살아가는

덴마크인들을 무작정 따라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복지제도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다.

사회 분위기 역시 어느 개인이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내 가정과 내 아이들의 삶은 나의 힘으로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

부모가 어떤 마인드를 지니느냐에 따라 아이의 삶 역시 달라질 수 있음을 알기에

아이를 꿈꾸게 만드는 덴마크 사람들의 '휘게'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휘게스타일덴마크 여배우 마리 토렐 소더버그가 쓴 책으로

 덴마크 사람들이 생각하는 휘게의 의미와 그들만의 휘게 방식을 담고 있다.

수많은 인터뷰를 실은 이 책은 휘게를 처음 접하는 사람일지라도

 '휘게' 가 어떤 것인지 단번에 느끼게 해준다.


여배우가, 유명인이 쓴 책이라

조금은 가벼울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이것도 편견) 아니다.

[휘게스타일]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곁들였고, 전문가의 조언을 담았다.

예로부터 '휘게'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영토적인 문제, 기후, 복지 등

덴마크 전반을 아우르면서도 무겁거나 어렵지 않다. 편안하게 잘 읽힌다.


이 책을 쓴 여배우는 이 한 권의 책이

 덴마크를 대변하는 책이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해서 가볍게 접근하지 않았고 심도 있게 다루고 싶었던 것 같다.


'휘게' 문화를 소개함과 동시에

문제점과 대안까지 제시하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읽기 좋은 편안한 에세이로 잘 마무리 했다. 


 

 



여배우가 생각하는 '휘게'를 읽으며 '나의 휘게' 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직 '휘게'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지는 알 것 같다.

어쩌면 나는 벌써 '휘겔리한 삶' 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놓치고 사는 것들

소소하고 사소한 것들

숨 쉴 틈, 웃을 틈, 여유부릴 틈,

이런 것들이 어쩌면 '휘게'가 아닐까.


이런 여유조차 스며들 틈없이 정신없이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덴마크 사람들은 휘게를 얻는 일에 매진(p.7)한다고 한다.

우리가 적어도 내가 지향하는 삶의 과정 목표 가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 당혹스러웠다.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어느 미래에 조금 더 잘 살아보겠다고

오늘을 인내하며 일정부분 희생하며 바쁘게만 살아왔지

사소한 것으로부터 행복을 찾기 위해 몰두하거나 몰입하며 살지는 않으니까.


어쩌면 내게 휘게는

좋아하는 커피를 끓여내는 순간.

커피가 뜨거운 물 속으로 온전히 녹아들어가도록

한 번 두 번 세 번.... 천천히 저어 나갈 때

그 짧은 기다림의 순간이 휘게였던 것은 아닐까.



 

 



덴마크 기상학자들이 가장 자주 쓰는 말은

'우중충하고 흐린' 이라고 한다. 연중 약 171일 동안 비가 내리고

여름 평균 기온은 약 17도, 겨울 평균 기온은 어는 점보다 약간 높다고 한다.

이렇게 울적한 날씨 때문에 덴마크 사람들은 따스함과 안락함을 추구하게 되었고,

그 공간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집'이라고 한다. (p.23 참조)


세계에서 1인당 양초 사용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덴마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촛불을 밝힌다고 한다. 벽난로를 짓는 이유도 이와 다름없다.


촛불이 주는 밝음, 따스함, 평온함 속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맛있는(대게는 달콤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

덴마크에서 '집'문화가 발달하고 '휘게'가 자리잡은 배경이 되는 셈이다.



"휘게는 가족을 연결해주는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휘게를 통해 서로가 서로의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고,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또한 모든 구성원이 각자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합니다.(p.49)



"제게 휘게는 내려놓는 순간입니다.

시간의 제약이나 책임, 스트레스, 방해물이 없는 순간이자,

사랑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순간, 카드 게임이나 독서, 목욕을 하며 보내는 순간입니다.

딸들이 모여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을 바라볼 때나 딸들과 함께 소파에서 껴안고 있을 때입니다.

휘게는 소중한 순간을 충분히 만찍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특별한 시간이지만,

동시에 마음을 열고 있으면 매일같이 마술처럼 발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p.57)


 


27세 레아소메르(손녀)와 90세 그레테(할머니)의

휘게에 대한 대화 '휘게의 어제와 오늘'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덴마크 사람들의 휘게한 삶의 스타일이 대를 이어

자녀와 그 손주들에게까지 미치는 긍정의 효과를 알 수 있다.


고단한 세상 가운데 기대 쉴 곳이 있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위해 내 아이들을 위해 휘게한 삶을 시작할 이유는 충분하다.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휘게한 삶의 모습들은

자녀에게 안전함을 느끼게 하고 든든한 마음의 울타리가 되어준다.

그로 인해 보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삶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 


그들과는 너무 다른 환경이지만

 '휘게' 문화를 내 삶의 중심으로 끌어오고 싶다.

그들과는 너무나 다른 기후조건 속에 살고 있지만

매일 촛불을 밝혀 집안 어느 한 자리는 포근하고 따스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하루에 단 한 순간이라도 가족들이

집에서 온전히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를!

든든한 울타리 속에 들어와 있구나 안도할 수 있기를!

충분히 사랑받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기를!

그로 인해 혹여 모를 밖에서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낼 수 있기를!


그 모든 힘의 원천이 '휘게' 가 될 수 있음을 알 것 같다.


 


+


스케줄러에 적은대로 하루를 살아내기도 빠듯한데

휘게는 무슨 휘게?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휘게스타일 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휘게 스타일 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벌써 '휘게' 속에 들어 온 듯한 평온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빠듯한 일상 속에 '휘게한 순간' 들을 조금씩 가미함으로써

삶이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가치로 반짝인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휘게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입니다.

그 중 최고의 순간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납니다.

휘게라는 단어는 휘게가 바로 눈앞에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지금, 당신의 눈앞에 있습니다. 휘게를 놓치지 마세요.


휘게스타일, p.207

덴마크와는 전혀 다른

복지제도 아래서 하루 하루를 빠듯하게 살아가지만

'휘게'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필요한, 적용해 볼 만한 가치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휘게스타일을 접한다면 

책을 읽지 말고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진을 눈여겨 보라.

 그 사진들이 바로

 '휘게'이며 '휘겔리한 삶'의 모습이다.


휴식, 평온함, 행복, 미소, 여유, 소풍, 가족, 추억과 같은

태그를 설정했을 때 검색될 수 있는 그런 이미지들이다.



 


우리가 마음 한 편으로 지향하고 있는

미지의 어느 지점, 바로 그 곳이 휘게 일지 모른다!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일상 속 휘게의 순간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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