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독깨비 (책콩 어린이) 2
미도리카와 세이지 지음, 미야지마 야스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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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 사람 세상이 만나는 곳

- 미도리카와 세이지,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를 읽고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는 날, 상쾌한 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면 집안에만 있기가 쉽지 않다.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 운동화 끈을 느슨하게 묶고 가벼운 산책길에 오른다. 어디가 좋을까. 발길 닿은 대로, 눈길 닿는 대로 걷다가 들어선 곳은 집과 그리 멀지 않은 동네 도서관. 어디 멀리 떠나고 싶다가도 햇살 좋은 창가에 기대어 책 읽는 기쁨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광이 선사하는 따뜻하고 포근한 위안. 볕이 고맙게 느껴지는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소박한 기쁨이다.


책의 주인공 시오리도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간다. 흐린 날에도 도서관에 간다. 어떤 날이라도 도서관에 가는 걸 즐기는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다. 날씨가 좋다고 밖에 나가서 놀다보면 그 시간만큼 책을 읽을 수 없으니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를 외치는 일명 책벌레 소녀. 두근두근 콩닥콩닥. ‘오늘은 또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p.17)’ 책을 향한 무한한 설렘이 오늘도 시오리를 도서관으로 이끈다. 도서관에서 시오리가 만난 것은 책만이 아니다. ‘책’을 매개로 ‘도서관’이라는 하나의 장소에 모여든 ‘사람들’과의 만남.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는 이 만남들을 통해 5학년 작은 소녀는 사람과 세상을 조금씩 알아나간다.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는 제목만 보면 ‘책’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하기 쉽다. 물론 책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책만 다룬 게 아니어서 이야기가 더 풍성하다. 책에는 다섯 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추리물을 즐겨 쓴다는 작가의 이력답게 사건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식에 추리가 등장한다. 물론 5학년 아이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그리 긴박하지 않은 추리들. 어른이 읽기에는 다소 밋밋한 감이 있지만 주 독자층인 아이들이 읽는다면 꽤 흥미진진해 할 것 같다.


어느 날 보호자도 없이 도서관에 나타난 꼬마 여자아이 마사에, 60년 만에 책을 반납하게 된 야스카와네 할아버지의 특별한 첫사랑, 친구의 잘못을 감싸주기 위해 노력한 다케자와, 그림책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겐타, 그리고 시오리가 10년 만에 재회하게 된 아빠와 그 가족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훈훈하고 정이 넘친다. 책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한다. 책을 통해 인연을 만나고 우정을 이어나간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용서와 화해를 구하기도 한다. 책은 단순히 읽는 행위를 넘어 읽는 이의 내면을 변화시킨다.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세상과 소통하게 만들어준다. 책은 작지만 위대한 메신저인 셈이다.


책을 처음 접하게 된 사연과 좋아하게 된 사연은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책이 한 사람에게 특별하게 스며드는 과정은 비슷하다. 온전히 책속으로 빠져들었을 때, 책은 보이지 않는 행간의 의미까지도 세밀하게 전달해 준다. 마음을 다해 읽으면 진심을 보여준다. 그것이 책이다. 책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 시오리도 그렇게 책을 읽는다. ‘한 권의 책은 그대로 한 권의 세상’인데 어찌 마음을 다해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도서관’을 ‘책’하고만 연관 지어 가기 싫어하는 아이가 이 책을 읽는다면 새로운 시각으로 도서관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만나는 곳, 사람을 만나는 곳, 세상을 만나는 곳, 그곳이 바로 도서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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