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The Collection 2
유주연 글.그림 / 보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안녕, 작은 새야. 너를 만난 건 행운이었어.
- 유주연, <어느 날>을 읽고

어느 날, 우연히 작은 새 한 마리를 만났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건 행운이었다. 

 



넓은 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오르기를 늘 소망했던 너. 어느 날, 드디어 마음을 크게 먹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힘찬 날개짓을 시작했지. 익숙한 동네를 벗어나 점점 더 낯선 곳으로……. 네 두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였고, 네 머리는 새로운 세상을 읽어 내느라 몹시도 분주해졌지. 보이는 모든 것에 마음이 설렜고 만나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어. 어느 덧 네가 숨 쉬던 숲을 벗어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빌딩 숲으로 들어서게 되었어. 뾰족뾰족 비뚤빼뚤. 잠시 쉬고 싶어도 앉을 곳을 찾을 수가 없구나. 어느 누구와도 친구가 되고 싶지만 아무도 친구가 되어주지 않는구나. 네가 상상한 세상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네가 꿈꾸던 세상은 정말 이런 게 아니었는데.

작디작은 날개로 하루 종일 낯선 곳을 비행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버렸구나, 가엽게도. 그 때 네 눈에 들어온 건 바로 네가 살던 동네였어.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벗어나고만 싶었던 답답했던 너의 동네. 그런데 그 순간, 신기하게도 안도감이 너의 온 몸을 나른하게 만들어버렸어.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익숙했던 그 곳이 알고 보니 세상 어느 곳 보다 편안하고 아늑한 너만의 보금자리였다는 걸 알게 된 거야. 늘 함께하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는 곳. 그 곳이 바로 네가 온 힘을 다해 날아오를 수 있는 가장 넓은 세상이라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된 거야.

*

유주연의 <어느 날>은 출판사 보림에서 내놓은 The Collection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다. 0세부터 100세까지 누구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책. 더불어 소장가치가 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바로 The Collection 시리즈의 핵심이다. 출판사의 취지대로 그림책에 예술적 가치를 더한 작품집이라 할만하다. 그림책에서는 쉽게 만나 볼 수 없었던 수묵화의 매력과 여백의 미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그림을 보며 글로 읽고 그 다음엔 그림만으로 상상하며 읽어보았다. 두런두런 마음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두런두런 머리가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생각이 꼬리를 무는데 머리는 전혀 복잡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단순하고 명쾌해진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마음에 품어보았을 파랑새. 그 파랑새를 떠올릴만한 새 한 마리가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대신 ‘파랑’새가 아닌 ‘빨강’새다. 마음에 품은 열정이 온몸으로 전해진 듯 몸 전체가 붉게 물든 작은 새 한 마리. ‘흑’과 ‘백’ 그리고 ‘빨강’. 묘한 어울림이다. 그 새를 따라 낯선 곳으로 여행하는 동안 많은 것들을 돌이켜보게 된다.

가보지 못한 곳을 동경하며 산다는 건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기에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늘 새로운 것만 꿈꾸다 보면 자칫 현실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그건 참으로 슬픈 일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하는 건 바로 내가 숨 쉬고 살아가는 이  곳과 오늘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덕분인지도 모른다. 이 소중한 것들을 간과한 채 어찌 참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를 숨 쉬게 하는 지금 이 현실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책. 유주연의 <어느 날>은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행운’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