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더씨의 위대한 결정 - 내 인생과 세상을 구하는 단 하나의 길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위대함은 낮고 사소한 것으로부터
- 앤디 앤드루스, 『폰더 씨의 위대한 결정』을 읽고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기억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앤디 앤드루스의 ‘폰더 씨’ 시리즈가 그렇다. 잘 읽히는 소설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마음을 사로잡았던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이후 몇 년 만에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났다. ‘폰더 씨의 실천하는 하루’를 읽어보지 않았던 터라 책을 읽는 동안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마치 주인공 폰더 씨처럼.

 몇 년이 흘렀지만 폰더 씨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은 신기하게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창 일에 매진해야 할 40대 젊은 나이에 청천벽력 같은 해고소식과 더불어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된 폰더 씨. 그러나 그 날의 사고는 사고가 아닌 커다란 선물이었다. 한동안 폰더 씨는 혼수상태였지만 사실 그는 시간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역사 속 위인들을 만나 그들이 겪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과 극복과정을 지켜보게 된 것. 그것은 곧 ‘성공을 향한 일곱 가지 결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동안 읽었던 자기계발서와 확연히 다른 매혹적인 스토리였다. 역사 속 인물을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 신비로운 체험인데,『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는 위인은 ‘000한 업적을 남겼기에 위대하다’라는 정형화된 위인스토리에서 벗어나 있다. 업적보다는 위기의 순간과 극복 과정에 주목했기에 신선하다는 말. ‘성공을 위한 일곱 가지 결단’은 그래서 더 절실하고 진실하게 다가왔다.

 이제 폰더 씨는 일흔 넷이다. 그를 만나지 못한 사이, 그는 한 차례의 위기를 더 겪었고 또다시 성공의 반열에 오른 것 같다. 지금은 모든 것을 누리면서도 나눌 줄 아는 로하스 적 삶을 영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아내를 잃은 뒤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어 보이는 것이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긴 하지만.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의지조차 없어 보이는 그에게 대천사 가브리엘이 찾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브리엘은 폰더에게 다짜고짜 시간 여행자들의 정상회담에 참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도 회의를 주재하는 사회자 자격으로 말이다. 회의의 주제는 ‘인류는 성공적인 문명으로 가는 길을 회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또 집단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모호하면서도 낯선 이 문장 앞에서 나는 한참을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대체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문장 속에 분명히 ‘개인적으로’라는 말이 있지만 과연 이 책의 내용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포함되어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인류는 성공적인 문명으로 가는 길을 회복하기 위해’라는 대주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너무나도 멀어 보이는 주제라고 판단되었지만 일단 작가를 믿어보기로 했다. (나는 그를 좀 편애하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작가를 믿어보기로 한 건 잘 한 일이었다. ‘회의’라는 방식이 재미없고 딱딱하게 여겨질 법 한데, 시간 여행자들의 회의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동안 나도 자꾸만 머릿속으로 정답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능동적인 독서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

 시간 여행자들의 정상회담은 특별히 지정된 멘토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의의 주제와 룰은 이미 정해져 있고 시간 여행자들은 거기에 맞춰 토론을 하고 결론을 도출해 내야 한다. 다소 모호한 주제를 분석하고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앞서 말했듯이 흥미롭다. 시간 여행자들이라고 해야 폰더 씨를 제외하고는 모두다 역사 속의 위인들이다. 쟁쟁한 위인들을 뒤로하고 대표자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 바로 데이비드 폰더다. 그럴만한 이유는 책 속에 있으니 꼭 확인해보시길.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폰더 씨는 그 옛날 시간 여행 중에 만났던 위인들과도 반갑게 조우한다. 이미 그들과는 친구가 된 듯 다정한 모습까지 연출한다. 새로운 시간여행자(위인)들과도 만나게 되는데 그 중 한 명이 윈스턴 처칠이다. 그와 함께 주제를 분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모은 후에 회의를 진행해 나간다. 한 번에 한 명의 조언자를 불러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회는 다섯 번. 시간도 많지 않다. 그 안에 인류를 위한 정답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엄청난 위기에 봉착할지도 모른다.

 흔들림 없는 ‘희망’으로 기적을 일으킨 잔 다르크(희망)를 시작으로 에이브러햄 링컨(지혜), 엄청난 ‘용기’로 역사의 숨은 공로자가 된 에릭 에릭슨(용기), 다윗 왕(자기단련), 조지 워싱턴 카버(성품)까지 우리가 잘 알든 잘 알지 못하든 역사적으로 인류를 위해 큰 공을 세운 위인들의 생각을 빌어 회의는 진행된다. 하나의 답변이 나오면 그 답이 어떻게 해서 정답이 될 수 있는지 시간여행자들은 서로간의 생각을 구체화시켜나간다. 질문과 마찬가지로 답변 역시 모호한 구석이 있지만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왜 그것이 답이 될 수밖에 없는지 구체적인 체험담과 사례들이 제시되어 설득력을 높인다. 답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는 그 답을 제시한 위인의 업적과 관련이 있다. 업적을 이루어 나간 과정에서 그들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삼았던 것이 바로 답이 된 것. 책을 읽다보면 멘토로 지정된 시간 여행자(위인)들을 따라 다시 한 번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시공을 넘어 그들이 역사 속에서 길이 회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역사와 역사 속 위인들(우리에게 멘토가 될 법한)을 깊이 있게 연구했을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위에서 제시된 답은 짐작했겠지만 모두 오답이다. 물론 정답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긴 하지만 대천사 가브리엘이 원하는 정답은 따로 있다. 열띤 토론 끝에 확실한 답이라 생각한 것들이 오답으로 판명되는 순간, 시간 여행자들은 커다란 혼동에 빠진다. 현명하지 못한 판단으로 모래시계의 모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고 상황은 더욱 긴박해진다. 다급한 그 순간 누군가가 내뱉은 한 마디, ‘뭔가를 하세요!’. 그는 게티즈버그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조슈아 체임벌린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뭔가를’ 했기 때문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그 절절한 체험이 마침내 정답을 이끌어내고야 말았다.

- 당신들은 가치 있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시지요? 그들은 기회를 잡고, 도움을 얻고, 일자리 제안을 받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냐하면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뭔가를 하기 때문입니다.(p.331)

- 당신이 서 있는 곳에서 당신이 가진 것을 동원하여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십시오.(p.333) 

-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는 것 때문에 낙담하는 것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낭비하는 것이 됩니다.(p.333)

‘인류는 성공적인 문명으로 가는 길을 회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정답은 ‘지금 당장 뭔가를 하라’이다. 처음 이 질문을 접했을 때 나는 잘 알 수는 없지만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정답이라 생각했었다. 인류가 봉착한 위기의 구체적인 단면들을 떠올려보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꽤 구체적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질문과 더불어 정답까지 모호한 구석이 있어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더 이상의 질문도 더 이상의 정답도 없을 것 같다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아이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 부모라면 분리수거라는 아주 작은 일부터 철저히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류를 위한 일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나’가 수없이 모여 ‘거대한 인류’를 이룬다. 우리는 그 사실을 간과한 채 때로는 개인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인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지금 당장 무언가에 최선을 다한다면 인류는 성공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먼저 올바른 방향을 향해 무언가를 시작할 때, 그런 ‘나’가 무수히 모여 ‘뭔가’를 바꿀 수 있는 ‘위대한 인류’가 되는 것이 아닐까. 위대함의 시작은 낮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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