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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 - 꼬마 니콜라 탄생 50주년 기념 ㅣ 꼬마 니콜라 7
르네 고시니 지음, 이세진 옮김, 장 자크 상뻬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추억을 닮은 아이, 꼬마 니콜라
- 르네 고시니 글, 장 자크 상페 그림『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을 읽고
언제 만나도 설레는 친구가 있다.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괜스레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 친구. 그 대상은 현실의 존재가 아니어도 좋다. 어린 시절, 자잘한 추억들을 함께 공유했던 나의 수많은 이야기책 속 친구들. 그 중 한 명이 바로 꼬마 니콜라다.
꼬마 니콜라의 탄생 50주년 기념으로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10편의 에피소드를 모은 책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이 출간되었다. 이미 30년 전에 작고한 르네 고시니의 글에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이 더해진 선물 같은 책. 꼬마 니콜라를 떠올리면 글과 그림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건 오랫동안 아버지의 작품을 봐온 딸 안 고시니의 생각과도 일치한 듯하다.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아버지의 작품을 들고 상페를 찾아간 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니꼴라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설렜겠지. 세상의 수많은 아이와 어른들에게 친구로 자리매김한 주인공이 아버지의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자부심도 있었겠지. 어른에게는 추억으로, 어린이에게는 친구로 다가서고 있는 꼬마 니콜라가 30년이라는 세월의 묵은 때를 벗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다.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은 르네 고시니의 딸 안 고시니의 제안을 받아들인 장 자크 상페가 예전처럼 직접 일러스트를 그려 넣은 꼬마 니콜라 50주년 기념 작품집이다. 어린 시절, 니콜라의 어떤 매력에 빠져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나의 친구였다. 옛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을 안고 펼쳐든 책 속의 니꼴라는 여전히 꼬마 아이다. 적당히 말썽을 부리고, 적당히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적당히 반항을 하느라 종종 저녁 후식을 못 먹는 어릴 적 내 친구의 모습 그대로다.
대신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를 바라보는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른의 눈에 비친 아이의 세상은 이해 못할 것 투성이고, 답답한 것 투성이다. 한마디로 수시로 참견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아이들의 일상이라는 말씀. 그런데 르네 고시니는 꼬마 니콜라에게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는다. 작가는 없고 오로지 니콜라만 존재한다. 니콜라가 말하는 니콜라의 이야기. 마치 꼬마 아이가 직접 쓴 일기처럼 솔직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꼬마 니콜라를 그렇게 좋아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니콜라’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우리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아이들끼리 통하는 아이들만의 이야기.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에는 아이의 생각, 아이의 말투, 아이의 시선,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순진무구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꼬마 니콜라에 마냥 열광하는 이유는 이 꼬마 녀석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누구처럼 대단한 모험가도 어떤 동화 속 주인공처럼 환상을 쫒는 아이도 아니지만, 올망졸망 그 또래 아이들만이 지닌 엉뚱한 상상과 생각들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기에 한없이 정이 간다. 30년 전 혹은 더 오래전에 쓰여 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꼬마 니콜라는 늘 내 곁에서 살아 쉼 쉬던 아이 같다. 곧 있으면 영화로도 개봉된다고 한다. 아, 어떤 녀석들이 웃음보를 자극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엄마가 그렇게 빨간 풍선을 좋아할 줄 알았더라면...이라니, 이 엉뚱 발랄한 꼬마 니콜라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