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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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 그것은 사랑이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1Q84 1, 2권』을 읽고


 후련하다. 혼돈의 시기를 맨 몸으로 뚫고 나오니 오히려 홀가분해진 느낌이다. 아무런 예고 없이 몰아닥친 일련의 사건들이 내 안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은 듯하다. 상처만 남긴 줄 알았다. 의문만 남은 줄 알았다. 찬찬히 되짚어보니 그것은 인생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무엇인지 내게 묻고 있었다. 수많은 질문들이 쌓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신이 만약 두 개의 달이 뜨는 세상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면, 무엇을 위해 목숨을 걸어보겠느냐’ 고. 상실되어지면 상실되어지는 대로 아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 한 번 상실되면 그것으로 끝인 ‘목숨’을 걸만한 일 말이다.

 현실과는 달리 몇 가지 변경된 사실들을 안고 살아가야하는 Q(Question)의 세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Q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즉시 당신의 역할은 정해지게 된다. 주어진 최소한의 선택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당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인생까지도 결정 나 버린다. 치밀하게 얽히고설킨 이 세계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반드시 ‘선택’이란 것을 해야 한다. 자의든 타의든 연속된 선택을 통해 Q의 세계에 더 깊이 관여하게 된 주인공 덴고와 아오마메처럼 우리도 인생의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당신이 지금 내린 선택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한번이라도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오랜만에 무라키미 하루키의 신작을 만난다는 설렘에 쉽게 펼쳐들었던『1Q84』. 그러나 읽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미리 겁먹진 마시길. 상상 이상의 강력한 흡입력으로 단번에 2권까지 읽어 치울 수 있다. 앞서 말한 ‘순탄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책을 그저 편안하게 읽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하루키가 들려주는 상당히 다의적이고 신비로운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했고 생각을 해야만 했다. 머리와 가슴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일단『1Q84』를 펼쳐들었다면 싫든 좋든 능동적으로 상상력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1권에서는 덴고와 아오마메의 관계가 퍼즐처럼 조각조각 드러난다. 독자는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한 조각의 퍼즐을 찾아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동시에 많은 것들을 상상하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신흥종교단체 선구와 의문의 존재 리틀 피플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2권으로 넘어오면서 덴고와 아오마메의 관계는 보다 명확해진다. 10살 이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남녀가 20년의 세월 동안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Q의 세계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단 한 번 교감을 나눈 이후 평생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어본 적이 없는 덴고와 아오마메. 마음에 새겨진 부재의 실체가 무엇인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서서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선구를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리틀 피플은 상당히 충격적이며 여전히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베일에 싸여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공기번데기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거대한 반전이 연속적으로 휘몰아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듯하다.

 자잘한 가지들을 대충 잘라내고 정리해보면 1권은 사건에 2권은 인물(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숨 가쁘게 몰아친 1권에 비해 2권에서는 덴고 아오마메 선구 지도자의 실체 혹은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다시 말해 1권에서 하나하나 끼워 맞췄던 퍼즐이 완성된 그림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었다면, 2권에서는 완성된 그림을 보여주기보다 각각의 조각이 담고 있는 의미를 보다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Q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는 두 남녀의 필연적 운명, 선구 지도자가 보여준 그간의 행적과 최후의 선택이 혼돈의 세계 Q를 이해하는 일종의 실마리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속속들이 알 수 없는 Q의 세계는 풀리지 않는 의문처럼 독자에게 끊임없는 상상을 요구한다.

『1Q84』를 읽는 내내 혼돈을 겪을 것이다.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끝나지 않는 결론은 독자의 생각을 자꾸만 어디론가 나아가게 한다. 다음 번 리시버는 누구일까? 혹시 덴고는 아닐까? 새로운 리시버가 리틀 피플의 세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을까? 아오마메의 운명은 거기까지인가? 아오마메의 도터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덴고와 아오마메는 어디쯤에서 만나게 될까? 그들은 과연 1984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후카에리와 덴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질문이 멈추지 않는다. 독자가 아무리 해답을 갈구해도 작가는 쉽사리 그 답을 내보이지 않으려는 심산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어쩌면 Q(Question)의 세계일지 모른다. 단지 자각하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혼돈을 겪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어느 날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세계와 맞닥뜨리는 것처럼 현실에서 무언가 변경된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2권을 다 읽고도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야기. 분명한 것은 내 안에 부재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으로 인한 것인지, 그 상실의 실체를 찾아 인생의 궁극적인 지향점에 대해 고민해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덴고와 아오마메 그들에게 부재된 것은 사랑이었다. 단 하나뿐인 목숨을 내걸어서라고 되찾고 싶은 것, 지키고 싶은 인생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바로 진정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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