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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평점 :
거대한 비밀이 몰려오고 있다, 책 읽기를 멈추지 말라!
- 무라카미 하루키, 『1Q84 1권』을 읽고
이 세상에는 가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사라지곤 한다. 가끔도 아닌 자주, 인지하지 못한 것이 아닌 관심 밖의 일들이. ‘나랑은 상관없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어느 순간 어떤 일들은 자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일로 발전해 버리기도 한다. 그때부터는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건을 낱낱이 파헤쳐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벌어진 일 혹은 모두가 알만한 떠들썩했던 일을 자신만 모르고 있을 때, 그때의 당혹감이란.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다. 이미 어떤 식으로든 자신과 연관이 되어버린 ‘그 일’을 알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1Q84』에는 두 명의 핵심 주인공이 등장한다. 유명 스포츠클럽의 강사로 일하는 아오마메(여)와 입시학원 수학강사로 일하는 덴고(남). 어쩌면 이들의 공식적인 직업은 한낱 포장에 불과하다. 아오마메는 여자에게 몹쓸 짓을 하는 남자를 저 세상으로 보내는 킬러이며, 덴고는 소설가 지망생이다.
아오마메가 킬러의 길에 들어선 것은 유일했던 친구 다마키의 자살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없이 살아온 다마키. 그러나 그녀의 평온한 웃음 뒤에는 남편의 잦은 폭력과 몹쓸 학대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오마메는 자신이 직접 고안한 아이스픽을 그 남자의 뒷목덜미에 꽂아 넣어 깔끔하게 저 세상으로 보내버린다. 아무런 증거도 아무런 의문도 남기지 않은 채. 그 후 우연히 알게 된 노부인을 통해 그녀는 본격적으로 킬러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다마키가 죽은 후로 그녀의 인생에 남자는 없다. 그저 욕구를 발산할 상대를 골라 다닐 뿐이다.
그렇다면 덴고는? 유명 출판사 문예지 편집자 고마쓰의 제안으로 열일곱 살 소녀 후카에리의 소설 <공기 번데기<를 고쳐 쓰게 된다. 문장은 출중하나 이야기 거리가 부족한 덴고, 이야기 거리는 풍부하나 문장력이 결핍된 후카에리. 고마쓰는 이 둘의 합작품을 만들어낸다면 분명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만한 역작이 탄생하리라는 것을 오래된 편집자의 직감으로 알아차렸던 것! 후카에리의 소설에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이끌렸던 덴고는 도덕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결국 이 엄청난 사기극에 동참하게 된다. 그것도 아주 긴밀하게.
이 한편의 소설에는 음모와 스릴, 에로스와 로맨스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 신흥종교에 얽힌 거대한 비밀 등이 녹아들어 있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아오마메와 덴고와의 관계. 이미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그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어느 지점에선가 극적으로 상봉(?)하게 되리라는 여운은 읽는 내내 독자를 긴장하게 만든다. 이제 인지하지 못했거나 관심 밖에 있던 일련의 사건에 대해 깊숙이 관여해야 할 때다. ‘몇 가지 변경된 1Q84년’을 살고 있는 아오마메와 <공기 번데기<를 개작한 덴고는 각각 현실과 소설에서 만난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세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의문의 존재 리틀 피플에 대해서도.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는 24장에 걸쳐 번갈아 가며 펼쳐진다. 홀수 장은 아오마메, 짝수 장은 덴고의 이야기다. 종종 아오마메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덴고의 장을 뛰어넘어 아오마메의 이야기를 읽고 싶고, 덴고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오마메의 장을 넘어 덴고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 강력한 유혹을 뿌리치고 순서대로 읽다보면 마치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서서히 맞물려가는 거대한 이야기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빠른 전개와 상당한 흡입력으로 시종일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설.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이 지닌 독특한 이력과 사연은 읽는 재미와 속도를 배가 시키는 매력이 있다. 한밤중에 읽다 잘 시간을 놓쳐버렸다. 불현듯 ‘당신의 하늘에는 몇 개의 달이 떠있습니까’라는 반복되는 질문에 새벽녘 잠을 뒤척이기도 했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 무엇이 나의 잠재의식을 붙들고 놓지 않는 것일까. 그 실체는 곧 2권에서 만나게 되리라 생각한다.
이 책과 관련해 각 인터넷서점별로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가 과도하다 생각했었다. 이벤트는 때로 책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판매부수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기기도 하므로. 그러나 1권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홍보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명성을 보고 이 작품을 선택했지만, 이제 이 작품으로 인해 하루키의 전작들을 꼼꼼히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의 내공은 한 순간 빚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지난 작품들의 면면을 모두 만나보고 싶어졌다.
어떤 형태로든 변질된 사랑에 집착하고 있는 두 주인공. 이들이 진정한 사랑에 눈떠가는 과정도 지켜볼 만 할 것이다. 아직은 단정할 수 없지만 어쩌면 이 책의 핵심인지도 모를 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궁극에는 합일된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 『1Q84』. 이미 내 손에는 2권이 들려져 있다. 책 읽기를 멈추지 마라. 거대한 비밀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