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백은하 글.그림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꽃이 말을 걸어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한 번 들어보실래요?
- 백은하,『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를 읽고



 꽃잎을 떼어 아무렇게나 책 속에 넣고 말린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꺼내어 보면 반듯하거나 혹은 제멋대로인 각양각색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 그 꽃들을 하얀 종이 위에 올려놓고 몇 개의 선을 그려 넣는다. 그러면 사람이 된다. 이야기가 된다.『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는 ‘꽃도둑’이라는 별명을 가진 글그림 작가 백은하가 마른 꽃잎에 그림을 그려 넣고 이야기를 곁들여 만들어 낸 책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숨을 내려놓은 지 오랜 된 꽃잎이 다시 살아나 움직이다니. 사람이 되어 조곤조곤 말을 걸어오는 꽃잎이 마냥 신기해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이 제법 멋스럽다. 표정도 행동도 생기 넘쳐 보인다. 한 송이 꽃이었을 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으로 환하게 만들더니, 한 잎 한 잎 떼어져 제각각 흩어져도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구나. 꽃에게 고마운 것인지 백은하 작가에게 고마운 것인지 여하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시인 듯 에세이인 듯 써내려간 글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과 어우러져 읽는 이의 마음을 찬찬히 다독여 준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어렴풋이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크신 사랑을 느낀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은 거라서 호흡도 조절하고 에너지도 길게 나눠 써야한다고 충고도 해준다. 여름이면 기승을 부리는 모기가 가려움과 병균을 옮기는 대신 웃음을 전파하면 좋겠다는 재미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사랑 웃음 위로 충고 휴식…… 그야말로 이야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책이다.

 ‘내게 꽃은 전부 사람으로 보인다’는 백은하 작가를 보면 한 평생 정원을 가꾸며 살다간 타샤 튜더가 떠오른다. 정성스레 닥종이로 아이들을 빚어내는 인형 작가 김영희씨와 소담하고 정갈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씨도 떠오른다. 그렇게 그녀는 스러져가는 꽃잎을 가져와 새 생명을 불어넣어 자신만의 세계를 꽃피워내고 있다.

 느긋하게 두 어 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을 나는 되도록 천천히 읽는다. 조금씩 아껴가며 읽는다. 글을 읽고 그림을 본다. 어느 순간 그림이 읽히기도 한다. 총천연색의 꽃잎에 취해, 앙증맞은 행동에 취해 절로 웃음이 난다. 좋은 날 좋은 사람을 만난 것처럼 책 한 권이 나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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