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책만 읽는
이권우 지음 / 연암서가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디에서 살아갈 힘을 얻으시나요?
- 이권우, 『죽도록 책만 읽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만 가려보고 들으려는 습성이 있다. 이것이 하나로 모아지면 개인적인 취향이 된다. 좋게 말하면 취향이고 살짝만 비틀어 놓으면 편협한 사고를 지닌 외골수로 오인받기 십상이다. 책 읽기에 대한 나의 취향은 어떨까. 한마디로 외골수에 가깝다. 소설과 에세이를 주로 읽는다. 간혹 자기계발서도 읽는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몸소 체험한 것보다 더 다양한 경험들을 책을 통해 얻어 왔다. 그 간접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내 사고의 전반을 이루어왔다. 그렇게 형성된 사고를 바탕으로 내 자신은 물론 타인과 사회를 판단해 왔던 것 같다. 상당히 제한적이고 위험한 발상, 이라는 사실을 이권우의『죽도록 책만 읽는』을 접하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

 『죽도록 책만 읽는』은 책만 읽고 싶어 회사를 그만둔 도서평론가 이권우가 써낸 서평집이다. 그간 읽어온 책들을 일곱 가지 주제로 분류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참 사람의 향기에 취하다/인문의 바다에서 헤엄치다/무엇이 세상을 변화시키는가/생명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다/열정과 냉정 사이/희망을 읽고 쓰다’가 그것이다. 이미 목차에서 알 수 있듯 저자의 책읽기 범위는 제한이 없다. 다양하다 못해 방대하기까지 하다. 물론 그것 역시 개인적인 취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고백한 것처럼 다양한 책읽기를 통해 ‘사고의 균형의식(p.198)’을 회복해 나간 것만은 확실하다. 그는 책을 통해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시대적 고민을 함께 나누려 하며 깊이 있는 성찰을 이끌어내려 노력한다. 그로인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미래를 가늠해 볼 안목도 겸비하고 있는 듯하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여럿이, 함께 하는 걸음에서 비롯되었다. 뜨거운 아스팔트를 밟으며 더 큰 자유와 더 많은 평등을 요구해왔지 않던가.(p.157)

 합리적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역서에서 서재필은 좌절했지만, 오늘 다시 그의 꿈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p.160)


 이 글귀가 언제 완성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우리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각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시국선언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뉴스에서 목격되고 있는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양상은 우리의 아픈 현실이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 해답이 책 속에 있다면 비약이 심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를 담고 고증하는 책을 통해 조금의 실마리를 찾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죽도록 책만 읽는』이 무거운 이야기만 다룬 책이냐면 그건 아니다. 가벼운 책읽기를 통해서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 앞으로 일어날법한 이야기를 다룬 책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때로는 절망도 하고 동기부여도 받는다. 종국에는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책은 저자 혼자만의 독백이 아니다. 독자들 속으로 들어가 끊임없이 작용한다. 상승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허영심이나 경쟁심 또는 호기심 같은(p.198)’ 거품을 거둬내고 책을 읽어야 한다. 저자가 어느 시점에서 말했듯 나 역시 이런 사사로운 감정이 복합된 ‘거품 독서’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게 된다. 많은 시간을 들여 책을 읽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담백하면서도 지혜로운 책읽기!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영혼을 골고루 살찌우게 하는 그런 책읽기를 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현실에만 있지 않(p.28)'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때때로 살아갈 힘은 책 속에 은밀하게 숨어 우리가 알아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이권우가 말하는 책읽기의 목적 중 하나이며 내가 책을 읽고 또 읽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