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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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누군가의 ‘메신저’ 혹은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마커스 주삭,『메신저』를 읽고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아픔과 고통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드러나지 않도록 꽁꽁 동여맨 채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기도 한다. 바로 타인과 함께하는 소통의 시간! 혼자일 때는 도무지 해결되지 않던 일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동안 자연스레 풀리는 경우가 있다. 마치 문제를 해결해주는 ‘메시지’를 건네받은 것처럼!

 나이를 속이고서야 택시기사라는 정식 직업을 얻게 된 열아홉 살 에드. 친구들과의 카드 게임, 도어맨(열일곱 살 먹은 개)과의 커피 한 잔, 사랑하는 오드리 주변에서 맴돌기가 생활의 전부다(물론 택시 운전도 하면서). 한 마디로 별 볼일 없고 장래성 없는 인생. 그러던 어느 날, 멍청하기 짝이 없는 은행 강도를 본의 아니게 잡으면서부터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속속 도착하는 의문의 카드들. 그 속에 적힌 메시지는 주소 혹은 사람이름 혹은 짧은 단문 정도다. 암호 같은 메시지를 해독하는 것은 에드의 몫, 메시지가 가리키는 사람을 찾아가 적절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것도 에드의 몫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해지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왜 세상이 못 듣는 거지? (……) 관심이 없기 때문이야. 마침내 대답이 나온다. 그 답이 분명히 옳다. 마치 내가 선택을 받은 사람 같다. 뭘 하라고 선택을 받아? 답은 아주 간단하다. 관심을 가지라고.(p.64)

 열아홉 해를 살아오는 동안 에드는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았다.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인다거나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이아몬드, 클럽, 스페이드, 하트 에이스를 차례대로 받으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진다. 그 카드에 적힌 메시지를 따라 타인에게 서서히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난관을 에드의 도움으로 극복하게 된다. 에드가 뭔가 대단한 일을 했냐고? 그렇지는 않다. 그저 한동안 지켜보다가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이다. 그것뿐인데도 사람들은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충만한 행복감에 빠져든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평범한 일, 그렇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일. 누군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이 몰라볼 정도로 풍요로워진 것이다.

 에드는 여든 두 살 할머니 밀라에게 이미 육십 년 전에 전사한 남편 ‘지미’가 되어준다. 변두리에 위치한 텅 빈 성당을 사람들로 가득 채워 화합의 장소로 변모시킨다. 어느 가난한 가족에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선물한다. 절친 마브의 치명적인 상처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터뜨려준다. 잊지 않고 약도 발라준다.
 그러는 동안 에드는 자신의 문제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엄마와의 불편한 관계, 사랑하는 오드리와의 불분명한 관계, 불투명하기만 한 자신의 미래와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내게 된다. 나름의 해결책도 모색한다. 이 미스터리 같은 일들이 일어난 배경은 마지막 카드 조커가 도착하면서 윤곽이 잡힌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반전은 흥미롭다. 



 첫 장을 읽으면서부터 이미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책『메신저』. 아주 흥미로운 소설을 만났다는 느낌은 고맙게도 책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택시기사에서 갑자기 ‘메신저’로 둔갑하게 된 사연부터가 기가 막힌데, 카드에 적힌 메시지를 해독해가는 과정은 더욱 박진감 넘친다. 적은 분량이 아닌데도 단 번에 읽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등장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모습 또한 매력 포인트임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우정’의 힘으로 에드를 보듬어 주는 도어맨은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든다.)

 나는 누군가의 ‘메신저’ 혹은 ‘메시지’가 될 수 있을까?
 당연히 될 수 있다. 평범하고도 평범한 에디도 그 같은 일을 해냈으니까! 이 책은 ‘모두가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을 하며 살 수 있(p.472)'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 각자의 삶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나로 인해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세상,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메신저』를 펼치는 순간 당신은 웃게 될 것이다. 『메신저』를 덮고 나면 마음 가득 훈훈함이 밀려들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온 세상이 샤방샤방한 빛으로 가득하다고 느껴진다면 당신도 이미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줄 마음의 준비를 마친 셈이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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