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평점 :

[서평단 / 협찬]
국내 최초 일제 강점기 어린이 수필
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을유문화사
"938년,
조선총독부 어린이 글짓기 수상작" 을
소개하는 <제국의 어린이들>
조선에서 살게 된 일본 아이들과
토박이 조선 아이들 앞에 펼쳐진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간극을 보여주는 책
크게 <비전쟁>과 <전쟁> 파트로 나눠지고요
비전쟁 파트에서는
'자연, 가족, 동물, 놀이, 일상, 학교'로
주제를 세분화해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당시 어린이들의 작품만
수록한 줄 알았던 이 책은
각 주제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당시 시대 상황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근대사와 당시
서로 다른 입장의 양국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면서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부여합니다.
책을 읽기 전까지 어린이들의 순수한 시선에서 써내려간 전쟁과 전쟁 전후의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만나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간과했던 것은 '조선총독상 글짓기 대회 수상작'이라는 것.
이야기라는
이 경연대회는 일본 식민기구가 펼쳐 온 식민 정책이 어떠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고 해요. '선별'된 뜻이겠지요.
이런 보이지 않는 한계와 검열 속에 써내려 간 당시 어린이들의 글과 저자의 뿌리 깊은 역사관을 토대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가슴 깊이 새기게 해줍니다.
🏷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충격적인 건 양국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본 어린이들은 주체성에 대해 배우고,
조선 어린이들은 종속성에 대해 배웁니다.
일본 어린이들이
자발적 행위를 바탕으로
스스로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도모하는 사이,
조선의 어린이들은 위를 넘보지 말고
분수에 맞게 근면 성실하게 살 것을 강요받습니다.
일본 어린이들은 대부분 유복합니다.
조선 어린이들 역시 지배층 자제로 큰 어려움없이 살아갑니다.
조선 어린이들 사이의 빈부 격차는 존재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잘못된 역사관을 자연스레 답습합니다. 신사 참배와 같은!
처음엔 책에 수록된
수상작들을 그 자체로만 읽었습니다.
차츰 저자가 짚어주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그 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글을 선정한 주최는 일본이며,
이 글을 출품할 수 있는
어린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적어도 관료급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모든 걸 차치하고라도 수상작들은
당신 일본이 추구하는 교육 방향과 맞아떨어져야 했습니다.
전쟁의 그늘 없는 해맑음은
그로 인해 발현된 것이었겠으나,
그 이면에 있는 조선 어린이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막막하고 먹먹합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늘'을 살아간
양국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모호한 듯 뚜렷한 '경계' 를 보입니다.
동물을 생계를 목적으로 한
'가축'으로 기르는 조선 어린이들과
'애완용'으로 기르는 일본 어린이들의 상황은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책에 결코 실릴 수 없었을
진짜 그 시절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을까요?
피눈물나는 처참한 삶의 기록은
총독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을 테지요.
어떤 이유에서든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수업료>라는 작품은
그 당시 대다수 조선 어린이들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그 시절을 켜켜이 쌓아올렸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봅니다.

담담하게 읽어내려가는 동안
역사의 소름돋는 현장을 마주하게 되는 책
가려진 경계와 한계 너머
진짜 조선의 모습을 떠올려 보게 하는 책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저자의 올바른 역사관에서 기인한
깊이있는 연구와 관심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게감 있는 역사적 사료로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일본어도 조선어도 쓸 줄 모르던 아이들은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어떤 생활을 했을까?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고민했을까? 무엇에 기뻐하고 또 슬퍼했을까? 아이들 본인을 포함해 그 누구도 기록하지 못했던 이 아이들의 삶은 조선 총독상 글짓기 경연대회가 다루지 못했던, 혹은 의도적으로 회피해 왔던 현실이었다. 하지만 글짓기 대회에 참여한 어린이들, 특히 조선인 아이들의 표현과 주제 의식 속에 담긴 여러 부류의 고난 속에서 이 대회 너머를 장악한 어둠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13~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