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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평점 :
마음의 연대
작가. 수잔 글래스펠
출판. 내로라
단숨에 읽고 깊어지는
내로라 시리즈
단편 소설에
펴낸이의 말을 더한
큐레이션 북
숨은 명작을 골라
영문과 한글 번역본을
나란히 수록한 내로라 시리즈는
작품 해설과
편집자의 말을 더한
완벽한 큐레이션 북입니다.
단 한 권만 읽고
내로라 시리즈를
수집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저는 이 시리즈를 애정한답니다.
논의되고 회자될만한 주제의
명작을 고르는 안목에 일단 엄지 척!
누구나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분량도 마음에 들어요.
영어 원문을 수록해
감상의 깊이를 더하는
편집은 또 얼마나 근사한지요.
무엇보다
'펴낸이의 말'을 통해
작품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답니다.
이번에 만난
『마음의 연대』 역시
수식어가 필요 없는 책입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19세기 여성 서사의 시작을 알린 바로 그 책!
지금부터 살펴봐 드릴게요.
한 침대에서 자고 있던 남편이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남편이 죽자 용의자로 몰린 아내
자고 있었어요.
깊게 잠드는 편이라서요.
무슨 이런 말을
변명이라고 하는 걸까요?
어처구니없는 답변에
수사관들을 범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아 나섭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일까요?
정말 그녀가 범인일까요?
"그래서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피터스 부인.
진작 이 집에 와봐야 했어요.
한 번, 한번 만이라도 들여다봐야 했어요!"
101
흰 드레스에 파란 리본을 매고
무대 위에서 노래하던
예쁘고 고왔던
미니포스터
결혼 후
뼛속까지
차가움이 스며들게 만드는
남편의 낭대 속에서
그녀는 차츰 생기를 잃어갑니다.
적막하고 고독하고
음침하기까지 한 이 집에서
어디에 마음을 두며 살았던 걸까요?
낡아빠진 화덕과 씨름하며
뭐라도 만들어내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을 그녀의 고단한 삶은
그 시절
수많은 여성들의 삶과 맞물려
마음의 연대를 불러일으킵니다.
단 한 번이라도
누구라도
들여다봤더라면
미니 포스터의 삶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마음 붙일 곳 없이
수년을 그렇게 살았는데,
새가 나타나 노래를 지저귀다가,
그러다가, 갑자기
그 지저귐이 멈춘다면…….
사라진다면……."
123
아이가 없는 집
사람과의 왕래조차 끊어진 집
농사일과 집안일을 마치면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했을 끝없는 적막감
그녀에게 유일했을
그녀의 '숨'이었을 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증거를 찾아 나서는 남자들
증거를 묻어두려는 여자들
책을 읽어나갈수록
미니 포스터의 고단했을 삶이
자꾸만 사무쳐 옵니다
비단 그녀뿐이었을까요?
그 시절
여자라면 누구라도
감당해야 했을 삶의 무게에
마음이 아려옵니다.
19세기
여자의 목소리도
여자라는 존재 자체도
미약하기 짝이 없었던 시절
아이오와주의
고요한 시골 마을에서
부유한 농부 존 호색이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열 명의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마가렛이 할 수 있었던 선택 앞에
작은 파문과 동요가 일기 시작합니다.
연민과 분노가 뒤섞인 죄책감은
마침내 이해의 과정을 넘어
연대의 단계에 이릅니다.
여자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미묘한 심리 변화를
이처럼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요!
요동치는
미니 포스터의 다단한 감정과
사건의 디테일한 내막을
고요하고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
여자라면 누구나
약자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연대하게 만들 작품
지금도
어디에선가
숨죽여 울고 있을
미니 포스터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작품입니다!
* 출판사 협찬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