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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 2500년 철학자의 말들로 벼려낸 인생의 기술
하임 샤피라 지음, 정지현 옮김 / 디플롯 / 2024년 5월
평점 :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저자 _ 하임 샤피라
출판 _ 디플롯
죽기 전에 과연 살았는가
살아가다 문득
길을 잃은 것 같은 날,
이정표를 제시해 줄
지도 한 장 손에 넣게 된다면 어떨까요?
A.I를 탑재한
내비게이션에 익숙한 우리에게
세기의 거인들이 들려주는
아날로그적 삶의 지혜는
인생의 난제를 풀어줄
열쇠가 되어줄 것입니다.
장자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소크라테스,
체호프, 괴테, 톨스토이까지
2500년
철학을 통해 배우는
인생의 기술
이렇게
몰랑 말랑한 철학 책을
만나게 될 줄이야
1부. 죽기 전에 과연 살았는가
2부. 그 무엇에도 휩쓸리지 말라
3부. 당신의 삶에는 철학이 있어야만 한다
4부. 지식만 갖출 것인가, 지혜로워질 것인가
철학 책인데 이 라이트 한 리딩감은 뭐죠? 표지에서부터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귀염뽀작한 곰 젤리가 등장할 때 이게 맞나 싶었는데요, 책을 읽을수록 표지와 내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든답니다.
주제는 심오하고 단단한데 저자가 풀어내는 방식에는 다정함과 사려 깊음이 녹아 있습니다. 철학에 대한 심리적 경계를 허물고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만들어주는 효과랄까요.
그럼에도 이 철학서가 지닌 말랑함의 정체가 무엇일지 내내 궁금했는데요, 마침내 112페이지에서 의문이 풀렸습니다. <도덕경>을 그만의 버전으로 번역하며 추구했던 '예술적 허용!' 바로 이거였어요.
예술적 허용에서 오는 유연함과 위트가 책 전반에 흐르고 있기에 말랑한 느낌이 드는 거였어요(가벼운 건 절대 아님). '철학'을 더 알고 싶게 말이지요.
1부 2장 '일상을 경이롭게 만드는 기술'에서 세계 최초의 소설을 쓴 작가 세이 쇼나곤의 작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부터 마음을 활짝 열었답니다. 네, 맞아요. 거의 첫 페이지부터 반해 버렸지요.
저자는 <베갯머리 서책>을 소개하며 오랫동안 그 책의 마법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아름다워서 바라보면 기분 좋아지는 것들, 나를 슬프고 속상하게 하는 것들, 그림으로 꼭 담아야 하는 것들, 그림으로 그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들, 가까웠다가 멀어지는 것, 멀었다 가까워지는 것.
저자가 반해버린 세이 쇼나곤의 이 목록들과 '계절'을 표현한 글은 저마저도 <베갯머리 서책> 을 찾아 읽고 싶게 만들어 버렸답니다.
우리가 세이 쇼나곤의 글에서 얻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무슨 일이든, 어디에 있든, 그저 주의만 기울인다면 지금 여기에서 얼마든지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리라.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p.26
일상의 반짝임을 알아채고 감사할 줄 안다면 삶이 얼마나 더 풍성해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중간중간 묵직함이 없진 않아요.
저자의 위트와 예술적 허용이 철학을 바라보는 진폭을 넓혀주는 느낌이 들어요. 묵직함과 엄중함마저도 더 가까이 탐구해 보고 싶게 말이지요.
깊은 울림과 무게감으로
고요히 삶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제목에서부터
단단하게
영글어 있는
느낌이 드는 책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마음에 담고 싶은
문장으로
가득한
책
삶에
철학을
장착하고
싶게 만들어주는 책
이 책과
함께라면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이 깊어지고
사유가 더해지는
시간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좋은 책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인생의 바다에 있는 등대 같은 것이다. 인생에 몰아치는 파도를 잠재울 힘은 없지만 길을 밝혀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이 독자 여러분들에게 기쁨이자 한 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한다.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p.9
여름에는 밤이 마음에 든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면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하지만 달 없는 캄캄한 밤에 무수히 많은 반딧불이를 감상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즐겁다. 고작 반딧불이 한두 마리가 까만 밤에 은은한 빛을 더하며 날아가는 모습만으로도 그 마법을 느낄 수 있다. 비 오는 밤도 즐거움을 준다.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 세이 쇼나곤 <베갯머리 서책> 일부 p.24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한다. 무언가를 붙잡으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눈앞에서 바뀌거나 멀어진다. 이 강물 명언은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 철학자, '어둠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인 헤라클레이토스가 한 말이다. 이 말의 뜻은 지극히 사소하면서도 대단히 심오하다. 삶이 우리에게 가르치려고 애쓰는 가장 복잡하면서도 중요한 메시지라는 것도 확실하다.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p.49
모든 것은 다 지나가나는 사실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그 사실을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장자의 가르침처럼 이 통찰은 기쁨도 절망도 주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더 크고 깊은 주의를 기울이고 온전히 알아차려야 할 이유가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교훈은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가진 전부라는 것이다.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p.50
톨스토이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후회가 적은 삶을 사는 길잡이로 삼으라고 제안했다. 정확히 무슨 뜻일까? 이 위대한 작가의 진정한 의도를 내가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명백하게 표현한 권고사항이 하나 있다.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상상하라는 것이다.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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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별그램 주간심송
필사챌린지에 참여하면서
디플롯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