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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
이순하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709/pimg_7654101464354320.jpg)
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
저자_ 이순하
출판_ 이야기장수
막장드라마보다 더 기막히고
대하드라마보다 더 파란만장한
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기막힌 사연에
거듭 놀라며 읽게 되는 책
지극히 개인적이고
적잖이 적나라해
때때로 당혹감마저 느껴지는 책
그녀의 고단함과 부단함은 어쩌면 저자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녀가 겪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은 우리들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겪었을 일들이며, 그 연장선에 우리의 삶이 흐르고 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옛이야기다 치부해 버릴 수 없습니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으로부터 우리의 삶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눈물 콧물 쏙 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반전). 감동도 있고 눈물도 있지만 슬프기보다 기막힌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읽다 보면 가슴 뻐근해지고 때때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날의 억울함, 창피함, 고마움, 원망, 분노 등이 한데 어우러져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요동칩니다.
집 주변으로 첩들의 집을 마련해 놓고 살았던 아버지, 가난한 친정을 위해 남편의 외도를 눈 감아야 했던 어머니. 이 책은 시종일간 '복장 터지는 기막힌 가족사'를 선보입니다. 예측할 수도 예상할 수도 없는 강력한 충격파의 연속이라고 할까요?
특히 그녀가 들려주는 어머니의 삶은 흡사 '알로하, 나의 엄마들'에서 느껴지는 시대의 애통함과 비통함마저 담고 있습니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는 말할 것도 없지만, 사별 후 어머니가 겪어낸 세월은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한 여자로서 모진 세월을 감내하며 오로지 자식을 위해 억척스레 살아온 어머니. 그 어떤 고단함도 삶을 남루하게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오히려 타인을 아우르는 여장부로서의 면모를 보인 페루에서의 삶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저자의 삶은 어땠을까요?
학창 시절 이야기는 차치하고 결혼 이후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온갖 외상을 기본으로 하는 시어머니를 만납니다. 심지어 시주까지 외상을 했으니 말 다 했지요. 그 큰 빚을 갚느라 허덕인 세월은 기가 막힙니다. 그런데 남편은 시어머니 편만 듭니다.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에 대해 어리석고 무지했던 상처'를 몸과 마음에 새긴 비통한 사연은 또 어떤가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않는 근시안적인 국가의 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국민들만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막무가내로 시작해 무턱대고 끝내버린 산아 제한 정책. 그 시절 여자여서 감내해야 했던 고통에 비통함을 감출 길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추억의 음식이 있습니다. 어떤 음식은 달콤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줄 것입니다. 누군가의 시린 상처를 되살리기도 하겠지요. 책에는 수많은 음식이 등장합니다. 책을 읽을수록 제목이 잘못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음식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음식에 얽힌 사연이 등장하고 사연에 녹아든 음식이 등장합니다.
한 이야기만 나누어 볼까요?
저자에게 호떡은 달콤한 기억이자 아픈 추억입니다. 체벌과 차별이 만연하던 시절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영미와의 추억 속에 키다리 아저씨 같던 영미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이 스며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마주한 친구의 어려움에 선뜻 손 내밀어 주지 못했던 자책도 담겨 있습니다. 호떡 하나로 소환되는 과거의 기억은 고마움과 회한으로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엄마를 만난다면
엄마 딸이 되려고
몇 생의 업을 넘고 넘어서
이렇게 엄마 앞에 왔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저자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고백을 담고 있는 책
책을 읽는 내내
의아했던 제목이
마지막 페이지에 와서야
완벽하게 와닿았습니다.
삶의 다단한 굴곡을 넘어
자신의 민낯을 당당히 드러낸
사람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게 될까요?
한 사람의 사연이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았습니다.
엄마는 새끼를 먹이기 위해 들판을 가로지르는 위험한 사냥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자이기를 내려놓은 엄마는 발톱을 바짝 세운 암사자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138
어른 노릇을 하고 산다는 것은 어른으로서 해야 할 처신을 제대로 하고 사는 것이다. 그것이 무너진 어머니의 다음 행동이 두려웠다. 미움은 절망으로 바뀌었고 절망스러운 마음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막막했다. 가난은 무지했고 비겁했으며 무례했다. 165
어머니의 인생은 아들에게서 시작되어 아들에게 머물다 아들의 품에서 영면했다. 나는 그 옆에서 낄 틈도 없이 그 사람의 아내로 살았다. 치매 환자의 심술은 내성이 고약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지만 그렇다고 대항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어찌 내 삶이 힘들지 않았겠는가? 167
<출판사 협찬도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