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과 낭만
패멀라 폴 지음, 이다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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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약간은 불편했던 시절

 그곳에 두고 온 그리운 것들

 

 

저자 _ 패멀라 폴

출판 _생각의 힘

 

​​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사라져버린 것들

 

그건 어디로 간 걸까요? 

도대체 언제부터 사라진 걸까요? 

​​

 

 

제목을 보는 순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들, 존재조차 몰랐던 것들,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책.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유실물'이라는 말에 왜 '유형'의 물건만 떠올렸을까요? 저자가 말하는 100가지 유실물에는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과 무형의 '의미들'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뉴욕타임스 북리뷰> 편집장 패멀라 폴이 전하는 사라진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약간은 불편했지만 모든 것이 소중했던 시절. 우리와 함께 했던 그 물건들, 그 의미들은 언제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요?

 

 

잊어버렸거나 잃어버린 유실물을 만나러 가는 여정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합니다. 동시에 과거 우리 삶을 채워주었던 의미들을 되새겨보게 합니다. 어쩌면 아직까지는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머지않아 사라져버릴 것들에 안녕을 고하는 이별 의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잃는 과정에서 새롭게 얻은 것들과 설레는 만남을 준비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두고 온 몇 가지 '물건들'

 

 

학교 사진은 일상적으로 공포스러운 순간들을 기록했다. 치아교정기. 울퉁불퉁한 청소년기 시절. 얼룩덜룩한 회색 배경. 진실을 말하는 8×10 사이즈의 사진 봉투를 숨기려고 노력해 봤자 부모님들은 너무 비싼 사진 세트를 주문한 뒤였고, 마치 앙심이라도 품은 사람들처럼 사진이 어떻게 나왔든 고이 보관할 터였다. 1년에 한 번 찍은 이 사진들은 어린 시절 역사의 일부였다! 당신은 사춘기 내내 카메라를 휘두르는 어른들로부터 도망쳤을 것이다. (48-49)

 

 

 

필름 카메라에 대한 추억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멋져 보이는 드문 순간'만 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순간이 찍혔을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필름 한 롤에 건질만한 사진이 몇 장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필름 카메라는 과거의 암흑기를 박제하는 용도는 아니었을까요?

 

디지털카메라 속 정제된 행복도 소중하지만, 필름 카메라가 박제해둔 흑역사조차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을 인위적으로 싹둑 잘라낸 채 좋은 것들만 기억하고 살아간다면 우리의 자아상이 바르게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요? (인사이드 아웃 2를 보며 느꼈던 감정과 동일)

 

 

기억 저편에 묻어둔 채 차마 꺼내보지 못하는 사진들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사진과 함께 소환되는 그날의 감정, 그날의 공기, 그날의 모든 것들이 사무쳐옵니다.

 

 

 

 

요즘 사람들은 당신이 전화를 받기에는 다른 일들 때문에 너무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이 처음으로 레벨 7에 진입한 순간에 계획되지 않은 전화로 게임을 방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이 중요한 글을 어렵사리 쓰고 있거나 시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동안 전화는 걸려오지 않는다.

 

(중략) 누구나 훨씬 덜 거슬리는 방식으로 먼저 신호를 보내야 한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하자. 누군가 죽지 않는 한 예고 없이 전화하지 말 것." 현대 에티켓 가이드 빅토리아 터크의 말이다. 적절한 처신은 전화를 걸기 전에 우선 문자를 보내 전화해도 될지 묻거나 예의 바른 이메일을 미리 보내는 것이다. (67-68)



 

전화가 무례하다고요? 어느 유명 연예인이 전화 공포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화'에 대한 담론이 이어진 적이 있습니다. 전화 공포증에 대한 공감과 비공감 사이에는 전화 사용 유무의 경험이 다른 것도 포함될 것입니다.

 

 

전화 한 통화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이제는 전화기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통화 아닌 다른 방법으로 (배달 앱, 문자 등). '누군가 죽지 않는 한 예고 없이 전화하지 말 것'이라는 경고는 충격적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에티켓이겠지만, 적어도 저에게만큼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싹둑 잘라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저에게 전화란 연로하신 부모님과 안부를 전할 수 있는 끈끈한 연결고리이기 때문입니다. 전화기가 본연의 '통화'기능을 상실해가는 순간이 오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마지막까지 부여잡고 싶은 간절한 '무엇'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현대 에티켓 가이드님이 간과하지 않으시길 바라봅니다.

 

 

 

 


두고 온 몇 가지 '의미들'

 

 


충혈된 눈을 꼭 감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당신의 시간대 내에서- 밤이라고 부르는 시간에 불을 끌 수 있었을 때가 어땠는지 회상해 보자. 당신이 떠난 뒤 파티는 이어지지 않는다. 그냥 다른 잘 잤다. 세계는 끊임없는 수다를 멈추고 문을 닫았다. 조간신문이 도착하고 출근이 시작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모두 같은 위치로 돌아왔다.


 

매일 특정 시간이 되면 친구들이 당신 빼고 모이거나 뒤에서 속삭이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안심할 수 있던 10대 시절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라. 물론 그들을 그럴 수 없었다. 다를 자고 있었으니까.(131)



 

세상에~ '숙면'이 그리워지는 시대가 되었다니!

 

​스마트기기를 통해 24시간 세상과 연결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단한 의지력을 발휘하지 않고서야 잠들기 직전까지 좀처럼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합니다. 손안의 세상에서 길을 찾고 또 길을 잃어버리는 삶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가 시야에 있거나 근처에 있을 때, 또는 휴대폰 진동음을 듣거나 들었다고 생각할 때,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다고 해요. 이런 스트레스 반응을 해소하기 위해 신체는 휴대폰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지속적인 주의력 분산'을 겪게 되는 것이고요.

 

숙면을 취해본 적이 언제였나요? 세상과 연결되는 대신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요? 손바닥만 한 작은 불빛에 홀린 불나방이 되어가는 사이,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자문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기본적인 사실과 일상의 의무를 지키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스스로? 아무 알림 없이? 이제는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기억하기를 포기하고 우리의 기억을 클라우드에 맡겼다. (268)

 

'기억할 필요가 없으므로 더 이상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말에 잠시 멈칫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두고 온 유실물 중 하나로 '기억'을 예로 들면서, 스스로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기억하지 않으려는 행위는 기억력 저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흥미로운 건 기억이 형성되는 방식과 유지되는 방식 모두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디지털 장치에 의존하는 대신 두뇌를 믿고 기억력을 회복해갈 수 있을까요? 인스타그램 스토리처럼 24시간 저장 후 증발해 버리는 그런 단기 기억 말고 오래오래 추억할 수 있는 기억! 그런 기억이 삶을 의미 있게 채워나가게 하려면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할지 멈추어 생각하고 싶어집니다.

 

 

​​

 

 

끝끝내 놓지 말아야 할

우리가 두고 온 유실물은?

 

 

기다려야 했습니다

인내해야 했습니다

멈춰 생각해야 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선

 

시간과

마음과

정성을

들여야 했습니다.

 

 

즉답을

요구하지 않던 시절,

 

즉답을

기대하지도 않던 시절,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오래 기다리고 

더 깊이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클릭 한 번으로 

해결되는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멈추었던 것이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을 읽는 동안

오랜만에 소환된 아날로그 감성에

마음이 몽글거리다가도

 

그동안

놓치고 살아온 것들이

의외로 많음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합니다. 동시에 우리가 잃은 것들과 얻은 것들에 어떤 태도를 취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어 줍니다. 스마트한 세상을 진짜 스마트하게 누리며 사는 방법을 발견하고 싶게 만들어줍니다.

 

 

​​

 

 

 

 

:: 협찬 도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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