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공식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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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공식

 

인생 9

양순자 할머니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_ 양순자

그림 _ 박용인

 

한 가지 부탁하자면

내 공식들을 만날 때

이런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

 

그저 늘 당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씨 좋은 이웃집 할머니를 만났다고.

 

할머니가 손수 담근

식혜 한 사발 놓고,

때론 슬프고 때론 웃기는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이야.​​

 

​『인생 공식p.14

 

 




사는 게 막막하고 힘들 때

한 번씩 꺼내보게 될 인생 조언집

 

할머니가 건네는 '다정한' 인생 돌직구

 

​​

 

37세부터 교도소 교화위원으로 사형수들을 상담해온 양순자 할머니를 알고 계시나요?

 

2014년 작고하시기 전까지 상담과 집필 활동을 병행하며 수많은 이들의 삶을 보다 이로운 방향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한 분입니다. 남을 돕는 일에 시간과 돈과 전 생애를 기꺼이 내어주신 분이시지요. 인생 공식은 저자의 마지막 책 인생 9에 사위 박용인 화가의 그림을 더해 재탄생한 책입니다. 두 분의 유작이 된 이 책을 지금부터 살펴봐 드리겠습니다.

 

 

너는 인간들이 말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린 사람이다, 어느 누구도 너를 위로해 줄 수 없고, 동정을 보낼 수도 없고, 그리고 누가 감히 너를 용서할 수 있겠냐고 했지. 또 자해하거나 자살기도 하지 말라고, 너는 너 스스로 죽을 자유도 없는 몸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해 버렸어. 교도관들한테 피해 주니까 또 죄 짓는 거라고 했지.

 

인생 공식p.97

 

 

돌직구 가득한 이 책은 신기하게도 읽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할머니의 말씀이 투명하고 다정해서 깊이 와닿습니다. 반말로 쓰여진 것도 신의 한 수입니다. 이웃에 사는 어느 마음씨 좋은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 같거든요. 잔소리가 아닌 들어두면 좋을 말!

 

 

어떤 일을 할 때 알맞은 도구가 있으면 작업이 수월해집니다. 우리 인생에도 그때그때 꺼내 쓸 수 있는 공식이 있다면 유용하지 않을까요? 인생 공식은 삶의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연장이나 조리도구 같은 책입니다.

 

​​

 

 

 

나는 사람은 정말 한 번은 행복해야 한다, 물론 오래 행복하면 좋겠지만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온 사람들도 한 번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 태어날 때부터 불행 속에서만 살았다고 해도 단 한 번, 단 한순간만이라도 행복할 때도 있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거야.​​

 

​《인생 공식p.39

 

 

저자는 정신지체자인 엄마와 두 딸을 위해 슈퍼마켓에서 마음껏 물건을 고르게 합니다. 처음으로 돈 걱정 없이 생필품이 아닌 군것질거리를 고르는 아이들. 그 눈빛이 어떨지 짐작이 가시나요? 골라온 것을 다 더해봐야 몇 만원 되지 않지만 그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사람은 한 번은, 단 한 번만큼은 행복해야 한다는 할머니의 말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집니다.

 

 

 

 

행주를 세제에 한 번 삶고, 그리고 맑은 물에 한 번 더 삶는다. 60년 넘게 살아온 내 인생의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매일 버리고 매일 지우고, 그러면서 쓰러졌다 다시 일어났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남을 것이라곤 없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나를 내어주고, 나는 나를 마감하고 싶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없어져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가? 죽음의 문턱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하듯, 허세와 체면에서 벗어나 진짜로 나는 나로 살고 싶다. 그리고 저기 빈 의자 하나, 앉은 사람 편안하라고 내어 놓아다. 누가 와서 앉을 것인가?​​ (p.46)

 

 

저자의 상담실에는 고급의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유일한 사치이자 눈에 띄는 사치! 이 의자는 내담자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할머니의 마음입니다. 상담이 필요한 사람은 고단하고 힘들기 마련입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찾아온 이들이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지요. 그 사람이 다시 기운 내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쓴 것입니다.

 

 

 

 

내가 유서를 어떻게 쓰는지, 써놓고 어떻게 하는지 알겠지? 마음에 걸려 있는 걸 자꾸 털어 내는 거야. 많이 걸려 있으면 무겁고, 마음이 무거우면 사는 데도 힘들고 또 죽을 때도 힘이 드니까. 내가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나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은 따라 해도 돼.​​(p.77)

 

 

매년 1231일이면 유서를 고쳐 썼다는 할머니. 40년 동안 유서를 고쳐 쓴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요? 유서에는 용서할 수 없는 사람, 잘못을 빌어야 할 사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사람들에 대한 사연을 적었다고 해요. 마음에 걸려 있는 걸 다 털어내기 위해 고치고 고치기를 무려 40년간 이어온 할머니.

 

 

살면서 무엇을 안고 가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할머니의 유서 쓰기를 통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연습은 물건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닙니다. 관계도 마음도 걷어내야 할 게 있다면 탈탈 털어버리고 싶습니다. 심플하게 살고 싶습니다.

 

 


 

노인들의 뒷모습은 어찌 보면 참 작고 초라해. 하지만 감동을 잘하는 사람들은 그냥 예사롭게 보지 않아. 나와 내 자식과 그들 자식의 밑뿌리가 되는 어떤 큰 존재처럼 느껴지는 거야. 그런 사람들은 그냥 못 지나가. 귀찮고 좀 바빠도 차를 세우고 노인들을 태우게 돼. (p.104)

 

 

노인을 공경해야 하는 이유를 그 어떤 말보다 명쾌하게 정리한 문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들의 작고 초라해진 모습 뒤에 우리의 빛나는 청춘이 있습니다. 존중과 존경을 담아 그분들의 삶을, 팔순이 넘으신 부모님의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나 양순자는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중략)

 

나는 이 말을 다른 사람한테 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 해. 내 속으로 자꾸 이 말을 되뇌는 거야. 나는 나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면 산단 말이지. 당신은 어때?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의 평가 말고 당신이 평가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떤가를 묻는 거야. , 잠시 책을 덮고 생각해 봐.​​ (p.148-149)

 

 

책을 읽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채,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달려온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평가하는 내 모습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진짜 나의 인생을 살기 위해 심사숙고해 볼 시간입니다.

 

 


 

불평이니 뭐니

그런 것 집어치우고,

어떻게 하면

인생이 살만해질까를 생각하고

노력해 보자는 말이야.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형수에게조차

따끔하게 돌직구를 날리는 할머니

 

 

어쭙잖은 위로보다

정신 번쩍 들게 만드는

매운맛 조언을 투척하는 할머니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주고도

더 줄 게 없는지 고민하는 할머니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들려준 이야기를

한 번 듣고 던져 버리지 말고

가까이 두고 자주 들춰보라고 말합니다.

 

65년 인생을 녹여서 만들어낸 공식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길을 안내해 주듯

 

저마다 인생의 공식을 쌓아 올린다면

세상은 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요?

 

읽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인생 공식을 곁에 두고 살아야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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