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데부 - 이 광막한 우주에서 너와 내가 만나
김선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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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데부



 

이 광막한 우주에서

너와 내가 만나


 

도도새 화가

김선우 첫 에세이

 

 

진중하고

사려깊고

따스하며

아름다운

 

김선우 화가의 작품집




 

 

1681년 멸종되어 사라져버린 도도새를 10년째 그리는 화가 김선우를 알고 계시나요?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연 최연소 화가이자 2024'MZ 세대에게 가장 인기 높은 작가'로 유명합니다. 저는랑데부를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도도새를 그린다는 이유로 알 수 없이 끌렸던 작가. 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습니다.

 

다독가이자 사색가의 면모를 지닌 그의 글은 수려합니다. 필사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어와 박히는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그림 잘 그리는 화가가 그림 덕에 책을 낸 게 아닙니다. 필력까지 갖춘 전문 작가의 책이라 해도 좋을 작품 같은 책을 만났습니다.

 

본업에서 완벽한데 부캐까지 매력적이면 반칙 아닌가요? 몇 장 넘기지 않았을 때 이미 느껴졌습니다. 많은 책을 읽고(혹은 듣고) 글을 써오고 있다는 사실을요.

 

 

 

 

 

랑데부는 김선우 화가가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도도새 화가로 유명해진 지금까지 그를 지탱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림을 여러 점 수록하고 있어 마치 작품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작가의 스토리를 알게 되면 아무런 정보 없이 작품을 대할 때와는 감상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책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에 담긴 사연을 만나고 나니 그림 한 점 한 점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습니다. 간략하게 설명을 곁들인 그림을 전시회장에서 감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랑데부는 안겨줍니다.

 

그저 예쁜 그림, 그저 특색 있는 그림, 그저 고집스런 그림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삶은 어쩌면 캄캄한 바닷속으로 던져지는 것과 다름없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표류하고 방황하게 되지만, 바로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직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을 대하는 목적과 용기를 얻게 되는 게 아닐까요.

 

랑데부p.127

 

 

캄캄한 바닷속을

수십 미터까지 잠수하고 난 후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와

세상과 맞짱 뜰

용기를 장착한 이의

결연함이 엿보입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극한의 공포와

한계를 경험하고 난 후

바라보는 세상은

이전까지와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이 그림에서는

그런 단단함이 느껴집니다.

 

책을 스르륵 넘겨 볼 때와는

전혀 다른 깊이로 그림이 와닿습니다.

 

이것이 삶이었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번!

 

윤슬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바다와는 상반된

도도새의 결연한 표정에서

어떤 자세로 삶에 임해야 할지

고민해 보게 됩니다.

 

삶의 비극앞에서 당당히 대적했던

니체의 말을 기억하면서요.

 

 

 

 

 

매일 노천탕에 들어가 함박눈을 맞으며 눈을 감고, 깃털보다 가벼워서 쌓여가는 소리가 전혀 들릴 리 없는 눈의 소리를 괜히 좇곤 했습니다. 그런 종류의 감각을 관찰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았습니다. 번잡하거나 해결해야만 하는 수많은 일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눈이 내리는 형태와 소리에 대하여 온종일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 시간이.

 

​『랑데부p.42-43

 

 

 

말 한마디 글 한 줄에서 한 사람의 생애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김선우 작가의 글에서 깊이가 느껴지는 이유는 홀로 고요히 사색하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무언가를 오롯이 바라보며 생각을 더해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가는 바쁜 일상에서는 알아챌 수 없는 감각들에 주목하며 관심을 기울입니다. 내공이 깊어지고 내면이 단단해지는 시간. 그 여정들이 모여 그림과 글에 고스란히 스며들었을 테고요. 처음 만난 작가의 그림과 글이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는 건 그런 과정들이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더 오래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이유입니다.

 






 

유년의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고 반짝이는 열망을 어른과 이 세상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야말로 어른들이 해야 할 단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요.

 

상상과 창조는 언제나 보편의 경계 밖에서 이루어진다고, 저는 믿습니다.

 

랑데부p.189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울컥했습니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책을 읽을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늘 고민합니다. 작가의 유년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글이 저의 고민을 일정 부분 해소해 준 것 같습니다. 큰 맥락을 잡은 느낌이랄까요.

 

세상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으려 애쓰기! 아이는 그 자체로 빛나는 존재라는걸, 그 보석이 보석으로 반짝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 그리고 이 그림! 책을 통해 이 그림이 주는 여운의 깊이와 특별한 잔상을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



 

방황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선명한 파도가 되어 줄 책

 

 

랑데부


 

 

세상에 기웃거리지 않고

세상을 항해하는 작가


 

세상을 들으며

세상 곳곳을 여행하는 작가


 

마음을 반짝이게 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


 

 

추천사만으로 이미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는 책을 만났습니다. 기대치는 기대 이상으로 충분히 보답받은 듯합니다.

 

일과 예술의 경계 사이에서 고민하던 작가를 도도새 앞으로 데려놓은 프로젝트. 다소 엉뚱하고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기발함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벽하게 바꿔놓은 과정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작가의 제안에(?) 기꺼이 힘을 실어준 미술관의 안목 또한 놀랍고요.

 

지구상에 어딘가 한 마리쯤은 남아 있을지 모를 도도새를 찾아 떠나는 여정! 그 끝에서 작가는 도도새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작품 속에서 반짝이며 살아있는 도도새를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언제까지나 도도새를 그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설렙니다.




 

 

 

사라진 것이

비단 도도새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은

 

제 마음에

불씨를 지폈다

사라진 것들에 대해

떠올려 보고 싶습니다.

 

 

 

 

 

+ 출판사 서평 도서. 소중한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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