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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 스티커 - 제14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69
황보나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월
평점 :
네임 스티커
제14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작가 _ 황보나
출판 _ 문학동네
누군가의 이름을 쓰면
그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네임 스티커가 있습니다.
누구의 이름을 쓰실 건가요?
이름을... 쓰실 건가요?
기분이 '산뜻'해지는 소설을 만났습니다.
제14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황보나 작가의 『네임 스티커』가 바로 그 책입니다. 저주(?)를 내릴 수 있는 네임 스티커와 관련한 내용인데 '산뜻'하다니요! 대체 어떤 마법 같은 힘을 지녔기에 읽을수록 기분 좋아질까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너 지금
나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나는 너에게
이상한 애가 아니라
특별한 애가 되고 싶어."
『네임 스티커』 p.60
오~ 강민구! 이 박력 무엇?
다른 사람과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는 아이 강민구. 조금은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민구가 주인공 은서를 좋아합니다. 방심할라치면 고백을 해오는데 난감합니다.
우연히 민구 집에 가게 된 은서는 민구의 비밀스러운 힘을 발견합니다. 그 힘을 빌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진 은서. 민구가 건네준 네임 스티커에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써 내려갑니다.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이름을!
과연 민구는 자신이 지닌 남다른 능력으로 좋아하는 은서의 소원을 들어줄까요?
산뜻하지 않았으니까
민구 이 녀석~ 볼수록 매력덩어리입니다.
진중하고 사려 깊습니다. 네임 스티커에 이름을 쓰고 전전긍긍하는 은서의 죄책감을 단박에 날려버린 저 한마디에 이 소설은 더할 나위 없이 '산뜻'해집니다.
네임 스티커에 이름을 써서 화분에 붙이는 민구의 행동을 점점 이해하게 됩니다. 타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납득하게 됩니다.
"... 내가 여러 번 봤는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런 거야.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나도 괴롭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러는 거라고."
'신'도 아닌데 '벌'을 내려도 될까요? 정작 당사자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불운을 연결 짓지 못한다 해도 '응징'을 가하는 게 옳은 일일까요?
책을 읽어가는 동안 이 근원적인 물음에 답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이상하진 않고?"
"이상해야 해요?"
"삼촌은 이상하고 싶어?"
대체 저는 얼마나 많은 선입견으로 똘똘 뭉친 인간인 걸까요?
『네임 스티커』를 읽는 동안 저도 몰랐던 제 안의 수많은 선입견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단연 압권은 이 장면인데요, 성 정체성에 관한 논의를 아무렇지 않게 종결시켜버리는 자연스러운 전개에 진심 놀랐습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준 작가의 사려 깊은 배려에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워 놀라워하는 제가 다 머쓱해졌습니다. 제 안에 켜켜이 쌓인 모종의 선입견들이 기분 좋게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소설, 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또 한 번 깨달았지요.)
명두 삼촌을 대하는 은서처럼, 은서를 대하는 루비 엄마처럼, 잘못을 바로잡아주는 승희 엄마처럼, 엄마의 직업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민구처럼(민구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지만 예비 독자분들을 위해 아껴두겠습니다), 저는 과연 이들처럼 할 수 있을지 책을 읽는 내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따뜻하고
사려 깊게 그려낸
추천하고 싶은 청소년 소설
네임 스티커
민구의
뜬금없는 고백이
담박하게 와닿는 소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눈물 나게 고마운 등짝 스매싱을
만나볼 수 있는 소설.
스미듯 오래 남을 이야기!
선입견을 버리고
사람과 세상을 마주하게 해 줄
이 소설을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마음에 힘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섬뜩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안 좋게 생각하는 마음이 생겨도 그 마음을 일단 접어두게 되었다.
『네임 스티커』 p.161
<서평단 협찬 도서. 감사합니다!>